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사소한 일상은 사소하지 않다

by 김민식pd 2016. 6. 2.

일과 놀이가 하나 되는 경지, 누구나 꿈꾸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일을 놀이처럼 접근하기가 참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을 더 열심히하기보다, 놀이를 더 열심히 합니다. 아주 미친듯이. ^^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면 잘 하게 되고, 잘 하는 일은 직업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여가를 보낼 때, 가급적 직접 해보고 즐기는 편이 좋습니다.

 

'능동적 여가와 수동적 여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며 심리적 효과도 당연히 판이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10대는 TV를 보는 동안에는 13퍼센트가, 취미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34퍼센트가, 운동이나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44퍼센트가 몰입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TV 시청보다 취미 활동이 두 배 반 가까이, 적극적으로 임하는 운동이나 게임이 세 배나 더 강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도 이들 10대는 취미 활동이나 운동보다는 TV를 보는데 무려 네 배나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어른들도 이 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우리는 왜 네 배나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것일까? (중략)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은 하나같이 처음에 어느 정도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그 다음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복잡한 활동을 즐기려면 그런 '시동 에너지'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너무 피곤하거나 너무 불안하거나 혹은 처음의 그런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은, 재미는 덜하더라도 더 편하게 택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족할 것이다.
바로 이 틈새를 비집고 '수동적 여가 활동'이 들어온다.'

('몰입의 즐거움' 92쪽)

 

제겐 영어가 놀이였어요. 영어로 시트콤을 보고, 소설을 읽는 능동적 여가. 다만 그걸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회화 교재를 외우는 과정이 필요하지요. 복잡한 활동은 그만큼 시동 걸기가 어렵지만, 그 단계만 잘 넘기면 일과 놀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아주 행복한 일상이 기다립니다. 고생스러운 단계를 통과하려면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합니다. '나는 왜 이걸 하고 있는가?

 

'창조적인 사람은 대체로 자기목적성을 중요시한다. 획기적인 업적이 그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이유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일에도 정력을 쏟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리심리학자인 브렌다 밀러는 자기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두각을 나타내는 과학자나 예술가 특유의 작업 태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무엇이 중요하고 위대한 발견인가에 대해 나는 비교적 편견이 없는 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사소한 발견이라도 발견을 하는 순간엔 몹시 가슴이 뛴다."'

(위의 책 165쪽)

 

피디란 직업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직업의 보람을 이야기합니다. 예쁜 여배우를 만나고, 제작발표회에 나가 인터뷰를 하는 멋진 장면만 생각합니다. 드라마 감독의 일상은 사실 매우 지루하고, 매우 힘이 듭니다. 밤을 새며, 같은 장면을 카메라 위치를 옮겨가며 계속 반복해서 찍습니다. 그 단순한 작업을 무수히 반복해야 하나의 장면, 하나의 에피소드, 하나의 드라마가 완성됩니다. 퀄리티는 디테일에서 나오고 디테일이란 사소한 것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을 잘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건성으로 임할 게 아니라 정신을 집중하여 처리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하자. 설거지, 옷입기, 청소처럼 단순한 일도 충분한 정성을 기울이면 응분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 다음에는 하기 싫은 일, 수동적 여가에 들였던 시간과 관심을 끌어다가 보람은 있지만 적잖은 부담이 따라서 자주 하지 못했던 일에다 투자하자. 이 세상에는 볼 만한 것, 할 만한 것, 들을 만한 것이 얼마든지 널려 있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것들은 우리에게 정말로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중략)

'벌레나 광물은 그것을 수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169~170쪽)

제게 블로그는 경험의 수집입니다. 하루 24시간, 매일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이에게는 매 순간이 보물 창고입니다. 책도 그냥 읽고 지나치기보다, 블로그 소개를 위해 밑줄을 그어가며 읽으니 몰입의 즐거움이 더해집니다. 아, 세상에는 재미난 일이 왜 이리 많을까요!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게 좋다.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해서라기보다는 목표가 없으면 한곳으로 정신을 집중하기 어렵고 그만큼 산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등반가가 정상에 오르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내거는 이유는 꼭대기에 못 올라가서 환장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목표가 있어야 등반에서 충실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이 없는 등반은 무의미한 발놀림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을 불안과 무기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위의 책 181쪽) 

 

요즘 저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야근 끝나고 25킬로를 달리면 녹초가 됩니다. 그때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자전거 세계일주를 위한 전지훈련 중이다.' 자전거 출퇴근에 의미를 부여하는데는 그만한 동기도 없어요. 

물론 자전거 세계일주가 쉽진 않을 거예요. 1년 이상 시간을 내야하는데, 은퇴 후에나 가능하겠지요. 저는 오래오래 일하는 게 꿈이라, 60이나 70에 자전거 여행이 가능할지도 미지수고요. 그럼에도 저는 페달을 밟는 그 순간, 제 마음은 한강변이 아니라 프랑스 시골마을 어딘가를 달립니다.

20년 가까이 된 저의 애마.

언젠가 이 녀석과 함께 유럽 일주를 하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저는 자전거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하루 하루의 사소한 일상을 즐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요.

 

반응형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딥 러닝의 시대  (2) 2016.06.14
행복한 부부를 위한 수업  (7) 2016.06.09
몰입의 즐거움  (2) 2016.06.01
고민상담소 할아버지의 고민  (4) 2016.05.26
소설을 읽는 이유  (2) 201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