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따끈따끈한 여행기, 지난 토요일에 다녀온 북악산 산행기를 올립니다.
4월 9일, 토요일 아침 새벽 5시에 일어났어요. 요즘 저는 아침을 간단하게 채식/생식으로 해결합니다. 사과, 당근, 생 고구마를 잘라서 간단히 먹고 가벼운 걸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5시 45분, 양재역에서 3호선 전철을 타고 경복궁역으로 갑니다. 버스를 타고 창의문 안내소로 가요. 6시 30분인데, 7시에 문을 연다네요. 북악산은 입산 개시 시간이 있어, 너무 일찍 가면 기다려야 하는군요. 근처 시인의 언덕을 둘러봅니다.
북악산의 벚꽃도 곧 만개하겠군요.
창의문입니다. 7시에 안내소가 문을 열자마자 북악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한양도성 순성길, 백악구간. 북악산 하늘길이라고도 불립니다. 북악산 능선과 산자락을 이어서 만든 산책길인데요.
'북악산 하늘길
1968년 북한 특수부대 소속 김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이용했던 길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42년 만에 개방되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라 숲이 우거져있고, 자연 생태계가 다양하게 살아있다.'
<서울 테마 산책길> 1권, 115쪽 인용.
원래 순성길 백악 코스는 창의문에서 시작하여 숙정문, 말바위 안내소, 와룡공원을 지나서 혜화문까지 갑니다. 다만 이날 저는 갈림길에서 삼청 안내소로 내려왔어요.
삼청안내소 방향, 5번 출입문이라고 적힌 길로 내려갑니다. 오늘 산행을 온 이유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식 덕분이에요. 청와대 뒷산을 54년만에 완전공개한다고요.
한양도성 순성길은 작년에도 여러차례 걸은 적이 있지만, 새로 개방한 코스를 걷고 싶어 아침 일찍 나왔어요.
법흥사 터도 있네요.
법흥사 터에서 잠시 쉬며 동행들과 담소를 나눕니다.
오늘의 질문 : 50대 아재 셋이서 산을 타면, 무슨 이야기를 하나요?
근 20년을 넘게 사귄 회사 친구들이랑 산을 올랐는데요. 그날의 주제는... 건강이었어요. 한 친구가 그랬어요. 아이들이 자라고 부모님들이 연로해지시니 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요. 의학 공부에 관심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그랬어요.
"그럼, 나중에 퇴직하고 한가해지면 고미숙 선생님이 계신 남산강 학원을 가서 동의보감을 공부해봐. 그러다 쿠바 의대로 유학을 가도 되고."
제가 읽은 인터뷰 기사를 보내줬지요.
https://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5426
대안학교를 나와 대학 진학 대신, 남산강학원에서 인문학 공부를 하던 청년이 쿠바로 가서 의대생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의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그랬어요.
"100세 시대가 좋은 게 뭔지 알아? 나이 50이 넘어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거지. 50 이후에, 10년을 공부해서 의료인이 되고, 10년 동안 환자의 건강을 돌보고, 그 후 10년 동안은 후학을 가르쳐도 되잖아?"
동의보감을 읽고, 쿠바 의대로 유학을 가라는 소리에 다른 친구가 그랬어요.
"나중에 유튜브를 해도 되겠네. 채널 이름은 '쿠바 허준'"
셋이서 박장대소를 했어요.
농담삼아 한 얘기지만, 적어도 저는 진심입니다. 저는 명퇴하며 결심했어요. 50대에 10년 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공부를 하고, 그러다 꿈이 생기면 60대에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고, 70대에도 세상에서 나의 쓸모를 찾겠다고.
그러기 위해 제게 필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다시 부지런하게 걷습니다. 건강엔 걷기가 최고죠. 노후대비를 산에서 하는 남자. ^^
청와대 뒷산인지라 경비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북악산이 서울 시내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등산로가 아닐지... ^^
7시에 창의문에서 출발해, 삼청동 도착하니 9시. 2시간만에 산행을 마무리했어요. 너무 빨리 내려왔네요.
브런치 가게를 찾아 삼청동과 북촌 한옥 마을을 걷습니다. 여긴 배스킨 라빈스 가게도 한옥집이네요. 그런데 너무 일찍 왔나봐요. 아직 가게들이 문을 안 열었어요.
작년에 새로 생긴 삼청동 공예박물관. 아이들과 함께 오면 참 좋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가족 나들이를 오신다면 삼청동 맛집을 들러도 좋고요.
그날 우리가 발견한 맛집은, 안국 153 빵집입니다. 3호선 안국역 바로 옆에 있어요.
건포도 식빵, 단팥빵, 소보루빵, 다 맛있고요. 진저 밀크티도 참 좋았어요. 밀크티에 생강을 넣으니 더 건강해지는 기분?
이른 아침이라 아직 손님이 없지만, 가게가 예뻐서 낮에는 붐빌 것 같네요.
토요 산행 모임은 오전 11시 전에 마무리합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주말을 보내지요. 회사에서 만난 인연을 퇴직 후에도 이어갈 수 있어 행복한 하루입니다.
다음번엔 한양도성 순성길 남산과 낙산 구간을 소개합니다.
오늘도 선물같은 하루를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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