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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고민상담소 할아버지의 고민

by 김민식pd 2016. 5. 26.

2016-12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현대문학)

지난번 고민 상담글에 몇분이 댓글을 다셨어요.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 같다고. 다들 그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하셔서 저도 찾아읽었습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근 몇권의 책은 살짝 실망이었어요. 너무 다작하는 통에 퀄리티 콘트롤이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습작하던 시절의 책을 그냥 내는건지 좀 의아할 정도의 책도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나미야는 정말 재미있네요. 저의 편견을 불식시켜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빈집 털이범 셋이 폐가가 된 잡화점에 몸을 숨기는데 갑자기 문틈으로 고민 상담 편지가 들어옵니다. 알고보니 이곳의 주인이던 할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답글을 남기던 분이었군요. 그런데 글의 내용이 조금 이상합니다. 어라? 편지를 보낸 시대가?...

네, 추리 소설이라기보다 판타지 소설에 가까운 이번 작품, 그럼에도 게이고 특유의 트릭과 반전이 잘 살아있네요.


제가 가끔 블로그를 통해 고민 상담을 하는걸 저희 마님께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함부로 다른 사람의 인생에 참견하면 안된다는 주의거든요. 소설을 보니 할아버지도 비슷한 고민을 하셨네요. 그래서 물어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상담 내용이 도움은 되었는가 하고. 얼마전 저도 여러분께 여쭤봤었지요. 제가 알려드린 영어 공부 방법이 도움이 되는가 하고. 많은 분들의 댓글을 달아주셨고, 그 글에 용기백배하여 지금 책을 쓰고 있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얼결에 고민 상담을 하게 된 소설 속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밤 처음으로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어. 나 같은 게. 나 같은 바보가."
아쓰야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고민 상담실을 계속하겠다고? 땡전 한 푼 안 들어오는 일을?"
"돈이 문제가 아니야. 돈 버는 일이 아니니까 오히려 더 좋은 거야. 이익이니 손해니 그런 건 다 빼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진지하게 뭔가를 고민해본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

(위의 책 330쪽)

 

고민 상담글이 올라오면, 저는 무엇이라도 한번 해보시라고 권하는 답을 답니다. 할까 말까 망설이며 시간을 다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소중하거든요. 연애도 그래요. 대시할까 말까 고민만 하며 짝사랑만 100번 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대시하고, 제대로 차이고, 그래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고민하고, 그렇게 실연에서도 배우거든요. 

나미야 할아버지도 마지막 상담 편지에서 비슷한 얘기를 하시는군요.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위의 책 447쪽)

 

우결을 보니 이 책을 선물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음악중심과 우결을 이어 보면서 그런 고민을 했어요.

'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애하기 참 힘들겠다.'

음악중심에 걸그룹들이 연이어 무대에 나와 노래를 하는데, 하나하나 다 예쁘고 발랄한 거에요. 남자들 눈만 괜히 높일 것 같아요. 현실에 저런 여자들 많지 않거든요. 우결을 보니 남자들이 하나같이 심장이 쿵 할 것같은 감동적인 이벤트를 벌이대요. 여자들 기대치만 높일 것 같아요. 현실에 저런 남자들 많지 않거든요.

 

진짜 연애는 아주 작은 것에 감동하고, 아주 사소한 매력에 가슴 설레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나미야 할아버지 말씀처럼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에요.

다른 그 무엇에도 현혹되지 말고 자신만의 삶,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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