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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창의성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by 김민식pd 2016. 11. 15.

창의성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지난 2편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예전에 MBCKBS 피디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어요. 3,40대 피디들이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히 자녀 교육 이야기가 화제가 되더군요. 아이를 창작자로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전에는 결핍이 창의성의 원천이 되던 시절도 있었어요.

제가 아는 드라마 작가 한 분은 어린 시절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 세탁기도 없었답니다. 당시에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면 세탁기를 상품으로 줬대요. 세탁기 욕심에 사연을 열심히 써서 보냈는데, 어느 날 덜컥 뽑혔답니다. ‘냉장고도 한번 타볼까?’ 상품 욕심에 사연을 계속 보냈는데, 자꾸 떨어지더랍니다. 뽑히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고민했어요. ‘같은 이름으로 자꾸 보내니까 안 되나?’ 동네 아줌마들을 찾아다니며 재미난 사연을 수집했답니다. 아줌마들의 사연을 대신 써주고, 상품을 타면 반반 나눴답니다. 사연을 수집하고 각색하면서 세간 살림을 모았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드라마 작법 공부가 된 겁니다. 드라마 작가란 주위의 재미난 사연을 수집하고, 그걸 이야기로 푸는 사람이거든요. 집이 가난해서 세탁기 타려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던 그 분은, 지금 1년에 10억 이상을 버는 드라마 작가가 되었지요.

이제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글을 쓰는 시대는 아닙니다. 물질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예전보다 풍요로워졌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 너무 바빠졌어요. 목동에 사는 한 KBS 피디가 아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집 아들은 중학생인데 기타를 참 좋아합니다. 매일 기타를 붙들고 사는데 심지어 밤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기타 코드 잡다가 기타를 안은 채 그대로 잠들기도 합니다.”

, 아이가 공부하다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잠들었다는 얘기보다 더 부러웠어요.

중학생인데 벌써 직접 작곡도 하고 그럽니다. 나중에 기타리스트나 작곡가가 되는 게 꿈이랍니다.”

그 자리에 있는 피디들이 부러움의 탄성을 질렀어요.

그 어린 나이에 창작자의 꿈을 갖게 된 비결이 뭔가요?”

집이 목동이지만, 아이에게 사교육은 전혀 시키지 않습니다. 저녁에 학원도 안 보내요. 동네에서 학원에 안 다니는 아이는 저 뿐이니까 같이 놀 친구가 없어 늘 심심해하더라고요. 그래서 기타를 사다줬더니 바로 빠져버린 거예요. 이제는 기타 없이는 못 살아요.”

창작자의 삶을 꿈꾸는 사람은 좀 한가해질 필요가 있어요. 어려서부터 부모가 짜주는 스케줄에 따라 바쁘게 움직인 사람은 나중에 직장에 들어가서도 누군가 시키는 일만 죽어라 할 겁니다. 어려서 놀아보기도 하고 무언가에 빠지기도 한 사람이 평생 가는 취미도 찾고 거기서 평생 일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으려면 좀 한가해져야 합니다. 정말 심심해서 못 견딜 지경이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이 진정한 취미거든요. ‘아이를 창작자로 키우려면,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자.’ 그게 그날의 교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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