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스물 여덟에 외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외대 통역대학원 입시는 영어 시험의 끝판왕입니다. 영어 학원에 가도 통대 입시반이 가장 어렵잖아요? 어학 공부에 끝이 있을 수는 없지만 통역대학원을 졸업하면 이제 영어 공부는 끝이구나 싶습니다. 저는 그 후로 영어를 갖고 놀기만 합니다. 영어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미드를 즐기면서. '90세까지 사는 인생에, 20대에 마친 공부로 평생 울거먹는 건 좀 심하지 않은가? 발전이 없어 인생이 재미없지 않은가... 기왕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노하우를 익혔으니, (회화책 한 권만 외우면 입이 트인다!) 다른 언어에도 한번 도전해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도전한 게 일본어였습니다. 나이 마흔에 히라가나부터 외웠어요. 처음엔 글자를 익히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히라가나랑 가타카나도 구분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문자는 무시하고 그냥 말을 외웠어요. '글보다 말이 먼저다.' 문장을 외우니 만화를 읽을 수 있었어요. 만화를 보면, 그림과 상황을 통해 주인공의 대사와 지문을 대충 이해할 수 있거든요. 소리내어 말을 해보고 글자를 거기 맞추는 거지요. 이렇게 말을 통해 글자를 배웠어요. (하지만 지금도 가타카나로 된 일본어 간판은 가끔 헷갈려요.) 

(집에 있는 일본 만화를 쌓아올려 만든 집. 덕질은 즐거워라라라~^^)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덕에 일본어도 쉽게 배웠는데, 아직 중국어는 좀 어렵습니다. 아마 제가 중국 드라마에 정을 붙이지 못해서 그런가 봐요. (대만의 로맨스물이 그렇게 재밌다는데... ㅎㅎㅎ)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원고를 넘긴 작년 가을, 위즈덤하우스의 편집장님이 물어보시더군요. "혹시 영어 일본어 중국어 3개국어 회화책을 쓸 생각은 없으세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와 묶어서 팔아도 좋을 것 같은데요."

영어 회화 책은 어떻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야매로 공부한 중국어와 일본어로 감히 회화 교재를 쓸 엄두는 안 났어요. 이번에 나온 '3개국어 기초회화 다이어리'를 보니, 그때 포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3개국어 기초회화 다이어리'는 국내 1세대 스타 영어 강사 박현영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유용한 기초 회화 표현을 모두 모았네요. (역시 인생의 행복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데서 온다는~^^)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하루 한 문장씩 3개국어 표현을 외운다는 기분으로 공부해도 좋아요.

어떤 분들은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가 암송용 회화 표현을 묶은 학습서인줄 알고 샀다가 실망하기도 합니다. 좋은 영어 교재는 이미 많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만해도 참 좋은 교재에요. 중학교 시절부터 영어 교과서만 열 권 넘게 봤는데, 좋은 교재를 못 만나서 영어가 안 느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책을 외우겠다는 생각을 안 한 거지요. 그냥 수업을 듣는다고 영어가 절로 되지는 않습니다. 영어 표현을 소개하는 것보다, 영어 문장을 외우는 방법과 이유에 대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의 직업은 드라마 PD입니다. PD란 동기부여 전문가입니다. 신인 배우를 찾아 사람들이 모르는 그 사람의 매력을 발굴하고, 신인 작가를 찾아 새로운 이야기의 재능을 발견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내재한 영어의 재능을 발굴하고 싶었어요. 그걸 위해 저의 본업인 스토리텔링을 동원한 책을 쓴 겁니다.

문득 제 책을 읽으신 독자분들께, 3개국어로 물어보고 싶네요.

Did you have a good time?

꿔 더 위콰이 마?   (위콰이/ 愉快)

타노시캇타데스까? (타노시이 / 즐겁다)

즐거우셨으면 다행입니다.

 

3개 외국어의 초급 회화를 외우는 것도 재미난 공부입니다.

