나이 50이 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쉰 두 살입니다. 세월은 정말 빠르군요. 이러다 앗차! 하는 순간 노인이 될 것 같아요. 어디에선가 ‘나이 드는 지혜’라는 글을 읽었어요.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의 글이라고 하더군요. 도서관에 가서 '소노 아야코'를 검색했더니 책이 여러 권 뜹니다. 그중 가장 먼저 나온 책은 1985년에 나온 ‘아름답게 늙는 지혜’라는 책입니다. 좀더 최근 판본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소노 아야코 / 오경순 / 리수)군요.

저자는 나이 40에 잘 늙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시작합니다. 나이를 먹은 후에, 멋있게 늙는 법에 대해 고민하면 이미 늦다고요. 이미 늙어버린 사람에게는 책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책을 팔지 말라고 써야할까 고민했다는군요. 어떻게 나이들까, 고민하는 건 아직 늙지 않았을 때 해야할 일이라는 거지요. 책의 목차만 읽어도 좋더라고요. 한 줄 한 줄 받아쓰고, 틈 날 때마다 소리 내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남이 ‘주는 것’, ‘해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린다

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일단 포기할 것

노인이라는 것은 지위도, 자격도 아니다

가족끼리라면 무슨 말을 해도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고통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생애는 극적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한가하게 남의 생활에 참견하지 말 것

다른 사람의 생활 방법을 왈가왈부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할 것

푸념을 해서 좋은 점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명랑할 것

‘삐딱한 생각’은 용렬한 행위, 의식적으로 고칠 것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하려고 노력할 것

젊었을 때보다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질 것

젊음을 시기하지 않을 것, 젊은 사람을 대접할 것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냉혹할 것

젊은 세대는 나보다 바쁘다는 것을 명심할 것

생활의 외로움은 아무도 해결해줄 수 없다

자식이 걱정을 끼친다면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공격적이지 말 것

태도가 나쁘다고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의사가 냉정하게 대해도 화내지 않는다

같은 연배끼리 사귀는 것이 노후를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정년을 일단락으로 하고, 그 후는 새로운 출발로 생각할 것

보편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최고 연장자가 되어도 자신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즐거움을 얻고 싶다면 돈을 아끼지 말 것



구구절절 옳은 말씀 아닌가요? 목차를 읽으며, 한 줄 한 줄 뜻을 곱씹어보는 것도 좋아요.


나의 생애는 극적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어느 것이든 존중되어야 하며 또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 유독 “나처럼 고생한 사람도 없지요. 내 일생이야말로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 만합니다.” 이런 말로 자기의 생애를 남에게 긍정시키려는 사람이 꽤 많다.

거의 100명에 97,8명까지가 자기의 일생은 텔레비전 드라마와 같이 극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자기만이 특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일지 모른다. 그 반면 모든 인생에 대해서 깊은 경의를 품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사람의 일생이라도 그 깊은 속을 꿰뚫을 수 있는 눈만 가진다면 어느 것이나 위대한 삶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책 33쪽)  


드라마 피디로 일하다보니, 나이 많은 어르신을 만나면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내가 살아온 걸 쓰면 그냥 드라마야. 김피디가 이걸 드라마로 한번 만들어봐.”

저는 웃으며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선생님, 지금 하신 이야기가 다 재미있는데요. 먼저 책으로 내시는 게 어때요? 선생님 인생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가장 잘 쓰실 수 있거든요.”

그럼 노인들은 손사래를 칩니다. 

“아냐, 내가 글은 못 써.”

그런 분은 구술사를 정리하는 전문가를 만나도 좋겠지요. <할배의 탄생>을 쓰신 최현숙 선생님 같은 저자. 그런 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제일 좋은 건 직접 쓰는 겁니다. 타인을 붙잡고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조용히 내 삶을 돌아보며 글을 쓰는 노인이 되고 싶어요. 그런 노인이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저는 매일의 기록을 남깁니다. 나이 50에 매일 올린 독서일기와 여행일기, 육아일기는 어느 날 70 노인이 된 제가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데 최고의 자료가 되지 않을까요? 

