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본 런던 뮤지컬 관람기를 올립니다.)
런던에 가면 항상 저녁에는 뮤지컬을 관람합니다. 뉴욕 브로드웨이도 그렇고 런던 웨스트엔드도 그렇고 뮤지컬의 명소지요. 제 직업은 PD입니다. 음악 쇼 연출도 하고, 드라마 연출도 하는 입장에서 뮤지컬은 항상 영감의 근원입니다. 음악과 스토리와 춤과 무대 미술, 현대 대중 문화의 모든 역량을 그 정점에서 꽃피운 포맷이 바로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 관광객들과 함께 뮤지컬을 보는 게 런던 여행의 또다른 묘미지요.
런던 여행 와서 뮤지컬을 보신다면, 5대 뮤지컬을 보는 게 제일 좋아요.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라이온 킹>, <레미제라블>, <위키드>.
5대 뮤지컬은 거의 2번 이상 봤어요.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뉴욕에서만 2번을 봤고, <맘마미아>는 런던에서 2번, 한국에서 2번, <라이온 킹>도 런던에서 한 번, 한국에서 2번. 등등.
<라이온 킹>의 경우, 런던 판이 좋았어요.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한 한국 공연도 좋지만, 런던 웨스트엔드 버전의 경우,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라이온 킹> 특유의 아프리카 음악과 춤의 분위기가 잘 살거든요.
이런 느낌, 한국 캐스트에서는 좀 다르지요.
런던에 출장오면,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품을 찾습니다. 그래서 산 표가...
<쓰릴러 라이브!>
(정가는 72파운드인데, 레스터 스퀘어에서 할인 티켓으로 구입하면 44파운드, 한화 7만원)
8,90년대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출 때, 마이클 잭슨 흉내를 내고는 했어요. 특히 <빌리 진>의 문댄스!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으로 채워진 공연이라는 소개에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마이클 잭슨의 오랜 팬으로서, 무척 즐거운 공연이었어요. 하드코어 뮤지컬 팬이라면 실망할 수 있어요. 이야기가 있는 뮤지컬은 아니거든요. 그냥 잭슨의 무대를 세 명의 보컬과 한 명의 댄서, 다수의 백 댄서들이 재연하는 공연입니다. 꼬마 가수가 나와 잭슨 파이브 시절부터 보여주는데요. 그냥 노래와 춤만 즐겨도 흥겨운 무대입니다.
그래도 런던까지 왔는데 정통 뮤지컬을 보고 싶어요.
그래서 레스터 스퀘어의 할인 티켓 판매소를 찾아갔습니다.
줄이 꽤 길게 서 있지만 10분 정도면 표를 살 수 있어요. 기다리면서 무료 배포하는 뮤지컬 소개 책자를 읽어도 좋구요. 마침 <스쿨 오브 락> 표가 싸게 나와 있네요. 잭 블랙 주연 영화로 즐겁게 본 기억이 있어 뮤지컬로도 보고 싶었거든요.
<스쿨 오브 락> 일요일 오후 3시 공연입니다. 정가는 55 파운드인데 할인가는 39파운드 (우리돈으로 6만원. 한국에서 공연보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힙니다. 앗싸! 이럴 땐 횡재한 기분이에요.)
극장 앞에 와서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맙소사, 이게 앤드류 로이드 웨버 뮤지컬이었어?"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을 만든 거장이 새로운 작품을 낸 건 몰랐어요.
공연 시작을 알리는 멘트를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직접 녹음했어요. 전성기 시절의 작품보다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거장이 아직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뮤지컬!
뉴욕이나 런던에서 뮤지컬을 볼 때마다 20대에 영어 공부한 보람을 느낍니다. 뮤지컬은 자막이 없어 이해하기 쉽지 않거든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습니다. 안 들리는 대목도 여전히 많아요. 그래도 들리는 대목만 즐겨도 충분하다는 자세로... 무엇보다 영국인 관객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 사이에서 함께 박수치며 웃는 이 시간이 즐거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영어 뮤지컬 고르는 요령에 대해 글을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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