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78

짠돌이 아빠의 육아법 87년에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일이다. 대학 신입 원서에 주소를 적는 난이 두 개가 있어 총무과 사무실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아저씨, 여기 이 빈칸은 뭔교?" "거기다 시골 주소 적으면 돼." "시골예? 전 시골 출신 아닌데예?" "학생 집이 어딘데?" "울산입니더." 아저씨는 황당한 얼굴로 날 쳐다봤지만 정작 당황한 건 나였다. '울산은 시골 아닌데? 농서나 호계가 시골이지, 울산은 도시인데?' (울주군 농서면이나 호계면에서 온 친구들에게 시골 출신이라고 놀리던 고교 시절이 새삼 후회되더라. 젠장) 나중에 알았다. 서울 사람에게는 서울 외 모든 도시는 다 시골이라는 걸. 서울 사람들은 정작 도시와 농촌의 구분은 못하면서, 강남 강북 구분은 정확하더라. 강남 강북이 그렇게 다른가? 나같은 촌놈이 .. 2013. 12. 18.
70점 아빠를 꿈꾸며 아내는 가끔 나를 협박한다. "육아일기? 당신이 평소에 어떻게 사는지 내가 블로그에 가서 확 다 불면 당신은 끝이야, 알지?" 그렇다. 블로그에 '요리배우는 남자' '살림 사는 남자' 운운하고 있지만 내가 집에서 하는 건 아내의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아이들에게 하는 것도 못마땅한 것 투성이다. 나는 피곤하면 아이들과 별로 놀아주지 않는다. 그냥 쉰다. 살림도 자기주도형으로 먼저 하고 그런 것 없다. 그냥 아내가 시키는 일만 하지 먼저 나서서 챙기는 법이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70점짜리 아빠다. 하지만 그게 내 목표다. 70점짜리 아빠. 기준이라는 건 스스로에게 정하고 노력하는 목표이지 상대에게 맞추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다. 아이와 부모 사이도 마찬가지 아닌가? 내 기준에 아이더러 맞추라고 할 수 .. 2013. 12. 16.
꼭 너같은 애 낳기를 얼마전 어느 드라마 작가님이 들려준 이야기다. "우린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말할 때 '내리 사랑'이라는 말을 씁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훨씬 더 크다고. 과연 그럴까요? 어른의 사랑은 너무 계산적이고 이기적이지 않나요? 우리가 아이를 사랑할 때는 항상 무언가 조건이 붙고 무언가를 대가로 바라죠. 하지만 아기가 어린 시절 부모를 바라 보는 그 눈빛 속의 사랑, 그건 순수와 무조건적인 숭배, 그 자체죠. 저는 평생을 노력해도 부모로서 아이에게 받은 사랑을 갚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해요. 너를 낳고 기르면서 난 평생 정말 행복했단다. 너도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꼭 너같은 아이를 얻기 바란다. 그래서 내가 받은 이 사랑과 행복을.. 2013. 12. 12.
팬이냐, 훌리건이냐 나는 어려서 책읽기를 좋아해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글쓰는 직업은 배곯기 딱 좋다며 무조건 의대 진학을 고집하셨다. 적성도 안 맞고 성적도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내신등급은 15등급 중 7등급, 고3 1학기 중간 고사 성적이 50명 중에서 22등이었다. 아버지는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동기부여가 덜 된 탓이라며 매를 드셨다. '이게 다 네가 잘되라고 하는 거다. 어른 되면 알 거다. 내가 왜 이러는지.' 이렇게 살다가 맞아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내 성적으로는 집 근처 지방대학에 입학해야 했는데, 대학 시절을 아버지와 보내는 것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2013.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