 

영어는 외국어 공부의 기본이요,

일본어는 취미와 여행을 위한 최고의 도구요,

중국어는 앞으로 취업과 비즈니스에 있어 최고의 경쟁력이 될 테니까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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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1.31 0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지난번 강연회때 PD님의 일본어, 중국어 실력을 봤을때 3개국어 회화책 쓰셔도 재미있을거 같은데요.
    왠지 몇년후에 일어, 중국어까지 마스터 하셔서 회화책 내실거 같은 느낌이 ^____________^

    PD님이 동기분여 전문가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맞는거 같아요. 강연회때 PD님이 직접 일본어나 중국어 하시는걸 직접 보면서 '책에서 보던 암송이라는것이 저거였구나! 암송을 제대로 하면 저렇게 말이 술술 나오는거구나' 라는걸 새삼 느끼면서 책 한권 외워보는거 꼭 해보자라는 다짐을 다시하게 되었거든요. ^^ 이래서 저자 강연회는 꼭 가봐야한다는 말이 맞는거 같아요.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되신다면 오프라인 강연회에서도 자주 뵙고 싶어요. ^^

    영어공부에 관심이 많다보니 영어 관련 글들이 자주 눈에 보이는데요. 이미 유투브 동영상으로 유명하신 외국분인데 제목처럼 영어공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한 기사가 있네요.
    시간되시면 재미로 한번 읽어들 보세요. ^^

    [중앙sunday - 한국인 돈 엄청 들이고, 틀린 영어 배우며 스트레스 받아]
    http://sunday.joins.com/archives/143768

    • 김민식pd 2017.01.31 1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페이스북에서 본 기사네요. 역시 돈보다 재미로 일하는 사람을 못당하겠군요. 아닙니다. 아직 제 중국어랑 일본어는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별 걱정은 하지 않아요. 기초는 닦았으니 언젠가 필요하면 보충만 하면 되거든요. 섭섭이님이 강연회 오시면 이제 긴장할 것 같아요. 레퍼토리가 그리 다양하지 않은데 바닥이 드러날까봐... ^^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 Turningpoint 2017.01.31 08: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와따시 곤도 日本노 망가 "女帝", "시마 課長 series", "Master 키튼" 오 캇떼 키따 노데
    요로시갓따라 카시떼 아게마슨데, 連絡시떼 구다사이 ^^!

    Thanks for your advise from yesterday!
    I'll do my best for those series concert for "the truth of Sewolho" &
    the sing a song writers ^^

    오친 스빠시바!!!


  3. 게리 2017.01.31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개국어 기초회화 다이어리 인터넷 서점에서 보고 괜찮겠구나 했었는데
    역시 피디님은 벌써 구매하셨군요
    중국어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굉장히 유용할 언어이긴한데..
    아직 영어하나 마스터도 못했으니 ㅠㅠㅠㅠㅠ...
    피디님이 알려주신방법으로 열심히 영어에 매진하겠습니다!!!!

  4. 야무 2017.01.31 0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궁금한 게 있습니닷! 대학 때까지는 학교공부를 그닥 좋아하지 않으셨잖아요. 외통대 공부도 만만찮았을텐데, 그래도 본인이 선택해서 간 곳이니까 좀 다르셨을듯 해요. 혹시, 대학 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특히 학업 측면에서 비교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좋아하는 공부랑 그렇지 않은 것을 둘 다 실제 경험하신 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5. Grace 2017.01.31 13: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즐거웠습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으면서도 즐거웠고, 강연들도 항상 즐거웠고, 블로그에서 읽는 글도 매일 즐겁고요. 지금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읽고 있는데 이 책도 너무 즐겁네요^^

    • 김민식pd 2017.01.31 1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
      출판사가 망해서 이젠 서점에서 찾을 길이 없는 비운의 첫 책... 부족한 점이 많지만, 너른 마음으로 즐겨주셔서 고맙습니다!

