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22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우치다 타츠루, 오카다 도시오 / 김경원 / 메멘토)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공동체의 가치가 흔들립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유대관계가 약해지고, 마을 공동체가 약화되고, 기업의 종신고용제도가 무너집니다. 고도 성장기에는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기에 공동체가 사라져도 아쉬운 줄 몰라요. 필요한 것은 전부 시장에서 살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장기 경제 침체와 동일본 지진 이후, 이제 일본은 풍요롭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절망적일만큼 저임금인 데다 잠잘 시간도 확보하기 어려운 지경이랍니다. 젊은이들의 고용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요. 이런 절망의 시대를 어떻게 건너가야 할까? 그 고민을 두 사람이 대화로 풀어갑니다. 한 사람은 무예인입니다. 무도와 철학을 공부하는 배움터를 운영하고, 또 한 사람은 오타쿠로 비즈니스 공동체를 창업했어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한 목소리로 위기의 시대, 공동체의 가치 회복이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도 공동체의 해체라는 사정은 일본과 그다지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경쟁과 순위 매기기로 젊은이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분단과 고립을 강요당합니다. 그러니까 고립하기 쉬운 젊은이들을 서로 이어주는 기회를 마련하여 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 다음 세대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의 성숙을 지원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연장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이 세계의 상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위의 책 12쪽 한국어판 서문)
일본에서 노후 빈곤이 늘어나는 것도 가족과 기업, 지역사회라는 세 공동체의 약화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개개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회인은 스킬, 네트워크, 인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킬이나 커리어를 쌓아가고, 신뢰할 수 있는 선배에게 일을 배움으로써 네트워크를 넓혀갑니다. 스킬이 탄탄하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는 모두에게 신뢰를 받고 호감을 사는 인성을 닦습니다.
증여경제가 만약 부활한다면 마지막에는 인성이 작용할 수밖에 없으니까 아무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인지가 꼭 필요하겠지요. 타고난 품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증여경제는 작동하지 않아요.'
(위의 책 176쪽)
인성이 좋은 사람, 참 막연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인성을 기를 수 있을까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게 본질이겠지요. "이 일이 과연 좋은 일일까?" 하고 망설여지는 일은 그만 두고, "이 일은 좋은 일이야!" 하고 또렷하게 확신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요. 도랑을 치운다든지 빈 깡통을 줍는다든지.'
(180쪽)
'청년 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에서 언급되는 것을 보고 찾아본 책입니다.
2016/11/01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공부가 취미가 되는 삶
공동체 생활을 하려면 좋은 인성을 갖는 게 필수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도 않고, 또 나와 다른 사람과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감이당 청년들이 가장 열심히, 또 가장 잘 하는 것이 청소라고 나옵니다. 청소는 우치다 선생도 강조하는 활동입니다. 청소야말로 수행의 기본이라고 말하네요. 해도해도 끝이 없고, 끝나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게 청소거든요. 아이 둘을 키우는 저로서는 절절히 공감하는 말씀입니다. ^^ 그게 공부의 본질이지요.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것. 끝이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과정에 집중하는 것, 그게 청소의 도이자, 공부의 도리입니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목표가 아닙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좋은 일이라고 믿는 어떤 일을 하는 것 뿐이죠.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대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이제부터는 옛날 인터넷에 썼던 글이 탄로나서 징계를 받는 사람이나 합격을 취소당하는 사람, 파혼을 당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질 겁니다. 신원이 드러날 걱정은 없겠지 하고 노골적이고 혐오스러운 본심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사람은 나중에 '신원이 밝혀졌다'는 통고를 받고, 그게 아니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구제를 받을 수 없겠지요.'
(위의 책 185쪽)
정유라 씨가 올린 글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 저는 그 글이 우리 시대의 잠자는 양심을 깨웠다고 생각합니다. 그 글이 최순실씨의 구속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발화점 중 하나였지요. 철없는 딸이 홧김에 올린 글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숨어있던 많은 잘못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대생들의 공도 컸지요. 해방 이화, 만세!)
자신이 올린 글이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어요. 아무리 절망의 시대라도 저주와 혐오의 늪에 빠지진 말아야겠어요. '여성 혐오'도 마찬가지 입니다. 내가 쓰는 글이 '여성 혐오'인가 아닌가, 그걸 시험해보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쓰는 글을 언젠가 나의 어머니가, 나의 연인이, 나의 아내가, 나의 딸이 보았을 때, 나는 떳떳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글은 쓰지 마세요.
'지금까지 전후 일본사회는 예외적으로 풍요롭고 안전했습니다. 배우자가 없어도, 동료가 없어도, 돈만 있으면 혼자서도 유쾌하게 살 수 있었지요. 아니, 도리어 혼자가 훨씬 자유롭고 쾌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공동체를 유지할까'라는 경험지 經驗知의 소중함을 잊어버렸습니다. 공동체가 없어도 돈만 있으면 필요한 것은 전부 시장에서 상품의 형태로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식사, 쾌적한 주거공간, 안전장치 등등 무엇이든 돈으로 살 수 있었어요. 가사의 아웃소싱이 진행될수록 청소, 빨래, 다림질, 눈 치우기를 모두 전화 한 통으로 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돈, 돈,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속에 깊이 침투해버렸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그런 단순한 삶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통렬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선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정말로 필요한 것,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중략) 잠시 동안만이라도 손에서 책을 떼고 스스로 '내가 살아남기 위한 공동체'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위의 책 251~252쪽)
절망의 시대에는 공동체의 회복이 꼭 필요합니다. 가족이 그렇고요, 직장이 그렇고요, 마을이 그렇습니다. 가족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고요. 행복한 일터를 위해 노동조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가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음... 그냥 좋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됩니다. 내가 좋은 사람 되기는 힘들어도, 좋은 사람에게 투표하는 건 쉬우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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