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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소설을 읽는 이유

by 김민식pd 2016. 5. 23.

독서리뷰 올립니다.

 

2016-115 에코파크 (마이클 코넬리 / 한정아 / 알에이치코리아)

저는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기지 않습니다. 월드컵 한일전 같은 빅매치가 있을 때, 저는 혼자 영화관에 갑니다. 텅텅 빈 극장을 VIP 전용관처럼 이용할 수 있거든요. 짠돌이의 가장 저렴한 사치랍니다. 월드컵 때 영화보기. ^^

운동경기는 아무리 열심히 응원해도 우리팀이 이길 확률은 반반입니다.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는 달라요. 무조건 우리팀이 이깁니다. (프랑스 영화는 좀 예외지요. 그래서 저는 헐리웃 슈퍼히어로물을 좋아합니다. 무조건 이깁니다, 우리 편이. ^^)   

마이클 코넬리 같은 믿음직한 작가, 또 그가 창조한 해리 보쉬같은 형사를 찾아내면, 연전연승하는 최고의 팀을 만난 셈입니다. LA의 지옥도를 보쉬의 등만 보고 쫓아갑니다.

 

2016-116 스톨런 (루시 크리스토퍼 / 강성희 / 새누출판사)

읽으면서 좀 힘들었어요. 몇번이나 포기할 뻔...  납치당한 소녀의 수기... 음... 역시나 이런 류는 쉽지 않네요. 전 희생자의 심리를 쫓아가기보다, 형사의 추리를 쫓아가는 게 더 좋아요.

 

2016-117 아마겟돈 (프레드릭 브라운 / 조호근 / 서커스)

코믹 SF계의 거장이라는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편집이 드디어 국내에서도 출간되었군요. 미국 SF 드라마 '환상특급'의 뿌리가 여기 있었군요. 약간 올드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모든 원전이 그렇잖아요?

 

2016-118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 이지연 / 황금가지)


미국 출판계는 스펙트럼이 참 넓어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같은 책은 출판사에서는 성인을 위한 포르노라고 외면받았지만 전자책으로 출간해 대박을 쳤답니다. 저는 읽다가 말았어요. 무슨 이런 책을 다 읽나 하고... 그런데 그보다 더 요상한 책이 나왔어요.

'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내 두 다리를 묶었다. 아직 차가운 내 가슴살에 브러쉬로 소스를 바르기 시작했다. 나를 오븐 위에 올려놓으며 속삭였다. 조금 뜨거워질거야, 영계 아가씨.'

네, 이건 요리책입니다. 50가지 치킨 레시피를 소개하는... ㅋㅋㅋ 요리책이 이리도 야할 줄이야! (취향을 타겠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팬이라면, 한번 볼만해요. 전 패러디를 연구하는 자세로 한번 읽었어요. 절대 제 취향은 아닙니다. ^^)

2016-119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선 (마쓰모토 세이초 / 이규원 / 북스피어)

 

거장의 발자취를 열혈팬 (미야베 미유키)의 소개로 차근차근 뒤쫓아갑니다. 세이초의 소설도 좋지만, 미미 여사의 소개글도 재미있어요. 1970년대 일본, 어쩌면 우리에겐 가장 낯선 시대의 사람들을 익숙한 추리 기법으로 쫓아갑니다.

세이초를 읽으면 우리 나라 일일 연속극의 장르적 성격은 세이초에서 온게 아닐까 싶어요. 출생의 비밀, 불륜이 낳은 치정극과 복수 등등 다 들어있거든요. ^^

 

2016-120 디 마이너스 (손아람 / 자음과 모음)

 

와우, 뒤늦게 발견했지만, 이 작가 정말 대단하네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주제의식이 참 좋습니다. 아, 이런 보물같은 작가가 한국에 있군요.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그렇고, '디 마이너스'도 그렇고, 지금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누리고 사는 많은 것들이 실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위에서 이루어진 것들이지요. 가끔은 이렇게 일깨워주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겨봅니다.

 

 

어제 저녁에는 집사람과 집에서 IPTV로 영화를 한편 보았어요. (최근의 극장 요금 인상 이후, 소심한 소비 파업 중입니다. 극장나들이 대신 집에서 영화를 봅니다.

CGV는 차등 요금제 철폐하라!

요금 인상 철회하여, 청춘들의 연애를 지원하라!)

 

'유스'

두 80대 노인이 나옵니다. 한 사람은 작곡가이자 지휘자고, 또 한 친구는 영화 감독인데, 작곡가 친구가 하는 실없는 농담에 감독 할아버지는 내내 속습니다. "진짜야?" 친구가 그래요.

"어떻게 50년째 내 농담에 계속 속지?"

"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야. 그러려면 난 전부 믿어야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즐기는 것, 그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자세랍니다. 

 

즐거운 한 주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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