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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0

일단은 필사하기 블로그 제목이 입니다. 저는 나이 스물에 서울 생활을 하며 심하게 좌절했어요. 이곳에는 내게 없는 것이 너무 많더군요. 입주과외를 하는 내게 나만의 공간이 없었고 (고1이던 주인집 아들 방에서 함께 생활했어요.) 자원공학과에서 석탄채굴학을 공부하는 내게 나만의 꿈이 없었어요. (탄광에 가기엔 이미 너무 까만 내 얼굴... ㅠㅠ) 그래서 결심했지요. 어차피 돈을 벌 수 없다면,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인생을 찾아보겠다고.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인생의 낙을 찾았는데요. 다행히 그 꿈은 나이 50이 넘도록 바뀌지 않았어요. 지금도 드라마를 연출하고는 있지만, 대박을 내어 프리 선언을 하겠다거나 하는 욕심은 없어요. 그저 오래도록 책을 읽고 살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최민석 작가의 책 을 읽다 심하게 공.. 2018. 6. 20.
한가한 일상이라는 선물 요즘 방송가는 7월부터 적용되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한창 시끄럽습니다. 특히 제가 일하는 드라마 제작현장의 경우, 주간 노동 시간 68시간 준수는 현재로선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예능 연출의 경우도 주간 노동 시간이 100시간을 훌쩍 넘깁니다. 그렇다고 드라마 촬영이라는 일을 나눠서 하기도 쉽지는 않고요. 작품의 톤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한 사람의 감독이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노동 시간 단축을 격하게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지난 몇년, 본의 아니게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았는데요. 그 시간 동안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었거든요. 노동 시간 단축으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한겨레 육아 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한가.. 2018. 6. 19.
플랫폼 제국의 미래, 일의 미래 중학교 1학년 여름, 저는 아버지와 남해 상주해수욕장으로 캠핑을 갔습니다. 모래사장이 길게 늘어선 해변 한 쪽에 텐트를 쳤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남해 고등학교에서 보이스카우트 지도 교사로 일하셨는데요. 평소 학생들과 야영을 다니며 익힌 솜씨를 뽐내며 텐트를 치고, 버너와 코펠로 모래사장에서 식사를 준비하셨지요. 날이 조금 흐려진다 싶었는데 인근 부대 군인들이 와서 큰 비가 올 테니 텐트를 걷고 철수하라고 했어요. 아버지는 꽃삽을 꺼내들었습니다. “비 좀 온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지. 봐라. 이렇게 텐트 주위로 물길을 내면 된단다.” 열심히 텐트 주위를 꽃삽으로 파고 있는데 육군 중령이 나타났어요.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태풍으로 해안선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단 말입니다.” 주섬주섬 텐트를 걷어 나오면서 뒤.. 2018. 6. 18.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웃는다 (지난 2월 영국 런던으로 콘텐츠 진흥원에서 주관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영국의 ITV 편성 책임자의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 중, 한국의 피디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를 옮깁니다.)강연을 해준 사람은 리얼리티 쇼 편성 책임자였어요. ITV는 예능 포맷의 강자입니다. 미국에 포맷을 수출하기도 하는 회사지요. 같은 리얼리티쇼 쇼라도 미국 포맷과 영국 포맷은 약간씩 다르답니다. 미국은 도전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연출하고, 영국은 출연자의 실수에 대해 약간 슬랩스틱같은 코미디로 푼다고요. 그래서 영국의 리얼리티쇼 쇼는 진행자의 역할이 중요하답니다. 영국 시청자들은 유머코드를 중시하거든요. 미스터 빈을 봐도 약간 바보스러운 몸개그가 먹히잖아요? 이때 중요한 건 출연자의 호감도랍니다. 도전자가 실수하는 모.. 2018.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