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런던 출장 갔을 때, 뮤지컬을 하루에 한 편씩 봤어요. 해외 여행 가면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을 봅니다. 파리에 가면 나이트클럽 리도 쇼나, 프라하의 인형극 등등. 사실 이런 공연은 취향이 안 맞으면 굳이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뉴욕이나 런던에 간다면 꼭 뮤지컬을 봅니다. 뮤지컬은 우리 시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총아거든요. 스토리와 음악과 춤과 미술이 어우러진 궁극의 대중 문화 예술.
다만 언어의 장벽이 있어 부담스럽긴 합니다. 영어 청취가 부담스러울 때, 런던 뮤지컬 고르는 3가지 요령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1. 한 물 간 쇼를 보라.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늘 새로운 공연을 올립니다. 새로 뜨는 뮤지컬이 많은데요. 극의 서사적 배경을 모르고 보면 가뜩이나 안 들리는 영어 때문에 무척 어려울 수 있어요. 또 취향을 타기도 하고요. 뉴욕과 런던은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관광지입니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같은 뮤지컬을 올린다는 건 현지 관객보다는 (현지 관객은 벌써 다 봤겠지요.) 여행자들이 꾸준히 찾는, 즉 국제적으로 공인된 콘텐츠라는 겁니다. '팬텀 오브 오페라'나 '레미제라블'처럼 오래 된 작품을 보면 이질감도 없고요.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표가 많고요. (새로 뜨는 작품, 해리 포터 연극의 경우, 할인티켓이 거의 없습니다.) 한 물 간 공연일수록 외국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인 경우가 많습니다.
2. 영화로 본 것을 보라.
최근에 떠오르는 뮤지컬 시장의 강자는 '디즈니'입니다. '디즈니'의 영화는 포맷 자체가 뮤지컬이에요. 좋은 노래들이 많지요. '겨울왕국'만 해도 히트곡이 많잖아요? 디즈니 영화로 이미 본 '라이언 킹'이나 '알라딘'을 뮤지컬 무대에서 다시 만나보세요. 이야기가 어렵지 않고요. 익숙한 노래가 나오기에 흥겹습니다. 영어 청취에 어려움이 있어도 영화로 이미 본 이야기이기에 스토리 전개를 따라갈 수 있어요. 명색이 외대 통역대학원을 나온 저도, 런던 뮤지컬을 볼 때 안 들리는 대목이 많아요. 그래서 런던이나 뉴욕에 여행가기 전 예습을 합니다.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지붕 위의 바이올린' '사운드 오브 뮤직' 등 영화를 다시 보고, 현지에 가서 오리지널 뮤지컬 버전을 즐깁니다.
3. 노래를 아는 걸 보라.
저는 2000년에 신혼여행을 뉴욕으로 갔어요. 뉴욕에서 1주일간 머무는 동안 매일 밤 뮤지컬을 한 편씩 봤는데요. 첫날밤엔 실패했어요. '캣츠'를 골랐거든요. 예능 조연출로 일하면서 가뜩이나 잠이 부족한데, 하필 낮밤이 바뀐 첫 날 시차 적응도 못한 상태에서 '캣츠'를 보니, 공연 중간 중간 졸려서 꾸벅꾸벅 졸았어요. 신혼의 아내에게 눈치 보여 혼났어요. '미스 사이공'과 '팬텀 오브 오페라'같은 작품을 먼저 봤다면 졸지는 않았을 거예요. 스토리 전개가 흥미진진하거든요. '캣츠'는 계속 고양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데 가사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중간에 잠이 달아난 순간이 있었어요. '메모리'가 나온 대목이지요.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의 히트곡으로 알려진 그 노래가 나오니 집중하게 되더군요. 뮤지컬을 볼 때, 대부분 안 들립니다. 하지만 몇 곡, 내가 알고, 좋아하는 스코어가 나온다면, 그 자체로 만족스러워요. 좋아하는 노래가 있는 작품을 고르세요. '맘마미아'같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인기를 끄는 이유입니다. 관객에게 친숙한 노래가 연이어 나온다는 것.
런던에서 머무는 동안, 어떤 뮤지컬을 볼까 궁리를 많이 했어요. 검색도 하고요. 2016년에 런던에서 워킹 홀리데이하던 어느 블로거가 올린 포스팅을 봤어요. 그 분, 한국에 있을 땐, 대구에서 살았대요. 보고 싶은 뮤지컬이 있으면 서울로 원정을 갔더랍니다. 왕복 교통비 + 식비 + 티켓, 때때로 숙박까지 더하면 20만원은 휙 날아가요. 공연 한 편 보는데 말이지요. 여기선 보통 낮 할인 티켓이 20파운드 (당시엔 환율이 떨어져서 35,000원)에 보니까 완전 이득이라고 적었어요. 그 글을 읽고나니 런던에 머무는 동안 뮤지컬을 보러 다니는 게 꼭 돈 버는 것 같았어요.
(블로그 원문은 아래로~)
여행다니며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세상에서 재미난 건 다 해보고 싶은데요.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 수십 년 동안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지금 현재 세상에서 최고의 쇼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런던에 가신다면 뮤지컬 관람을 권합니다.
런던 뮤지컬 관람기, 이전에 올린 글을 참고하시려면, 아래 글을 보세요.
2018/08/09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 <쓰릴러 라이브>와 <스쿨 오브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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