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4일차 여행기
킬리만자로 아래 자리한 모시를 떠나 사파리 여행의 출발지 아루샤로 향합니다. 모시에서 아루샤 가는 미니 버스는 많아요. 아프리카의 버스는, 사람이 가득 차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버스를 골랐어요. 사람이 꽤 많이 탄, 그렇지만 아직 앉을 자리는 남은 차로. 요금은 싸요.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아루샤까지 시외요금, 3000 Tsh 우리돈 1500원.
(이 승합차가 시내버스입니다. 몸을 창밖에 낸 아저씨가 차장이고요. 행선지를 계속 외치면서 달립니다. 정해진 정류장 없이 대로변에 서 있다가 손을 들면 세워서 태웁니다.)
(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
저는 연애지상주의자인데요, 결혼하기 전에 적어도 3번 이상은 연애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물과 사상' 2012년 7월호에 조준현 경제학 교수님이 쓰신 '위험하고 불확실한 세상'이라는 확률 이야기를 잠깐 보시죠.
'목숨 걸고 선 보기'
당신은 선을 보기로 한다. 100명의 여자들이 저마다 지참금을 가지고 나오는데, 그 사람과 선을 보기 전까지는 누가 얼마를 가지고 나오는지 알 수 없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과 선을 볼 수 없으며, 되돌아가서 선택하지 않은 사람을 다시 선택할 수도 없다. 참으로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이 여자를 선택하려니 앞으로 만날 다른 여자가 더 많은 지참금을 가져올지 모르고, 선택하지 않으려니 혹시라도 지금 이 여자가 가장 많은 지참금을 가져온 사람이 아닐까 걱정된다.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물론 그깟 지참금이야 좀 덜 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얼굴만 예쁘면 지참금 따위는 없어도 좋다는 남성도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조금 바꿔보자. 당신은 아주 포악한 술탄의 신하다. 술탄은 당신이 가장 많은 지참금을 가져온 여자를 선택한다면 살려둘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당신 목을 베겠다고 말한다. 이제 지참금이 아니라 목숨이 걸렸다. 당신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우선 35명까지의 여자들을 만나본 다음 그중 가장 많은 지참금의 액수를 기억해둔다. 그런 다음 나머지 65명 중 그보다 많은 지참금을 가져오는 여자가 나타나면 그녀를 선택한다. 이것이 불확실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목숨을 건질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이라는 게 통계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이제 그 이유를 따져보자. 먼저 가장 많은 지참금을 가져오는 여자가 65명에 속할 확률은 65%로, 당연히 35명에 속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지참금이 많은 여자가 모두 65명에 속할 확률은 대략 40%다. 반대로 첫 번째 여자와 두 번째 여자가 다른 조합에 속할 가능성이 60% 가까이 된다. 그러니 대충 나는 살 가능성이 높다.
-후략...
자, 통계학자들의 충고를 따르자면, 첫번째 연애나 두번째 연애 상대와 결혼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온전히 활용하지 않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10명을 다 만나본 다음에 선택을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아니에요. 헤어진 사람 중에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최소한 세 명은 만나보고, 그런 다음 네번째 이후부터 사람을 만나는데 기존에 만난 3명보다 더 좋으면 진지하게 사귀는 거죠. 그게 확률상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여행지에서 가격을 흥정할 때도 비슷합니다. 숙소나 투어 상품을 선택할 때, 적어도 3군데 이상, 가격을 문의합니다.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기억해두고, 그 다음 간 곳에서 더 나은 조건이 나오면 바로 선택합니다. 두어군데 봤는데 다 조건이 나쁘면 처음 장소로 돌아가기도 해요. 4~5곳 둘러보고 결정하면 바가지 쓸 일은 없습니다.
"너네 게임하는 장면,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
"응, 그래. 단, 나는 마사이족 추장인지라, 사진을 찍으면 니가 나에게 뭔가 선물을 해야해."
"알았어. 나는 아시아에서 온 왕자야. 한국 왕족의 정중한 인사를 선물로 받아줘."
프랑스 귀족이 귀부인에게 하듯 허리를 숙여 팔을 늘어뜨리며 과장되게 인사를 했더니, 웃으며 넘어가더군요. 이 개구쟁이들! ^^
조건도 딱이고, 가격도 딱이네! 냉큼 물었어요. 나중에 사파리에 가서 보니, 제가 일행 중 가장 싼 가격에 왔더군요. 똑같은 패키지인데... ^^ (아마 동양인이라 유럽인보다 좀 싸게 해 준 걸수도...)
자, 드디어 세렝게티 사파리를 떠납니다! 사자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일일 경비
택시 10불 (호텔에서 모시 버스터미널까지.)
오토바이 3불 (아루샤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버스 2불
과일 3불
점심 2불
저녁 4불
숙박25불
(합계 59불 - 6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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