  6. rb23 2017.01.31 17: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중국어를 막 배우기 시작해서 6과까지 마치고 설에 대만에 다녀왔어요! 알아듣지 못해도 배운 대화가 나오면 다 들리더라구요. (하우지여우부찌엔! 이 들려서 너무나 신기^^) 영어를 위해 다음 여행지는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대만에서 일본어, 중국어, 영어 섞어쓰면서 대화하려고 애썼던 것이 여행을 더욱 재미있게 해줬던 것 같아요. 영어도 꾸준히 한 권 다 암송하면 입이 트이겠지요! 저도 피디님처럼 영어를 즐기고 싶어요. 화이팅 ^^

    • 김민식pd 2017.01.31 17: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리스닝이 느는 비결도 역시 암송에 있지요. 내가 아는 표현은 잘 들리고 모르는 표현은 안 들리거든요. 여행은 어학 공부의 좋은 동기부여 방법입니다. 즐기시어요!

  7. 첨밀밀88 2017.01.31 1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개국어 욕심에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중인데요 ㅋㅋ

    그래도 뭐 피디님 글에 단골 답글 고객들이 이렇게나 많이 늘어난게 참 즐겁네요 ㅋㅋ

    왠지 피디님 글을 읽고 그날의 계획을 세워서 살지 않고 그냥 막 살면 왠지 나사빠진 하루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일명 중독이하는 건지 ㅋㅋ

    쥬프페...

  8. 깍꽁이 2017.01.31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금전 pd님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다 읽었네요...대학졸업후 영어랑 담을 쌓다가 한번 시작해보려구요...워킹맘이라 잘할수 있을지..pd님 책을 보고 한편으로는 할수있다고 생각은 들지만꾸준히 할수 있을지 한편으론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한번 시작해볼려고 합니다....오랜만에 공부하는거니 왕초보영어회화100일의기적부터 먼저 외워도되겠죠?
    응원부탁드려도 될까요?

  9. 즐기자 2017.01.31 2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일본어는 회화 뿐이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익혔습니다. 기본서 한권도 안 뗐는데 처음 일본에 왔을때 일상 회화는 큰 무리없이 저절로 말이 입에서 나와서 저도 좀 신기했는데요, 생각해보면 좋아하던 애니는 몇번을 반복해서 보면서 대사를 외울정도였고, 그 외에도 많은 애니메이션을 즐기면서 보다보니 저도 모르게 익숙해진 표현들이 많아서 그런것 같아요. 아직 문법이나 한자단어들은 약하지만요. 역시 언어는 즐기면서 공부하는게 제일인 것 같습니다. 영어도 지금 암송하는 책을 끝내고 얼른 즐기는 단계로 가고 싶네요~ 물론 암송은 그 이해도 계속 할거지만요*_*

  10. 가장푸른눈 2017.01.31 2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강연 계획 없으신가요~~?^^

  11. 흰곰부잉 2017.02.03 1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책 영어책한권외워봤니? 뭐에 홀리듯이 그 자리에서 다 읽고 추천해주신 기초회화책 매일 1day씩 외우고있습니다. 정말 재밌어요. 역시 쉬운거부터 하는게 진리였어요. 괜히 어려운원서 읽다가 치우고 또 사고 그랬거든요. 피디님 책 뒤에 한민근쌤에게 보내는 편지 읽다가 찡했구요. 피디님 드라마찍으셔야 되는데 책쓰시는 현실 더 찡하구요. ㅠㅠ 여튼 올한해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글 종종 올려주세요. 피디님 블로그 넘나좋은것~~!!

  12. Celestina 2017.02.03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의 책을 읽고 여러번 미소를 지었답니다. 영어공부에 몰입했던 과정이 비슷하기도 하고 언어 자체에 대해 관심 많은 부분까지도... 저 또한 유학안가고 혼자 PD님과 비슷한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며 영어를 체화했고 지금은 필수 수단인 직업을 가지고 즐겁게 살고 있어요. 91학번이니 저도 40은 훌쩍 넘었죠. 2년전엔 스페인어에 도전했고 올해 스페인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어요. 언어가 주는 행복감은 배우지 않고는 절대 모를거에요^^ 좋은책 잘 읽었습니다. 제아들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