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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잘 놀아야 잘 산다

by 김민식pd 2016. 11. 17.

잘 놀아야 잘 산다.

  (지난 네 편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고등학교 진로 특강에 가면 제가 자주 하는 얘기가 있어요.

"여러분 중에서 어른이 되어 인생을 가장 힘들게 살 사람은 전교 일등입니다. 이과 전교 일등은 당연히 의대에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문과 전교 일등은 당연히 법대에 갑니다. 아무도 전교 일등의 적성이나 취향에는 관심이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무조건 제일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의사가 되면 매일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고, 법관이 되면 매일 나쁜 사람을 만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의사와 법관이에요. 그럼에도 아무도 전교 일등의 적성에는 관심이 없지요. 오히려 공부를 좀 못하면 어른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그래서 넌 뭐할 때 가장 즐겁니?' 어떤 직업을 선택할 때 기준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되어야 하는데 전교일등은 이게 쉽지 않습니다."

너무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보다 세상이 권하는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 참 아이러니지요?

과거에 명문대 졸업생이 취업에서 유리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좋은 대학에 갔다는 것은 학창 시절을 성실하게 보냈다는 나름의 증명이었거든요. 인공지능의 시대, 성실함으로는 로봇과 경쟁할 수 없으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공감능력과 창의성입니다. 공감능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입니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이입하는 훈련을 한다면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어요. 창의성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조차 열심히 할 수 없다면, 세상이 시키는 일은 더더욱 힘들거든요.

일과 놀이가 하나 되는 경지, 누구나 꿈꾸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일을 놀이처럼 하는 건 어렵습니다. 대신 놀이를 일처럼 하면 됩니다. 어떤 놀이든, 열심히 하면 잘 하게 되고,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은 직업으로 쉽게 전환됩니다. 기왕에 논다면 잘 노는 게 중요합니다. 논다고 하면 멍하니 앉아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걸 생각하는데요. 이런 놀이들은 쉽고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직업으로 전환되기 어렵습니다. 남이 만든 것을 갖고 노는 수동적 여가보다 가급적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며 표현하면서 노는 능동적 여가를 권합니다. 그 편이 훨씬 더 재미있고 의미도 있어요.

요즘 우리는 게임이나 TV 시청 같은 수동적인 여가에 넋을 빼앗깁니다. 이건 우리가 삶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루 종일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과외 숙제를 하다보면 쉬는 시간에 공 찰 힘도 없어요. 그러니 엄지를 놀려 스마트폰 게임만 합니다. 야근에 잔업까지 회사에서 시달린 직장인은 퇴근하고 취미 활동이나 운동을 할 에너지가 없습니다. 그러니 게임을 하거나 축구 중계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지요.

앞으론 좀 더 게을러져도 좋을 것 같아요.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사람은 취미나 예술 활동에 정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시대에는 남이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겁게 하면서 사는 사람이 분명 더 행복한 삶을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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