노인이 되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건 참 어려워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이 넘치는 중년에 하지 못하는 일을 60이 넘어 새로 시작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잘 늙는 법, 하루하루 즐겁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후회와 분노로 가득한 노년의 삶을 멀리하는 길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살 또 먹었어요. 잘 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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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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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보리 2019.01.15 0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떻게 늙을것인가 하는 고민이 현재를 잘살게 하는군요. 독서리스트 백만년 만에 만들어요. 피디님 덕분에 독서도 다시 시작할듯요. "내인생은 드라마거리가 못된다" ㅎ 노인이 되어도 뭔가 새로 시작할수 있기를...

  2. littletree 2019.01.15 0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의 목차만으로도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피디님.. 원하는 모습으로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을 글로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3. 농업사랑 2019.01.15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령사회 시대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필독서이네요.

    잘 늙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래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니까요.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읽으러 가야겠네요 ^^

  4. 춈덕 2019.01.15 0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사람에게 도움 되는 글을 전하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다 생각합니다. PD님께 예의 없는 말(?)이지만, 잘 늙고 계시는 중이라 생각합니다.ㅎㅎ

  5. 꿈트리숲 2019.01.15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젊을 땐 매해 한 살 더 먹는게 끔찍하리 만치 싫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이듦이 축복이고 행복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눈뜨면 내 남은 생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라고 외치면서 즐거워하고 있지요.

    예전에 운동하면서 만난 어르신들이 저 보고 '참 좋을 때다'고
    하신 말씀의 참뜻을 마흔 즈음에 알게 되었네요.
    잘 나이들고 싶다는 고민을 마흔 전 부터 시작했지만
    독서와 사색밖에 못찾았는데, 오늘 소개해주신 방법을
    저도 받아써야겠어요. 구체적이어서 아주 좋아요.~~~

    한 살 또 먹어서 완전 좋아요. 연륜이 쌓이는 소리가 들립니다.ㅋㅋ

  6. 안천사 2019.01.15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신문, 잡지 등을 읽다가 읽고 싶은 책들이 보이면 독서리스트 만들기가 몇안되는 제 취미중 하나입니다. ㅎㅎ
    오늘 소개해주신 책은 저도 예전에 읽으며 공감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읽어볼 책 리스트에 적어두었답니다.
    올해 4학년의 절반의 시기를 맞았는데
    좀더 현명해지는 거 같아 나이 드는게
    좋아요. 지금부터 잘 준비해서 지혜롭게
    늙어갔으면 해요^^

  7. 섭섭이짱 2019.01.15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구구절절 옳은 얘기네요..
    그런데, 저자에 대해 이리저리 찾다보니
    갸우뚱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네요.
    어디까지가 팩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내용들이 맞다면 계로록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거 같아서....

    우리나라에서 책도 많이 내신
    베스트셀러 작가시던데.....
    참 '서행일치' 하기 쉽지 않은거 같네요. ^^;;;

  8. 아리아리짱 2019.01.15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며칠의 감기몸살에 '깨갱깽'하는 무력한 자신을 느낍니다. 건강관리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들이었습니나. 여유롭게 나이듬은 건강을 기본으로 함을 다시 깨닫습니다.다시 힘내어 go go!



  9. 은데미 2019.01.15 1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듬에도 노하우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조목 조목 알기쉽게 알려주시는 피디님이나 저자님 모두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나이듬에 거부감없이 기분좋은 하루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0. 북오브제한 2019.01.15 13: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지메일로 편지발송 했는데요. 아직 못보셨나봐요. 저는 전남도립도서관 사서입니다.
    피디님 초청강좌 해봤으면 해서 메일발송해드렸습니다. 한번 보시고 연락한번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연결이 안되어.. 여기 가입도 했는데 어떻게 사용해야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무조건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

  11. 아따맘 2019.01.15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십대 중반에 이 글이 많이 와닿아요. 1월 벌써 반이 지났네요. 작년 한 해 pd님의 글 덕분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올해도 덕분에 행복한 매일입니다.

