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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

여행하기 좋은 나이란?

by 김민식pd 2012. 12. 14.

'나에게 여행을' (박사 지음)이라는 책을 보다가 문득 여행하기 좋은 나이란 언제일까? 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책에서 누가 여자에게 여행하기 좋은 나이란 50이란다. 여자 나이 50이 되면 타지에서 만나는 친절한 남자가 두렵지 않게 된다나? 그렇구나. 여자들은 아무래도 남자보다 여행할 때 신경쓰일게 많겠구나. 

 

그렇다고 20대에 여행 한번 안하고 사는 것도 가여운 일이다. 왜냐하면 늙어서 여행을 해보면 분명 후회하기 때문이다. '좀 더 어렸을 때 여행을 했더라면, 지금 내 인생은 바뀌어 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이 50에 세계를 본다고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물에 세계를 일주한다면 그 사람의 남은 인생은 크게 바뀔 것이다.

 

나는 인생을 사는 법을 여행을 통해 배운다. 배낭여행을 떠날 때마다 짐을 꾸리는데, 그때 나는 비우고 또 비운다. 여행을 떠나보면 깨닫게 된다. 인생에서 필요한 건 생각보다 적다고. 여행의 고수는 배낭을 보면 안다. 참 가볍게 다닌다. 인생의 고수도 마찬가지다. 주렁주렁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 다니는 사람보다 가진것 없이 홀가분하게 사는 게 즐겁게 사는 비결이다. 

 

이제 겨울 방학이다. 대학생들에게 방학에는 무조건 배낭 여행을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한 달이나 두 달, 어딘가로 떠나기에 방학 만큼 좋은 계절이 없다. 따듯한 남쪽 나라, 호주로 가서 그린 크리스마스를 맛보는 것도 좋고 (한 달 간의 호주 동해안 일주를 권한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를 묶어 여행하는 것도 좋다. (동남아는 겨울이 오히려 여행의 적기다.)

 

비용이 걱정된다면 인도는 어떨까? 작년에 인도를 여행하다 여대생 둘을 봤는데, 한달 배낭여행 경비를 첫날 델리에서 소매치기 당했단다. 그래서 한 명의 여행 경비로 둘이서 여행다니는 걸 봤다. 그게 가능한 나라가 인도다. 돈이 없다고 여행이 불가능하진 않다. 그 나라에는 아무것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여행자의 가난이 티가 나지 않는다. 

 

인도에 만난 한 여대생은 이런 얘기를 했다. "배낭여행이 좋은 건요, 하루 하루가 소개팅의 연속 같기 때문이에요." 숙소에서나 기차에서나 여행지에서 한국 배낭족을 매일 한 사람 이상씩 만나게 되어있다. 사람을 만나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없다. 내가 아는 MBC 모 드라마 감독님도 여행지에서 인연을 만나 결혼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또 어떠랴. 여행지에서 만나야 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평소의 일상 속에 가려져있던 숨은 나를 만날 수 있다. 아, 난 이런 사람이구나. 세상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을 아는 일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평생을 알지 못하고 살다가 늙어서 처음 배낭여행을 떠나 나이 50에 자신 속에 방랑자의 피가 끓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도 가여운 일이다. 

 

시간이 많을 땐, 돈이 없고, 돈이 많으면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여행에서 더 필요한건 돈보다 시간이다. 배낭여행 하다보면 돈은 얼마든지 적게도 살 수 있다. 나이 들면 아무리 가고 싶어도 시간이 안 난다. 어찌보면 여행하기 좋은 나이란 없다. 아니, 인생의 모든 순간이 여행하기 좋은 시간이다. 젊어서 여행하면 많은 걸 해볼 수 있어 좋고, 늙어서 여행하면 느끼는 게 더 많아 좋다.  

 

대학생 여러분, 이 겨울에 배낭여행 꼭 한번 해보시길!

 

 

작년 인도 네팔 여행 중, 히말라야 푼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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