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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역사를 알면 여행이 즐겁다

by 김민식pd 2017. 2. 28.

탄자니아 3일차 여행기

 

'아프리카에서도 자유여행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도 있지만, 세계 어디든 혼자 여행을 다니는데 문제는 없어요.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요.
 

킬리만자로 산이 있는 '모시'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 높은 건물도 없고 눈에 띄는 이정표도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길찾기가 조금 까다롭습니다. 이럴 때 구글 지도를 보고 길들이 가장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을 찾습니다. 그곳이 시내 중심가니까요. 숙소에서 나와 시내 방향으로 길을 걷습니다. 갈림길이 나오면 무조건 직진합니다. 양갈래로 나눠지는 경우, 둘 중 더 큰 길을 선택합니다. 이때 복잡한 갈림길은 미리 폰으로 사진을 찍어둡니다.

그렇게 가다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을 만나면, 이제 그 길을 따라 횡으로 걷습니다. 가다 한적해지면 마을 외곽으로 나가는 방향입니다. 다시 반대 방향으로 걷습니다. 그러면 곧 시내 중심가를 만날 수 있어요.

 

 

숙소를 나와 걸을 때, 크고 비싸보이는 호텔이 보이면 간판을 사진으로 찍어둡니다. '부킹닷컴'에서 숙소를 찾을 때, 지도를 보고 크고 비싼 호텔 근처에 있는 싼 숙소를 잡습니다. 택시 기사나 주민들이 비싼 호텔은 알거든요. 그 호텔 이름을 대고 가자고 한 후, 내려서 근처 싼 숙소를 찾아갑니다. ^^ 시내에서 길을 잃으면 현지인 택시 기사에게 큰 호텔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기사가 영어를 몰라도 금세 길을 찾습니다. 

 

(탄자니아 시골 사람들은 순박하고 착해요. 길을 물어보면 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나와 회의를 합니다. "그래서 여기가 어디더라... 이 무중구(외국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쉽게 찾아가지?")

 

'길을 모를 땐 무조건 직진!' 이건 예전에 다니엘 헤니에게 배운 방법입니다.


10여년 전, '느낌표!'에서 '아시아 아시아 3탄 - 집으로'라는 코너를 연출하면서 다니엘 헤니랑 필리핀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필리핀 엄마에게 태어난 한국 아이를 데리고 필리핀의 외가집에 가는 코너인데요. 다니엘 헤니가 첫회 게스트였어요. 루왁이라는 시골 마을에 갔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스탭들이 난리가 났어요.

 "다니엘 헤니가 사라졌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 보니 없더란 겁니다. '아니, 여기서 갈 데가 어디 있다고?' 7시쯤 되니 땀에 젖은 헤니가 나타났어요. 새벽 해뜰 무렵에 일어나 2시간 정도 달리기를 하고 왔다고... 매일 아침 일어나 2시간씩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습관이랍니다.

"처음 온 필리핀 시골 마을에서 길을 잃으면 어쩌려고?"

 

"전 어디든 아침에 일어나면 숙소 문을 나서 한 방향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립니다. 무조건 직진으로요. 그러다 1시간이 되면 반대로 돌아 다시 1시간을 달리지요. 그럼 처음 장소로 돌아오게 됩니다."

얼굴 잘 생긴 친구들, 저는 별로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타고난 운이지 뭐, 흥! 칫! 뿡!' 다니엘 헤니를 보고 느꼈어요. 얼굴 잘 생긴건 타고난 복이지만, 몸 좋은 건 치열한 노력의 결과구나...

 

(다니엘 헤니. 몸도, 마음도, 정말 멋진 친구입니다.

이 사진을 본 마님의 일갈. "인간아, 다니엘 헤니 옆에 서서 사진을 찍고 싶냐?" ^^) 


외국에서 길찾기 할 때 또 하나의 팁. '론리 플래닛'이나 '위키피디아'에서 그 나라 역사를 읽어두세요. 그 나라의 독립 영웅이나 건국의 아버지, 이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가 도시의 중심가일 가능성이 커요. 서울로 치면 세종로(세종대왕)나 충무로(충무공 이순신)처럼요. 