  12. 봄처녀 2019.01.15 15: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제가 정말 많이하는 생각입니다~~ 천천히 목차를 읽어보니 실천못하는게 많네요~~ 여유로운 사람으로 늙고싶습니다~~

  13. 오또기 쭘마 2019.01.16 0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딱 마흔이 되니 늙음에 대해, 나이 먹어가는 거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전 요즘 얼굴에 주름 하나 더 생기는것보다 잘 늙어가는거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되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을 다니면서 방법을 생각하고 고민하죠.
    이런 과정들이 쌓여 나중엔 삶을 지혜롭게 즐길줄 아는
    멋진 할머니가 되어있길 바래봅니다.

  14. 카이리 2019.01.16 0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해 38인데 멀게만 느껴졌던 노년의 삶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목차만 봐도 겸손해지고 내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책이라 꼭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새해 건강 조심하세요
    저는 어제 정말 어이 없게도 손가락이 부러져서 새해 시작하자마자 깁스를 했는데 매우 불편하네요 ㅎ

  15. 신데레사 2019.01.17 1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님.
    좋은내용! 유익한 글 읽고 처음으로 댖글을 달아봅니다.

    저는 49년생 제자신 실감도 안나고
    인정도 하기싫은 칠십고개를 넘어섯네요.
    마음은 거의 고딩수준에서 맴도는데.
    물론 신체는 나이를 말하지요.ㅎ젊을땐 모자라던 잠이
    이제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오밤중에도 깨어서 스맛폰 속을 헤엄치며.
    쓰잘데기없는 뉴스에 연예인 소식에 눈알이 아프도록 쏘다닙니다.

    믿으실지 모르지만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스크린골프 연습장출근해서 300개 디리 쎄리.날리고 땀이 촉촉해서
    옵니다.
    그러나
    나이가
    주눅들게 합니다
    암튼
    앞으로
    열혈 독자가 되어서
    좋은 양식을 얻을까 싶습니다.

  16. 하람맘 2019.01.18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자주 들렀는데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봅니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책을 통해 다양한 책들을 읽게 되어 좋았습니다.
    지난 주엔 처음으로 해외자유여행도 도전해서 다녀왔습니다.
    (해외여행은 오직 패키지 세대인 50대 중반!으로 용기가 필요했어요)
    해 보기 전엔 엄청 두려웠는데 해 보니 해 볼만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도전한 것이 나름 뿌듯했습니다.
    이러한 용기가 이곳의 글을 읽고, 또 책들을 읽으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어차피 늙어갈건데
    이곳에서, 또 여러 책에서 더 잘 늙어 가는 힘을 얻어 잘 늙게 되길 소망합니다!

  17. 아날로그 2019.01.20 2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마흔 생일을 되면서
    늙어가는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잘 늙어가고 싶어요.
    주변에서는 너무 이른걱정 한다고 하지만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려고 새해부터 공부 새로 시작합니다.
    작가님 글이 도전하는데
    힘이 많이 되었어요^^

  18. 좋은아침 2019.01.22 0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년에 대해서는 나이 60이 아니라 그 전부터 생각하는 것이 낫다라는 글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드려요~

    작가님 강연을 듣고싶은데 강연 일정을 알려주는 메뉴는 없을까요? 워킹맘이라 일정을 미리알면 휴가를 내서 듣고싶어서요. 저번에 철산도서관 강연
    참석은 했는데 중간에 출근해야해서 너무 재미있게 듣다가 도중에 나오려니 너무 아쉽고 죄송했습니다 ㅜㅜ 강연일정 미리 알아 휴가내려는데 여러군데 찾아봐도 안보여서 조심스럽게 남겨봅니다. 작가님, 책도 강연도 너무 재미있어요~~!!! 지친 워킹맘에게 힘이 되고 자극이 되더라구요. 작가님
    글과 강연은 재미도 있지만 진심이 느껴져서 더 귀담아 듣게 되는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새해 출판하시는책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