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지 안 되는 지, 일단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더니, '당신이 해봤다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하도 그런 댓글을 많이 봐서 이제 좀 무심해질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제게 화두를 던집니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연애도 그렇고, 취업도 그렇고, 심지어 드라마 연출까지, 쉽기만 했던 일은 전혀 없습니다.

'금사빠'라고 하지요? 제가 그래요. 저는 짝사랑에 도사입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잖아요? 한 가지 매력만 있어도, 그 한 가지에 폭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어요. 연모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냈더니 부모님이 대신 연락하더군요. 딸에게 관심을 끊으라고. 한번만 만나주면 내 마음을 전할 텐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만나주지 않는 건 회사도 마찬가지더군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무역 회사에 가고 싶었어요. 삼성물산, 효성물산, 물산이란 물산은 다 지원했어요. 입사 지원서를 쓸 때도, 전 제가 지원하는 모든 회사를 짝사랑했어요. 그 회사의 창립이념부터 소소한 복지혜택 하나하나 다 사랑스럽더라고요. 서류전형에서 다 탈락했어요. 면접까지만 가면! 한번 만나주기라도 하면! 하고 빌었지만 안 만나주더라고요.

나이 서른에 예능 피디가, 마흔에 드라마 피디가 되었지만, 연출은 또 얼마나 어려운데요. 시청률 저조, 제작비 초과, 광고판매 부진이라는 PD의 3거지악을 저지르고 조기종영도 숱하게 당합니다. 밤을 새워 만든 작품도 많은 시청자를 만나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세상에 쉬운 일이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이제 저는 제 마음만 챙깁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그 일을 합니다. 책을 사랑하고, 걷는 걸 사랑하고, 자전거 출퇴근을 사랑하고,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합니다. 내 마음만 있으면 다 할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주고 말고 관계없이 나만의 노력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일. 

세상에 안 되는 일 투성이라고,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하거든요. 저는 이런 자세를 책에서 배웠습니다. 영어도 책으로 배웠고, 연출도 책으로 배웠고, 연애도 결국 책으로 배웠어요. 저는 결국 책을 읽어 인생을 바꿉니다. 내가 책에서 배워 내 삶이 더욱 즐거워졌다면, 나도 책을 통해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해야 하잖아요? 100명이 책을 읽고 그중 몇명은 제게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겠지요. "당신이 해봤다고 다른 사람도 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제 책을 읽고 즐거웠다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면, 저는 손가락질하는 이들보다 그 한 사람을 위해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안 된다고요? 시도조차 안 해본 건 아닌가요?"

(<비즈 한국> 동영상 인터뷰)

 

   

 <비즈한국>에서 <김민식의 인생독서>라는 새로운 칼럼을 연재합니다. 

책을 읽어 인생을 바꾼 사람이, 인생을 바꾸는 독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족한 필자에게 지면을 허락해주신 <비즈한국> 편집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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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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