(탄자니아 도시마다 있는 '니에레레 로드')

줄리어스 니에레레 (Julius Nyerere)는 탄자니아의 독립 운동가이자 초대 대통령입니다. 공항이나 메인 도로는 그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요. 모시의 '니에레레 가'도 버스 터미널이 있고, 은행도 있고, 시장도 있는 중심가지요. 그 나라의 역사를 읽어두면 길찾기할 때 익숙한 지명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니에레레는 스와힐리어를 공용어로 지정하여 부족 사회였던 탄자니아를 국가 공동체로 만드는데 공을 세운 국부國父랍니다. 나라의 지도자라면 마땅히 국가의 단결을 위해 일해야지요. 지역감정이나 정치 혐오를 조장해서 국민 정서를 분열시키는 건...... 흠...

 

 

이제 시차 적응도 마쳤고 본격적인 여행을 준비할 시간입니다. 탄자니아에 오는 이유 2가지가 있어요. 바로 '킬리만자로 트레킹'과 '세렝게티 사파리'입니다. 둘 다 할지, 하나만 할지 마음을 정하진 않았어요. 킬리만자로를 보고 결정하려고요. 

눈쌓인 킬리만자로의 정상은 유명하지요. 헤밍웨이의 소설이든, 조용필의 노래든. 30도를 오르내리는 아프리카에 웬 눈인가 싶은데요, 워낙 높아서 그래요. 고도가 오를수록 기온은 떨어지고 정상 5000미터가 넘어가는 지역은 영하의 기온을 사시사철 유지합니다. 그 덕에 아직 만년설이 남아있는데요, 아뿔싸... 이제는 기후 온난화 탓에 그 눈도 거의 녹아 정상 부근에 조금만 남아 있습니다.


 

무엇을 할 때, 저는 가슴에 물어봅니다. '심장아, 너 지금 뛰고 있니?' 부킹닷컴에서 지금 숙소를 검색했을 때, 2층 카페 베란다에서 킬리만자로가 보인다는 얘기에 예약을 눌렀어요. 어제 하루 쉬면서 산을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산을 보고도 별로 설레지가 않더군요. 왜 그럴까...

 

첫째 비용이 너무 비싸요. 이곳 현지 여행사에 문의했더니, 혼자서 7일간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비용은 투어 비용 1800불, 장비 렌탈에 100불, 가이드 팁 300불 등 총 2200불. 대략 200만원에서 250만원 정도 든다는 군요.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요. 혼자라도 가이드에 포터에 요리사까지 3명을 데리고 올라야합니다. 히말라야처럼 현지 부락이 있는 게 아니니까 일일이 짐을 다 싸서 이동해야 합니다. 1주일치 식량과 텐트 침낭 등등. 참고로 안나푸르나 5일 트레킹 비용은 3~40만원입니다. 경치가 훨씬 더 아름답고 여행도 훨씬 편하지요.

 

  
둘째, 고산병의 위험이 있어요. 킬리만자로 정상의 높이는 5895미터. 고지대에 영하권이라 산소가 희박하고 밤에는 많이 춥습니다. 고산병 때문에 두통과 멀미, 구토 증상에 시달리는 산행객도 많아요. 수백만원의 등반비용이 아까워 정상 정복을 욕심내다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요. 마지막 정상 등정일에는 새벽 2시에 일어나 야간 산행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절대 쉬운 산행이 아니에요.

 

셋째, 무리한 일정 짜기는 사절입니다. 20일이라는 짧은(?) 일정에 킬리만자로 트레킹과 세렝게티 사파리를 다 소화하려면 많이 바빠요. 휴가와서 근면 정신을 발휘해서 일정 풀가동하면 귀국해서 후유증이 오래 갑니다. 쉬어도 쉰 게 아니거든요. 상사가 그럴 거예요. '기껏 휴가 보내놨더니 탈진해서 돌아오네? 이러려고 내가 휴가 결재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 여행 다닐 땐 가급적 한 도시에 3일 이상 머물면서 여유롭게 다니는 편을 좋아합니다. 그래야 여행이 더 즐겁더라고요.

 

(모시 마을 외곽에 있는 숙소, 'Secret Garden Hotel'. 정원 해먹에 누워 책을 읽다 낮잠에 빠집니다. 이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방식이어요. 킬리만자로는 여기서 구경만 하지, 뭐... ^^)

자, 이제 킬리만자로는 접고, 내일 사파리를 알아보러 아루샤로 이동합니다. 곧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세렝게티 편이 펼쳐집니다. 기대해주세요~^^

 

3일차 경비

 

숙소 25불 (조식 포함)

 

방갈로 독채를 혼자 씁니다.

점심 2불

크림 커피 2불

과일 2불

저녁 5불

이날 하루, 총 36불(4만원) 썼네요.

짠돌이 여행은 즐거워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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