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책을 외우며 새로운 언어를 공부합니다. 대만 여행 가서 예전에 외웠던 중국어 덕을 톡톡히 봤어요.

1. 버스 안내도 회화 연습이다.

버스에서 음성 안내가 나오면 다음 정류장 이름을 귀 기울여 듣습니다. 내가 가야할 정류장이 '고궁박물관'이 있는 '꾸꿍로' 라고 하면 안내판에 古宮路라고 뜨고 음성으로 알려줍니다. 그때
성조를 유심히 듣고 반복해서 외워둡니다. 길을 물을 때, 버스에서 들은 발음으로 최대한 흉내를 냅니다. 
"칭원, 꾸꿍 짜이나얼?" (죄송한데, 고궁 박물관은 어디 있나요?)

'칭원, ~ 짜이 나얼?' 은 회화책에서 외운 표현이고요. 중간에 들어가는 단어만 그때그때 버스 안내에서 들은 대로 넣어서 활용합니다. 외운 표현은 자꾸자꾸 활용해봐야 합니다.

 

2. 영문 안내판 읽기는 독해 연습이다.

길을 가다 영어로 된 유적지 소개를 만나면 꼭 읽어봅니다. 저의 경우, 블로그 소개를 위해 안내문을 촬영도 해요. 나중에 글을 쓰다 기억나지 않는 대목은 사진을 보면 되거든요. 여행 가서 보는 것은 다 처음 보는 것이지요. 그때마다 영어 안내문을 읽어 버릇하면 모르던 것을 새로이 알 수 있어요. 알면 다시 보이고, 알고 보면 더욱 좋아집니다. 이것도 다 영어 독해 공부의 일환이랍니다.

얼찌핑 트레일에 대한 소개. 이렇게 촬영을 해두면 나중에 블로그 글을 쓸 때 도움이 되지요.

3. 길거리 음식 주문도 회화 연습이다.


배낭여행 가서는 길거리 음식을 자주 사먹습니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 테이블 차지하기 민망하잖아요. 문제는 노점상의 경우, 영어 메뉴도 없고 주인장이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할 때가 많아요. 저는 대만식 전병을 자주 먹었는데요.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하나 달라고하면 항상 되물어요. 계란을 넣을 건지, 양념은 뭘로 할건지. 대만의 경우, 외양상 구분이 안 되니 외국인인줄 모르고 뭐라뭐라 막 물어봅니다. 문제는 제가 대만 양념의 이름을 모른다는 거죠.

이럴 때 저는 일단 씩 웃습니다. "워 쉬 한궈런." 한국인이라 소개하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니 시환 더 시화, 워 예 시환."
(당신이 좋아하는 거라면, 나도 좋아요.)

좀 엉터리 표현일 수 있어요. 하지만 흔히 써먹는 만능 표현입니다. 뉴욕 길거리 노점상에서 핫도그 하나를 주문해도 여러가지 소스 중 뭘 선택할지 묻습니다. 모르거나 고민될 때는 이렇게 말해요.
"I will try what you like best."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걸로 시도해볼게요.)


먼저 외국인이라는 걸 밝히고, 웃으며 말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심각한, 혹은 겁먹은 표정으로 말하면 상대가 당황합니다. ^^ 웃으면서 말하면 상대도 웃으면서 알아서 만들어줘요.

"헌 하오 츠, 쭈이 하오!" 하고 엄지를 척 세워줘도 좋구요.

(아주 맛있어요. 최고에요!)

중국어 회화책은 몇년 전에 외우고 그동안 노느라 싹 까먹었어요. 하지만 문장 암기가 참 좋은게요. 그 나라에 가면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나요. 외운 몇개의 문장을 토대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요. 

 

4. 박물관 투어는 듣기 훈련이다. 


타이베이 고궁 박물관은 세계 5대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소장품의 규모도 방대하고 그 수준도 뛰어납니다. 고궁 박물관 소개는 여행일지에서 다시 하고요. 이곳을 혼자 가서 구경해서는 제대로 즐길 수 없습니다. 중국어와 영어로만 안내가 표기되어 있거든요. 대부분의 박물관은 자국어와 영어로 무료 안내를 해줍니다. 고궁박물관의 경우, 1주일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영어 가이드 투어를 예약할 수 있어요. 

시간에 맞춰 갔더니 영어에 능숙한 현지인 자원봉사자가 나와서 무선 헤드폰을 나눠줍니다. 미국 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10여명이 한 팀이 되어 전시실을 다니며 소장품에 얽힌 이야기를 듣습니다. 영어 리스닝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1시간 정도 가이드 투어를 쫓아다니면 박물관 구경도 되고, 영어 공부도 됩니다.

예전에 한창 영어 공부에 빠져있을 때 호주 시드니 미술관에 가서 영어 투어를 신청했더니, 70대 자원봉사자 호주 할머니가 나오셨는데, 신청자가 저뿐이었어요. 저를 데리고 미술관 곳곳을 다니며 소개해주시는데 정말 재미있었죠. 끝나고 나서는 커피숍에 가서 커피도 사주셨어요. 호주 미술에 관심을 가진 한국 청년이 있다니 참 고맙구나, 하면서요. 사실 저는 호주 미술보다 영어 리스닝에 관심이 있었던 건데 말입니다.

영어 가이드 투어 중 다른 여행자에게 슬쩍 말을 걸어보기도 합니다. "타이베이에서 가본 데 중 어디가 좋았어요?" 가이드 투어가 끝나고 박물관 커피숍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친해질 수도 있지요. 배낭여행도 잘만 활용하면 어학 연수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강의실에 앉아 수동적으로 배우기만 해서는 언어가 잘 늘지 않아요. 현지인들과 부딪히며 자꾸 써먹어야죠.

책을 보고 문장을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자꾸 써먹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외국어 공부는 그 사용 국가로의 여행과 병행해서 즐기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는데 동기부여도 되고요, 공부한 보람도 느낍니다. 말이 안 통하면 우리는 돈을 지릅니다. 택시를 타거나, 영어가 통하는 고급 호텔로 가지요. 돈을 아끼려면 자꾸 말을 써야해요. 배낭여행을 어학 연수의 기회로 활용해보세요. 말도 배우고, 돈도 아끼는 일석 이조의 효과!

댓글부대 여러분,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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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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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정빈 2019.07.02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너무 재밌어요.^^

    작가님 글을 보고 30대에 영어 공부를 시작한지 어언 2년이 흘렀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기초 수준부터 시작 초급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중요한 건 여전히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
    아직 포기 하지 않았다는 것.

    제 영어 공부 시작점에 작가님의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