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기 1일차
96년, MBC에 입사하고 예능국 조연출로 바쁘게 살았습니다. 예능은 음악, 코미디, 버라이어티 등등 그 장르가 다양합니다. 6개월에 한번씩 맡은 프로그램이 바뀔 때마다 일 배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편집이나 자막이 어설프면 두고두고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수백만명이 보는 프로인데!' 쉬는 날도 거의 없이 연일 밤을 새며 일합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명절 연휴에 그나마 쉬는데요, 우리는 명절에 더 바빠요. 온갖 특집에 차출되거든요. 설 특집, 추석 특집, 연말 특집. 크리스마스는 연말 시상식 준비로 가장 바쁠 때고, 각종 명절은 회사에서 밤새며 보내는 기간입니다.
새벽 2~3시면 편집실 옆 복도에 조연출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잠을 쫓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좀 쉬어보나..."
그때 누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괜찮아, 암만 바빠도 나중에 20년차 휴가는 갈 수 있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음... 17년만 견디면 돼."
입사 20년이 되면 20일간 장기 휴가가 나옵니다. 일정과 장소는 직접 선택할 수 있어요. MBC 직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꿀 휴식이지지요. 20년 근속에 대한 보상이자, 남은 회사 생활을 위해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조연출 시절, 꿈에 그리던 20년차 휴가! 비록 그 시절에 제가 그렸던 미래는 아니지만, 휴가를 떠납니다. (나이 50이면 부장을 달고 제작 일선에서 데스크로 뛰고 있을 줄 알았지, 이 나이에 사원급일 줄 상상도 못.....^^)
92년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며 결심했어요. '남은 평생, 매년 한차례 이상 해외 여행을 다니며 나만의 세계일주를 완성해보자.' 오대양 육대주, 마지막으로 남은 대륙이 아프리카입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탄자니아를 선택했습니다. '왜 탄자니아인가?' 그 이유는 다음에 다시 소개하고요.
탄자니아 여행 1일차. 새벽 00시 50분에 인천 공항을 출발해서,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에 내리니 현지 시각 오후 4시네요. 약 20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지난번 아르헨티나 여행 때는 36시간 걸렸어요. 오늘은 장거리 비행에서 시차 극복 노하우를 살짝 공유합니다.
1. 기내식은 최소한으로 줄입니다.
밤 12시에 비행기를 타면 타자마자 식사가 나옵니다. 우리 시간으로 새벽 2시에 먹는 셈인데요, 저는 이때 그냥 잡니다. 장거리 운항의 경우, 기계적으로 5시간이 지나면 식사가 나오는데요. 이걸 다 먹으면 몸의 리듬이 깨집니다. 좁은 기내에 갇혀 있기에 운동이나 소화가 쉽지 않습니다. 기내에서는 약간 허기진 상태를 유지하는 게 컨디션 조절에 좋습니다. 과일이나 요구르트같은 간단한 간식만 살짝 듭니다.
2. 기내에서 알콜 섭취는 삼가합니다.
승무원이 와인을 권하면, 사양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게 다 비싼 항공권에 포함된 서비스인데!' 주는 대로 다 받아 마시면 뉴스에 나옵니다. '만취 승객 기내 난동' ^^ 기압의 영향으로 기내에서는 평소 주량보다 더 빨리, 더 크게 취하고, 도착해서도 숙취로 오래 고생합니다. 시차 극복 자체도 힘든데 심지어 음주 상태면 더 괴롭습니다. 기내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을 권합니다.
3. 비행기에 내리면 그 나라 기준, 저녁 시간까지 버팁니다.
도착하면 그곳 시간 기준으로 저녁까지 잠을 안 자는 편이 좋습니다. 무리하진 말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다 졸리면 잠깐 눈만 붙입니다. 오후 6시가 되면 호텔 근처 좋은 식당을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습니다. 그후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하면 다음 날 아침에 깹니다. 현지 시간으로 낮에 자면 밤에 말똥말똥합니다. 또 밤인데 잠이 안 온다고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다음 날 낮에 여행 다닐 때 고생합니다. 오전 반나절 돌아다니고 피곤해서 호텔로 와 낮에 뻗으면 낮밤이 바뀐 상태로 계속 됩니다.
저는 도착한 날, 그곳 시간으로 밤이 되면 '타이레놀 PM'을 먹고 잠을 청합니다. 타이레놀 피엠은 두통약에 수면보조제 처방이 들어갑니다. 2알 먹으면 장거리 비행으로 지끈거리던 두통도 사라지고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시판이 되지 않는데요, 페친 중에 김응수 선생님이 계십니다. 만화 '쇼피알'의 스토리 작가로도 일하시는 다재다능한 의사 선생님! 선생님 말씀으로는 국내에는 타이레놀 PM과 동일성분의 '졸리민정'이 있답니다. 장기 여행 시에는 타이레놀과 항히스타민제를 따로 준비해도 좋다고 하시네요. 두통만 있을 경우, 타이레놀. 숙면이 필요하거나 두드러기, 비염 증상이 있을 때는 항히스타민제만 드시면 되거든요. 소중한 조언, 고맙습니다!)
앞으로 20일간의 탄자니아 여행기를 통해, 혼자 장거리 장기간 배낭여행을 즐기는 꿀팁도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시어요~
탄자니아 여행 1일차 경비
공항 픽업 40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아프리카는 현지 사정을 몰라 호텔 픽업을 예약했습니다. 안 했다면 공항에 내려서 멘붕이었을 듯... 킬리만자로 공항은 혼자 오는 배낭족이 드문 곳이라 시내 가는 버스고 뭐고 아무 것도 없네요. 공항 택시가 있긴 한데, 나중에 보니 택시 요금이나 호텔 픽업 비용이나 별 차이가 없더군요. 흥정하느라 입씨름했으면 장거리 비행 끝에 많이 힘들었을 듯. 아프리카 배낭여행의 경우, 호텔 픽업을 추천합니다.)
호텔 25불 (방갈로 독채를 혼자 썼는데, 만족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조식 포함인데, 아침도 맛있다능! 호텔 카페테리아에서 보이는 킬리만자로의 모습은 공짜고요. ^^)
첫 날 묵은 호텔 2층 베란다입니다. 당분간 저의 작업실이지요. 이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저 멀리 킬리만자로의 정상이 보입니다. 흠... 저 산을 오를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저녁 5불 (어디 나가기도 애매해서 호텔에서 먹었는데요, 만족스러워 매일 먹었어요.)
1.5리터 물 2불 (호텔 물가는 역시 좀 비싸지요?)
하루 총경비 72불
혼자 떠난 탄자니아 배낭 여행,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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