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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334

굴한 인생이 쿨 하다. 나는 드라마 피디다. 피디는 PD, P는 프로듀서 producer, D는 디렉터 director의 줄임말이다. 과연 그럴까? Producer,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라니, 턱도 없는 소리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만드는 사람이 피디다. 작가가 대본을 쓰고, 배우가 연기를 하고, 카메라감독이 촬영을 해야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진다.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Director, 사람들에게 일을 지시하는 감독이다? 미안하지만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은 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10년 이상 대본을 써 온 작가에게 대사가 이러쿵저러쿵 할 수 없고, 수 십 년을 연기만 고민하며 살아온 배우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고, 평생 뷰파인더만 들여다본 카메라 감독에게 앵글이 이러니저러니 할 수도 없다.. 2012. 7. 13.
무한도전을 만드는 방법? 무한도전을 만드는 방법? 이건 아무래도 김태호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무한도전을 만드는 방법은 모른다. 그러나 무한도전을 만드는 김태호를 만드는 방법은 안다. 그건 조직문화다. 김태호를 만든 건 MBC 조직문화의 공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MBC 파업의 원인이 있다. 김재철 사장이 한 일 중, 사원들에게 가장 분노를 산 일은 무어라 생각하시는지? 법인카드 과다사용? 무용가 친오빠 특혜 채용? 무용가 출연료 과다집행? 아파트 공동구매? 비자금 계좌 관리? 아니면 3회에 걸친 자기부정? 미안하지만 다 틀렸다. 이건 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터져나온 김재철 사장의 비리일 뿐이다. 파업을 시작한 이유는 아니다. 파업 시작전 우리는 아무도 그의 개인 비리는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파업을 시작했다. 이유는?.. 2012. 7. 2.
'레디, 액션!' 대신 '스탠바이~ 큐'를 외치는 이유 얼마전 케이블에서 무한도전 '내조의 여왕' 편을 재방송했나보다. 사람들이 '하이, 큐!' 외치는 내 모습이 반가웠다는 인사를 하는 걸 보니. 나의 큐사인은 다른 드라마 피디와는 좀 다르다. 왜?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듣는데, 소설가와 영화 감독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더라. 소설가는 자신의 재능으로 먹고 사는 사람, 감독은 남들의 재능으로 먹고 사는 사람. 정확한 지적이다. 피디의 재능은 다른 사람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이다. 작가의 글 쓰는 재능, 배우의 연기 재능, 스태프들의 예술적 재능, 이 모든 재능을 끌어내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끄는가가 좋은 연출이 되고 못되고를 결정한다. 나는 지시하는 대신 질문한다. 그게 나의 연출 스타일이다. 가장 쉽게 연출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 2012. 6. 29.
만화 H2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 어제는 문득 만화가 보고싶었다. 우울할 때 보는 만화 3종세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야구 만화 H2다. 에이스 투수 히로(영어로 읽으면 히어로)와 4번 타자 히데오(한자로 쓰면 영웅)의 대결을 그린 만화다. 둘 다 멋지지만, 특히 히로는 아다치 미츠루가 만든 캐릭터 중 최고다. 악역 중에 히로타라고 이기기 위해 상대 타자의 몸을 맞히는 공도 불사하는 선수가 있다. 영리한 히로타는 상대 타자를 부상시키고도 매번 교묘한 변명으로 빠져나간다. 그때 히로의 한마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이기는 것만 생각해선 공부가 부족하게 될걸. 대체로 스포츠에선 이긴 시합보다 진 시합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법이니까.' 가끔 학교 강의를 나가면 학생들이 묻는다. '드라마 피디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 2012.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