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으로 새로운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할 때, 10분 정도 시간이 나면, 예전에 읽은 책에서 좋은 글귀를 필사합니다. 글을 옮겨 적으면 머리가 정돈되는 느낌이에요. 오늘은 <라틴어 수업> (한동일 / 흐름출판)에 나온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를 옮겨봅니다. 한동일 교수님은 대학에서 라틴어를 가르치는데요, 더이상 실생활에서 쓰이지도 않는 언어를 배우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대요. "있어 보이려고요."
그 말을 듣고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요. 실제로 맞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누군가가 라틴어를 좀 안다고 하면 그 사람이 좀 남달라 보일 것 같지 않나요? 만일 외국인 친구가 대화 중에 한국어로 논어를 인용한다면 어떻겠어요? 그 친구가 달리 보이지 않을까요?
(위의 책 24쪽)
저는 이 잘난 척 하고 싶은 마음이 외국어 공부의 중요한 동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거든요. 언젠가부터 영어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어요. 차별화가 되지 않아요.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저는 별로 쓸데없는 언어까지 배웁니다. 영어 잘 하는 사람은 많아도, 아직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동시에 하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이를테면 공작의 꼬리 같은 거죠. 생존에 별 도움은 안 되지만, 이렇게 거추장스런 꼬리를 달고도 잘 산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밥벌이에 관계없는 일본어나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생계에 관계 없는 공부를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거죠. 이런 제 마음을 속물근성이라고 부끄러워하지는 않아요. '있어 보이고 싶은' 그 마음도 동기부여라고 생각하거든요.
외국어를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라틴어 수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외국어를 빨리 익히는 방법 중 하나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호기심과 애정을 갖는 겁니다. 좋아하면 더 빨리 잘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라틴어를 공부할 때 유럽 사회의 학문과 문화의 다채로운 면모를 발견하면서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해소해나갈 수 있었고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위의 책 23쪽)
저의 외국어 능숙도는 영어 > 일본어 >중국어 순입니다. 제가 문화를 좋아하는 순이에요.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가장 좋아하고, 다음으로 일본 만화를 좋아하고, 중국 드라마는 아직 낯설어요. 회화를 외운 다음, 고수로 가는 길은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기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뭔가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가 왜 그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왜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한번 들여다보세요. 그 다음 내 안의 유치함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비난하고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이 앞으로 무엇이 될까, 끝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치고 힘든 과정에서 오히려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위의 책 26쪽)
언젠가 해외 여행에 가서 가족들 앞에서 유창하게 영어로 회화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공부하기, 비록 유치한 동기부여 같아도, 외국어 공부에는 필수 요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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