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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로또 1등이 된다면?

by 김민식pd 2018. 7. 4.

예전에 이화여대에 출강한 적이 있어요. PD지망생들과 수업을 하는데 누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피디님은 무엇을 하실 건가요?" 잠깐 생각을 하다 이렇게 말했어요. "그냥 지금처럼 드라마 피디로 살 것 같은데요?"


임승수 작가님의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를 보면, 작가님도 가끔 그런 상상을 하나봐요. 로또 1등이 되면 무엇을 할까?


'내가 작가인데 로또 1등에 당첨되면 글쓰기를 때려치울까? 아니야, 그렇지 않겠지. 돈이 많든 적든 나는 이 일을 하는 것이 즐거우니까. 아마 나는 배부른 돼지, 아니 배부른 작가가 될 거야.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

'나는 작가로서 종종 이런저런 곳에서 강의를 하는데, 로또에 당첨되면 배가 불러서 강의를 안 할까? 역시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아마 배부른 강사가 되겠지. 나는 내가 가진 생각을 사람들과 나누기 좋아하니까.'

솔직히 좀 놀랐다. 로또라고 하면 누구나 인생역전, 대반전을 떠올리는데, 생생하게 꿈을 꾸는 과정에서 로또 당첨 전과 후의 내 삶에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로또 당첨 후에도 주변에 고급 물건이 생긴다는 사실만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작가의 삶은 그대로 아닌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선택해 산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로또 1등에 당첨됐는데도 삶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구나,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위의 책 188쪽)


저는 로또를 사지 않습니다. 로또에 당첨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아요. 여전히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살테니까요. 돈이 생겼다고 스포츠카를 사거나, 명품 시계를 사는 법은 없습니다. 돈 한 푼 쓰지 않고 인생을 즐기는 짠돌이 라이프가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행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로또 당첨되면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짜 행복은 미루는 게 아니니까요.

언제 어디서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을 꿈꾸며 삽니다. 회화 문장을 외우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진짜 로또는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매일매일 꿈이 이뤄지는 삶. 그러기 위해 저는 오늘도 비싼 돈이 들어가는 취미 활동은 멀리하고 살아요. 그래야 나의 하루하루가 로또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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