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5일차 여행기 (사파리 2일차)
오늘은 응고롱고로 사파리 가는 날입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Ngorongoro Crater)는 초대형 화산 분화구로 아프리카 7대 자연경관 중 하나입니다. 분화구 지름만 200킬로미터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칼데라 지형이랍니다. 저멀리 병풍처럼 둘러싼 산이 다 화산 분화구에요. 지금 서 있는 전망대는 반대편 꼭대기고요.
(대니와 한 컷!)
저 멀리 호수가 아득하게 보이는데요, 아침 일찍 호숫가에 동물이 모여들고 흩어집니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출발합니다.
8인승 지프차, 어제 앉았던 맨뒷자리에 탔어요. 사파리는 비포장도로라 뒷자리가 많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첫 날 맨 뒤에 탔으니, 여기가 내 자리인데. 그런데 사진 속의 대니가 오더니, 그러는거예요.
'선진국은 공정한 자원의 분배가 일상화된 나라구나...' 하고 느꼈어요. 어쨌든 오늘은 엉덩이가 좀 덜 배기겠네요. ^^
밝고 명랑한 두 아가씨를 보고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언젠가 민지랑 민서도 저렇게 여행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저는 혼자 여행을 다닙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믿거든요. ^^
저멀리 보이는 산이 분화구 외곽입니다. 분화구 지름만 200킬로미터가 넘는다더니, 정말 넓네요. 응고롱고로는 지리적으로도 놀랍지만 그 안에 가득한 동물 생태계는 더욱 놀랍습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동물의 왕국'이에요. 사방천지에 사람의 흔적이 없어요. 자연생태보존구역이라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거든요. 화산 분화구로 만들어진 천혜의 요새이자, 야생의 천국입니다.
2월은 세렝게티의 봄입니다. 새로 태어난 어린 생명이 대지를 가득 채웁니다.
차를 운전하던 가이드 힐러리가 갑자기 초원 안쪽으로 차를 몹니다. 드넓은 지평선만 가득 펼쳐져있는데 어디로 가는 걸까요?
힐러리가 차를 세우더니 수풀 속을 가리킵니다. 관목 뒤에서 숨어있던 사자 한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나오네요.
'칫, 들켰네.'
마치 술래잡기하다 걸린 것처럼 슬그머니 나옵니다.
"니가 술래야!"
캐논 100D카메라에 탐론 18-270 망원렌즈를 가져갔는데요. 보통 여행 갈 때는 작고 가벼운 100D 카메라에 팬케익 단렌즈만 가지고 다닙니다. 얇고 가벼운 단렌즈 사용시, 줌은 발로 맞춰요. 더 큰 사이즈를 원하면 더 다가가면 되거든요. 하지만 사파리에서는 크고 무거운 망원렌즈가 필요합니다. 사자의 클로즈업을 찍겠다고 피사체와 거리를 좁히기는 쉽지 않지요.
'어라? 도시락이 지 발로 걸어오네?'
동물원 우리에 갇힌 하마라면 가까이에서 볼 수 있지만, 드넓은 초원에서 자유를 즐기는 동물은 쉽게 거리를 줄일 수 없어요.
세렌게티 사파리 가실 때는 망원렌즈를 꼭 챙기시길!
아프리카에서는 진기하고 예쁜 새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휴식 시간입니다. 요리사가 챙겨준 도시락을 차 안에서 까먹으며 잠시 숨을 돌립니다.
죽은 물소의 뿔. 야생에서 동물들은 대개 늙고 병들기 전에 죽습니다. 나이 들어 힘이 없어지는 순간 죽음을 맞습니다. 잡아먹히거나(prey 사냥감) 굶어죽거나(predator 사냥꾼). 자연 상태에 사는 동물들에게 자연사란 쉽지 않아요.
사진 속 리사는 혼자 아프리카 종단여행 중입니다. 남아공에서 시작해서 북으로 계속 올라오고 있어요. 그녀는 러시아계 독일인입니다. 유럽 여성 혼자 아프리카에서 여행 다니다보면 겪는 불편이 있답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 여자는 유럽으로 가는 최고의 이민 비자랍니다. 아프리카 남자의 꿈이 EU 시민이 되는 것인데, 가장 좋은 방법이 유럽 여자랑 결혼하는 것이라네요. 현지 남자들의 접근이나 유난한 친절이 항상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리사.
가이드는 틈만 나면 영어로 동물들 설명을 해줍니다. 차를 타고 가며 우리끼리 수다를 떨기도 하고요. 여행자들은 언제나 쉽게 친구가 되지요.
저는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혼자 다니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친구가 되거든요. 특히 현지에서 만난 외국인들과 함께 팀을 이루는 여행을 좋아해요. 호주 프레이저 섬 캠핑이나, 태국 치앙마이 트레킹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그때 함께 팀을 이뤄 같이 여행했던 외국인 친구들 덕입니다.
PD로 일하는 20년 동안, 영어를 거의 쓸 일이 없어요. 이렇게 장기 여행을 혼자 다니면 오래전에 공부한 영어를 비로소 써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언어 모드 변환을 경험하게 됩니다.
영어를 공부하시는 분들께는 꼭 자유여행을 권해드립니다. 외국에서 영어를 직접 사용하는 환경을 자꾸 경험하셔야, 영어 공부의 효과도 느끼고, 새롭게 동기부여도 받을 수 있거든요.
다음엔 세렌게티 초원에서 펼쳐지는 '동물의 왕국' 다큐 속 상황을 가지고 찾아올게요~
일일 경비 (미화 150불 - 사파리 하루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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