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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주말엔 꿈꾸는 독서

by 김민식pd 2016. 10. 29.

주말엔 무엇을 하시나요?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 따듯한 집안 구석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 것도 좋지요. 제가 꿈꾸는 노후는 책과 함께 사는 겁니다. 노후에 독서를 즐기려면 지금부터 자꾸자꾸 읽어버릇 해야지요.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자꾸 모험심이 커집니다.

 

2016-216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도로시 길먼 / 송섬별 / 북로드)

엉뚱한 할머니가 스파이로 나오는 탐정 시리즈입니다. 아이들 다 키우고 가끔 손주를 보고 소일하던 할머니가 '어린 시절 내 꿈이 무엇이었지?'하고 생각하다, '아, 맞다. 나 스파이 하고 싶었는데...' 하는 생각에 문득 CIA를 찾아갑니다. "제가요, 살만큼 살아서 크게 욕심도 없고, 너무 심심하기도 해서 그래요. 좀 위험해도 괜찮으니 임무 하나 주실래요?" 

귀엽고 엉뚱한 할머니 탐정 이야기. 책을 읽고 느낀 점. '그래, 노후엔 좀 위험한 꿈에 도전해봐도 좋겠어!'



2016-217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이민영 / 이랑)


'메콩강 따라 2850킬로미터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크아아! 폴리팩스 할머니는 소설 주인공인데, 실제로 이렇게 멋지게 사는 분이 있군요. 30대 여자 혼자 어느날 갑자기 자전거 한 대 끌고 태국 치앙마이로 갑니다. 메콩강을 따라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거쳐 바다까지 가는군요. 우워어어어! 멋지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행지가 태국과 라오스입니다. 치앙마이 트레킹도 좋았고, 라오스 배낭여행도 좋았는데, 그 두 곳을 자전거로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해봤어요. 언젠가 퇴직하면 자전거로 세계일주하는 게 꿈이어요.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하면 마님께 퇴직금을 헌납하고, 저는 제 연금 받아서 자전거 세계일주를 떠날겁니다.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예산을 보니 1개월에 600달러면 충분하다고 하는대요. 물론 2010년에 나온 책이고 인도차이나 반도의 관광 물가가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텐트 치고 밥 해먹고 다니면 충분히 가능할 듯 합니다!

책 중간에 어떤 유럽 여행자를 만난 이야기가 나옵니다. 40대 남자인데, 여행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결혼도 포기했다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 여행의 자유를 잃어버릴까봐 안 한다고... 포기하지 말아요. 100세 시대예요. 결혼하고 애 키우고 일 다 하고 나서, 나이 60에 여행자의 삶을 리부트할 수 있어요. 슈퍼맨도 돌아오고 배트맨도 돌아오는데 20대의 방랑 청년이 돌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20대 배낭족이여, 나이 60에 리부트! ^^  

 

2016-218 오늘부터 여행작가 (채지형 박동식 유정열 / 상상출판)

 

분명 퇴직하고 세계일주 떠난다고 하면 마님이 펄쩍 뛰실 거예요.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오늘부터 여행작가' 퇴직후 인생 2막은 여행작가로 사는 거지요. 책 표지의 카피가 죽이지 않나요?

'여행하고 글쓰고 돈도 버는 - 오늘부터 여행작가'

일하려고 여행간다는 데 뭐라 그러겠어요. ㅋㅋㅋㅋㅋ

 

(옆에 있는 책은 며칠 전 도착한 '아름다운 자전거길 50'~ 보기만 해도 심장이 쿵닥쿵닥 뜁니다.

아, 세상에는 왜 이리 재미난 것들이 많을까요!)

 

여행작가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소개됩니다. 책 기획안 작성요령에서 출판사와 계약하기, 독립출판 준비하기 등의 내용이 나옵니다. 요즘 늘어나는 여행작가학교도 소개하고요. 책 출판으로 돈 벌기 쉽지 않습니다. 자칫 출판사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고요. 작가 학교도 학비가 꽤 세지요. 남의 돈을 잃거나, 내 돈이 나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방식은 블로그를 통한 작가 입문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여행작가가 되는 길은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콘텐츠만 있다면 지금 컴퓨터를 켜고 사진을 올려 글을 쓰는 것으로 첫 걸음을 뗄 수 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일정 기간 동안에는 쉼 없이 글과 사진을 포스팅해야 한다. 절대적인 양과 함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콘텐츠를 돋보일 수 있게 만드는 창의력도 필요하다. 아무리 꾸준히 올린다고 하더라도 독특함이 없으면 출판 기획자의 눈에 들기 어렵다. 다른 곳에서 본 듯한 이야기라면 누구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의 책 42쪽)

어렸을 때 책에서 '눈 뜨고 꿈꾸는 사람'이라는 글을 읽었어요. 눈을 감고 하는 허황된 공상은 이루기 힘들어요.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눈 부릅뜨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시작합니다. 여행 작가가 꿈이라면, 먼저 관련책부터 읽습니다.

좋은 여행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먼저 닮고 싶은 작가나 좋아하는 책을 폼고 있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책 끝에 341쪽에는 추천도서 목록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저는

'나를 부르는 숲 / 빌 브라이슨', '자전거 여행 / 김훈', '세노 갓파의 스케치 여행 / 세노 갓파' 를 좋아합니다. 

언젠가 퇴직하면 자전거 세계일주를 떠날 겁니다. 우선 당장은, 짬날 때마다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고 싶어요. 여행은 지금 여기서 시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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