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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창작은 삶의 자세다

by 김민식pd 2016. 11. 16.

창작은 직업이 아니라 삶의 자세다.

  (지난 세 편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이제는 행복의 정의를 바꿔야할 때입니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업하고 평생 같은 직장을 다니는 것은 과거의 방식입니다. 첫째 명문대에 들어가기도 너무 힘들어졌고, 둘째 평생직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제는 평생직장 보다 평생 가는 직업을 찾아야합니다.

PD라는 직업을 만난 것은 제 인생 최고의 행운입니다.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PD가 되는 것이 쉬웠는데, 요즘은 신입 사원 공채도 잘 뽑지 않아 몇 년 째 신입 PD가 없어요. 어쩌다 한번 뽑으면 경쟁률이 12001입니다. 이 재미난 직업을 더 많은 사람이 누렸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창작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잠깐, 방송사에 입사해야만 창작자가 되는 건가? 요즘 시대 유튜브나 블로그가 있는데, 누구나 창작자의 삶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자신의 글을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사람은 신문사에 들어가 기자가 되고, 재미난 영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방송사에 들어가 피디가 되었어요. 이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글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직접 만든 영상을 유튜브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제 창작자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자세입니다.

<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라는 책을 보면, 지적인 사람은 '해야 할 일을 행하는 사람'이고 창조적인 사람은 '하고자 하는 일을 행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창작가가 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예술가라고 하면 돈 못 버는 직업이라 하여 기피하는 일도 많았지요. 앞으론 돈을 버는 게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실업이 늘어나면 기본소득 제도가 도입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활동이 돌아가려면 소비자가 있어야 하거든요. 대량실업 탓에 수입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기업이 생산한 물건을 살 사람도 없어집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 소득을 나눠주고 그 돈으로 소비활동을 하고, 그 소비를 바탕으로 기업이 생산활동을 이어가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런 시대에는 돈이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즐기는 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지.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야> (고미숙 / 북드라망)라는 책에서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대학의 몰락, 청년백수, 저출산 등을 떠올리면 참으로 암울하다. 하지만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 법.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의 지성은 실종됐지만, 지성 자체는 전 인류적으로 해방되었다. 인류가 지금까지 터득한 모든 지식과 정보는 다 스마트폰 안에 들어있다. 경전을 얻기 위해 십만 팔천 리를 갈 필요도, 머나먼 이국땅으로 유학을 떠날 필요도 없다. 어디 그뿐인가. 누구든 유튜브를 통해 세계 최고의 지성인과 직접! 대면할 수도 있다. 바야흐로 '대중지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야> 135)

 

과거를 통해 관직에 나가지 못한 조선 시대 양반은 노는 게 직업이었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난을 치며 풍류를 즐기는 인생. 앞으로 우리 모두 조선시대 양반처럼 살 수 있어요. 양반 계급이 노동에 종사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했던 것은 사농공상 중 농업 공업 상업에 종사하는 평민 계층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평민과 노비의 노동력을 수탈할 수 있었기에 양반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어요. 이제 우리도 기계와 컴퓨터에게 생산 및 유통을 맡기고, 조선시대 선비처럼 살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풍요로운 시기가 옵니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데 이보다 더 좋은 시절도 없었어요. 고미숙 선생님은 백수는 미래다라고 말합니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은 다 백수였대요.

 

'공자가 타의에 의한 백수라면 붓다는 자발적 백수에 해당한다. 노자야 뭐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중략)

그럼 이들은 대체 왜 그런 길을 갔던가? 무능해서? 아니면 시대와 불화해서? 아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간의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백수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고귀한 삶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지금 이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도 우리는 잘나가는 정규직이 아니라 '길 위의 현자'들을 멘토로 삼는다. 그거야말로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가 결국은 정규직이 아니라 자유인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야> 273~274)

 

백세 시대, 백수가 대세입니다. 앞으로는 노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누구나 놀 게 될 겁니다. 오히려 잘 노는 사람이 빛을 발휘하는 시대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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