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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565

늙은 아비를 위한 에버랜드 오랜만이네, 에버랜드. 처음이다. 너랑 T-익스프레스를 타는 건.무섭다고 한번도 안 타더니, 친구들이랑 같이 오니까 용기를 내는구나. 너랑 오면 늘 드래곤만 탔지. 어린이용 롤러코스터. 레일이 짧아서 2바퀴를 도는 드래곤. T-익스프레스가 끝나갈 무렵, 너는 물었지. "아빠, 설마 이것도 2번 도는 거야?" 너의 겁먹은 표정에 아빠가 웃음을 터뜨렸지. 미안... 너는 친구들이랑 썬더폴즈를 타러간다고 했다. 셋이서 놀다오라고 등을 떠밀었지. 중학생이 되었으니 아빠보다 친구가 더 좋을 때란 걸 안다. 네 언니가 어렸을 때부터 다녔으니 벌써 20년 가까이 단골이다.풍광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아빠는 매번 올 때마다 재밌단다.동행이 달라지거든.세 살난 민지에서, 열 살난 민지, 다시 다섯 살 민서에서, 열 두.. 2020. 8. 27.
오래 살아야 할 이유 매일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섭섭이님. 벌써 몇년 째, 제 블로그를 지켜주시는 단골 손님인데요. 제게는 친구같고, 선배같고, 스승같은 분이지요. 얼마 전, 카페에서 온라인 강의를 했어요. 말 그대로 '방구석에서 돈벌기'였어요. 방에서 줌으로 강의를 했거든요. 회원을 상대로 한 유료 강의였는데, 덜컥 겁이 나더군요. '처음이라 방송 중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섭섭이님에게 살짝 부탁을 드렸어요. "줌 강의 때 문제가 있으면 톡으로 살짝살짝 알려주세요~^^" 온라인 강의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강의를 못해 좀이 쑤시던 참이었거든요. 도서관 초청 특강에 가면, 저자 강연을 1시간을 하고, Q&A 시간을 1시간정도 해요. 답변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믿어요. 자신의 고민을 타인 앞에서.. 2020. 8. 25.
되고 싶은 건 없고, 하고 싶은 건 많고 예전에 대학에서 제안이 왔어요. "피디님, 방송사에서 오래 일하셨는데, 이제 새로운 도전은 어떠세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희 학교 교수직을 제안하고 싶습니다만..." 조건을 들어보니 너무 과분한 제안이라, 깜짝 놀랐어요. 고민 끝에 현재로서는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사양하겠다고 했어요. 연락 주신 분이 놀랐어요. "이건 정말 좋은 기회에요, 피디님. 평소 학생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시잖아요. 잘 맞는 일이라 생각하는데요." 부족한 게 많아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아내에게 혼났어요. 정년 연장의 기회를 왜 거절하냐고. 글쎄요, 저는 교수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저는 되고 싶은 건 없어요. 하고 싶은 게 많지. 재미난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책도 쓰고 싶고요. 여.. 2020. 8. 13.
요즘 시대 학교 풍경 (오늘 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1년 전, 대학에 인문학 특강을 갔다.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졸음을 참지 못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수준 이하의 강의를 하는 바람에 괜히 학생들의 시간만 빼앗은 것 같아 부끄러웠다. 담당 교수가 민망해하는 나를 위로해줬다. 요즘 대학생들이 많이 힘들다고. 스펙도 쌓고 과제도 하고 알바도 해야 해서 잠이 부족하다고. 외부 강사 특강은 성적에 반영되지도 않고, 취업 추천서와도 관계가 없어 그 시간에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이도 있다고. 위로삼아 하신 말씀에 나의 절망은 더욱 깊어졌다. 이건 구조적인 문제로구나.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농땡이를 피우거나 엎드려 자는 아이를 혼내는 방법이 뭘까? 칠판에 문제를 적고 풀이 과정을 알려준 다음, 졸고 있는 학.. 2020.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