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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직장 생활이 힘든건 기준 탓?

by 김민식pd 2017. 7. 6.

질의응답 시간입니다. 독자님이 올려주신 질문입니다.

Q:

안녕하세요. pd 님.
pd 님의 책 영어 책 한권 외워봤니? 를 읽고 pd 님 블로그에 매일 올라오는 글도 잘 읽고 있습니다. 열심히 회화책 외우기도 도전하고 있어요. pd님의 글은 아주 단조로우시면서도 되게 의미와 깨달음을 쉽게 전달해주셔서 너무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정말 고민거리가 많은데, 이런 고민거리들을 책을 읽고 또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어도 뾰족한 답도 나오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얘기해주는 어른들이 없네요.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려봤지만 돌아오는 이야기는 '다 그래. 어디든 다 그래. 똑같아' 이런 말 뿐, 어떻게 하라는 답은 주시지 않더라고요.

직장 생활하면서 불합리한 대우, 불공정한 조직 문화 속에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쌓이다 보니 의욕은 저하되고, 저만 생각하게 되고, 남들은 일 적게 하고도 승승장구하는데, 나는 왜 일은 열심히 하고도 인정도 못받나.... 그러면서도 나서서 또 뭔가 개선할 용기는 없고요. 조직에서 튀지 않고, 그냥 안주하는 삶을 택하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람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정말 1번이나 있었을까요?

사실 언론계가 정치적인 성향이 더 짙을테고, pd 님께서도 그런 부당함을 당하셨기에 저의 상황은 별 것 아닌 얘기 같으실 수도 있고, 어쩌면 PD 님도 다 거쳐왔던 고민해왔던 시절이었을 수도 있겠어요. PD 님께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처럼 저도 다른 것에서 흥미를 찾으려고 이것저것 해보고 있습니다. PD 님은 기나긴 시간동안 어떻게 버티셨는지, 이런 슬럼프가 있을 때마다 어떤 생각과 가치관, 비전을 갖고 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런 시기에는 어떤 마음으로 마음을 다스리셨을 지, 어떤 책과 함께 위로를 얻으셨을지 궁금합니다.

인생 정말 즐겁게 살고 싶은데, 일.. 피할 수 없다면 즐겁게 내일처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익명성 보장을 위해 상세한 직장 묘사는 편집했습니다.)

A:

일단...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옛날 첫 직장에서 겪은 일이 떠올랐어요. 제 첫 직장이 외국계 기업이었는데요, 한국의 재벌과 미국의 본사가 50 대 50으로 공동투자해서 만든 회사였어요. 그랬더니, 한국 회사의 단점과 미국 회사의 단점이 시너지 효과를! (장점과 장점이 합쳐질 수도 있건만...) 이해상충이 있을 때마다 기준은 회사에 더 유리한 나라에요. 사내 메일은 영어로 씁니다. 미국 회사니까. 휴가 일수는 짧아요. 한국 근로 기준에 맞추니까. 뭐, 이런 식이지요. 기준이 2가지면 직장인의 삶은 더 힘들어요.

직장 생활은 5~10년차가 가장 힘듭니다. 신입 때는 기대치가 낮아서 일을 못해도 힘들지 않아요. 나중에 팀장이 되면 책임이 주어지고 결정권이 생겨서 일하는 맛이 있지요. 조직의 허리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힘들 때는 회사 내에서 부서를 바꾸는 것도 방법입니다. 새로운 업무가 새로운 활력을 주거든요. 저의 경우, MBC 10년차 때 예능에서 드라마로 옮기고 슬럼프에서 탈출했어요.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니까, 못해도 괴롭지는 않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이니까 기준이 낮아지거든요.

예전에 저라면 퇴사와 새로운 취업을 생각했는데요,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기업의 수명이 생각보다 짧거든요. 10년 전 세계적 일류 기업이었던 노키아는 이제 사라졌고요. 당시 소수의 마니아들만 알던 애플 (당시 저는 왜 굳이 불편한 맥을 쓸까? 의아했다는...)은 이제 최고의 기업이 되었지요. 한국의 시가 총액 100대 기업 중 10년 후 남아있는 기업은 절반도 안 된답니다. 작은 회사라면 더 힘들겠지요? '이 회사가 10년 후에도 망하지 않고 있을까?'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망할 것 같으면 나오시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옮겨가는 어떤 회사도 망할 수 있으니, 일단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망할 때까지는 버티시라는 말씀입니다. ^^

세가지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요. 첫째,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둘째, 나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셋째, 그럼에도 회사가 망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보는 겁니다.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고,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활동을 각각 하루에 하나씩 해보는 거지요. (저의 경우, 1.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고, 2. 책을 읽고 3. 글을 씁니다.)   

끝으로 드리는 말씀. 직장 생활에 대한 삶의 가중치를 줄이시면 어떨까요? 일보다 다른 곳에서 의미를 찾아야합니다. 386 세대는 일 중독자가 많아요. 오로지 회사의 성공과 조직내 승진이 목표였지요. 저성장 시대에는 맞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회사 일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만드셔야 합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좋고, 자신만을 위한 취미도 좋아요. 삶이 힘든 건 기준 탓인데요. 늘 하던 일만 하면 기준은 계속 올라갑니다. 점점 더 실력이 늘 테니까요. 어느 단계에 가면 정체기간을 만납니다. 그때 슬럼프가 와요. 일 말고 취미에 정을 붙이면 기준이 낮아지고 삶이 즐거워집니다.

회사에 대한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하시고요. (상사나 사장님은 엄한 기준으로 평가하세요. 그들은 돈값을 해야 하거든요. ^^) 나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지시기를. (나보다 더 나를 아껴줄 사람은 없으니까요. ^^) 

정답은 없어요. 하루하루 버티는 게 답이랍니다. 좀 더 즐겁게 버틸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ps.

직장 생활이 힘들땐 사장을 바꿔보아요. 우리 회사 사장을 바꿀 수 없다면, 남의 회사 사장을 바꾸는데 힘을 보태는 건 어떨까요? 공영방송의 사장은 재벌 오너가 아니라 국민이 힘을 합해 바꿀 수 있거든요. MBC 김장겸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에 힘을 보태시면, 사장을 갈아치우는 대리만족감을 함께 느끼실 수 있어요! 네이버나 구글에서 '김장겸 퇴진'을 검색하고 재미있는 사진이나 기사가 있으면 친구들과 '공유'해보아요

송중기도 가고, 이제 믿을 건 '공유' 뿐이다!

(사진 출처 : 마봉춘 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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