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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짠돌이 벚꽃 축제에 가다

by 김민식pd 2022. 4. 2.

(강릉 벚꽃길 여행을 소개한 글의 댓글에 '서울 벚꽃 명소도 추천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2016년 봄에 올린 글을 다시 공유합니다.) 

MBC가 여의도에 있던 시절, 벚꽃 축제 시즌이 되면 사람도 붐비고 차도 막혀서 싫었어요. '나는 일하느라 바빠죽겠는데, 놀러온 사람들 때문에 길이 막히네?' 어느날 마음을 고쳐 먹었어요. '남들은 멀리서 오는 벚꽃 구경, 나는 퇴근 때마다 할 수 있네?' 그래서 하루는 국회쪽으로, 하루는 63빌딩 방향으로, 집에 갈 때 사방팔방 여의도를 누비며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여의도 벚꽃 놀이는 저의 오랜 취미입니다.

올해 저의 목표는, 늘 하던 취미를 조금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서울 벚꽃놀이 3종세트에 도전해봤습니다. 여의도, 남산, 어린이 대공원의 벚꽃을 하루에 즐겨봤어요.

 

먼저 5호선 여의나루역으로 향했습니다. 예전에 MBC가 있던 곳이라, 지금도 가면 그 시절의 MBC가 막 그리워집니다. 그리운 마음 꾹꾹 눌러담고, 벚꽃 보러 갑니다.

 

제주도가 고향이라는 왕벚나무는 여의도 섬을 한바퀴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대교를 건너고 다시 서강대교를 건너면 벚꽃 축제 행사장이 나타납니다. 국회 뒷편인데 이곳은 차량 통행을 막고 큰 길을 다 축제 행사장으로 씁니다.

KBS 본관 앞 '태양의 후예' 대형 포스터 앞. 외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보기 좋았어요.

 

KBS 앞에서 길을 건너면 여의도 공원입니다. 저는 여기서 '자연생태의 숲'을 좋아합니다. 여의도 MBC 근무 시절, 이곳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요. 여의도 공원산책로는 자전거길과 걷는 길이 나뉘어 있어 꽃을 보며 걷기도 참 좋습니다.  

 

다년간 여의도 벚꽃 놀이를 즐긴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KBS 본관 옆에서 63빌딩까지 가는 여의도 남부 코스입니다. 이곳은 차량을 막지는 않는데, 그러기에 사람이 적어 호젓한 느낌이 들지요.

 

 

원래 개나리가 지고, 벚꽃이 피는데, 올해는 벚꽃이 성급하게 먼저 피는 바람에, 이렇게 노란색과 흰색이 어우러지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63빌딩까지 걸어도 좋지만, 저는 KBS 별관에서 방향을 꺾어 여의도 역으로 향합니다. 5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갑니다. 8번 출구로 나와 광희동 정류장에서 420번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면 남산 국립극장입니다. 이곳에서 내려서 남산 공원 입구로 들어섭니다.

 

두번째 서울 벚꽃 명소 남산입니다. 만약 여의도 벚꽃 놀이 기간을 놓쳤다면 남산으로 오세요. 남산은 여의도보다 벚꽃이 더 늦게 핍니다. 지금은 개나리가 한창이군요.

남산 산책로를 따라 철 이른 벚꽃놀이를 즐기다 남산골 한옥마을로 빠져나왔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며 여행자의 자세를 새롭게 다집니다. 여행자의 자세는 '와우!'의 자세입니다. 무엇을 보던, 처음 본 양 신기해하고 경탄합니다. 멀리 가지 못하는 짠돌이 여행법에서 중요 포인트지요.  ^^

 

한옥마을에는 외국인 여행자가 많아요. 한복을 차려입고 한옥을 둘러보는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날씨도 좋고, 볕도 좋고, 앉아서 책 한 권 읽으며 쉬어가고 싶은 곳입니다. 이런 곳이 무료 입장이라니, 정말 황송할 지경이에요. ^^

한옥마을을 나오면 바로 3호선 충무로이랑 연결됩니다. 이제 전철을 갈아타고 7호선 어린이 대공원역으로 향합니다. 서울 벚꽃 베스트 3, 마지막 행선지, 어린이 대공원을 찾아갑니다.

 

DSLR로 사진을 찍었더니, 흐드러진 벚꽃 전경을 보여주는 샷들은 용량이 커서 올라가지 않는군요. ㅠㅠ 아쉬워요.

어린이대공원은 밤벚꽃놀이하기에도 좋아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딱이지요. 

 

오늘의 일정.

오전 10시 여의나루역 - 국회 뒤 벚꽃 축제 행사장 - KBS - 여의도 공원 - 남산 공원 - 남산골 한옥마을 - 어린이 대공원에서 마무리하니 오후 4시.

오늘 하루 여행에 든 경비는 0원입니다. 입장료가 전혀 없으니까요. ^^ 어린이 대공원 입장료를 무료로 전환한 서울시의 통 큰 결정에 감사드려요. 공짜 구경으로는 역시 봄철 꽃놀이 만한 게 없지요.

하루 종일 꽃을 보며 거닐었더니 간만에 시심이 동합니다.

어설픈 시를 공유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니들은 연애부터 하는구나

-2016.4.4

 

 

봄이 오면 잎을 내어

먹고 살 궁리는 하지 않고

니들은 연애부터 하는구나

 

 

너희에겐

생계보다 연애가 먼저구나

일보다 즐거움이 먼저구나

 

추운 겨울 하루하루가 괴롭기만 했다면

어찌 저리 예쁜 꽃을 한가득 피워낼 수 있겠는가

 

겨우내 나무는 즐거웠나보다

봄이 오면 가지마다 빼곡이 꽃피울 생각에

혼자서 키득키득 무척이나 즐거웠나보다

 

좋으냐?

봄이 와서 연애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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