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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무례함에는 댓가가 따른다

by 김민식pd 2018. 7. 9.

99년도인가, 예능 조연출로 일할 때입니다. 여의도 MBC 사옥 3층에 중앙정원 로비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40대 후반의 드라마 PD 선배가 20대 후반의 FD 세 명을 줄지어 세워놓고 뺨을 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회사 복도 한 가운데서... 그 폭행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냐하면, 20대 남자 청년이 뺨을 맞고 뒤로 날아가 쓰러지는 정도였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참 끔찍합니다. 

'저 FD의 엄마가 아들이 매맞으며 일한다는 걸 알면 얼마나 슬플까...' 

'남의 집 귀한 아들을 저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걸까?'

드라마 촬영장에서 배우들에게 욕하고, 스태프들을 때리는 걸 드라마 감독의 일을 향한 열정으로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게 마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전형인양... 1980년대 군부 독재 시절을 살아온 탓인지 조직 내 유난히 폭력적인 문화가 많았어요. 요즘은 다행히 그런 선배들이 사라졌어요. 그런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연출이라고 다들 인식하거든요. 무엇보다 이제는 그런 연출이 드라마를 만들기가 힘들어졌어요. 욕하고 소리지르면서 일하는 감독은 기피 대상이 되거든요. 배우들이 연출의 이름만 듣고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촬영할 때마다 스태프 구성이 안 되어 고생하는 감독도 있고요. 요즘같은 시대에 누가 욕먹고 매맞으며 일하겠어요.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무례한 태도를 참아주는 시대가 아니에요. 무례함은 피해를 끼칩니다.

 

<무례함의 비용> (크리스틴 포래스 / 정태영 / 흐름출판)이라는 책이 있어요. 


당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 때문이 아니다. 인정받고 싶다면, 매너부터 챙겨라.

라고 말하는 책입니다. 추천사에서 다니엘 핑크는 이렇게 말해요. '막말이 판치는 지금, 꼭 필요한 책'이라고

어느 무례한 오너 일가의 행태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사고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무례함의 비용'은 막대합니다.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탓해'라는 무례한 발언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시초였어요. 블랙리스트로 예술가들을 검열한 정권의 무례함이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세월호 유족에 대한 정부의 무례한 대응이 촛불의 도화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례함은 국가의 기강만 흔드는 게 아니라, 조직의 역량도 갉아먹습니다.


무례한 언행은 개인의 실행력, 창의력을 파괴하고 사회와 조직의 성과를 좀 먹는다.

무례한 언행에 시달리는 사람은 

80% 걱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48% 고의로 일하지 않는다.

66% 실적이 하락한다.

25%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다.

12% 사표를 던진다.


반대로 정중한 습관을 가진 사람은

57% 주변의 도움을 쉽게 받는다.

35%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다.

13% 실적이 높다.

12%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7% 월급이 오른다. 


<무례함의 비용>을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타인의 무례함을 지적하는 건 참 쉬운데,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는 건 어렵다고요. 


모두가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 자신을 바꾸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레오 톨스토이

(위의 책 93쪽)


무례한 행동을 자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 자신을 아껴야 합니다. 사람들이 무례하게 구는 절대적 이유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입니다. 내 인생이 힘들면, 웃으며 일하는 후배 직원이 괜히 거슬리거든요.

'나는 이번달 실적 때문에 죽을 지경인데, 저놈은 여유가 있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무례함이 삐져나오는 거죠.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서 항상 즐거운 마음을 갖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즐거움의 힘으로 나 자신을 매너있는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막말 사회에서 더 빛나는 정중함의 힘을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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