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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책들의 테마파크 6. 추리소설

by 김민식pd 2016. 3. 30.


2016-59 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드롭'이라는 영화가 있더라. 톰 하디 주연의 범죄 스릴러. '마이클 코넬리의 '드롭'을 영화화했구나
! 톰 하디라면 해리 보슈랑 잘 어울리지.' 하고 영화를 봤는데, 해리 보슈는 안 나오고, 해리 보슈 못지않게 과묵하고 터프한 바텐더 밥이 나온다. 알고보니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 소설. 제목에 낚였지만 영화가 재미있어서 루헤인의 원작까지 찾아 읽었다.


코넬리의 '드롭 The DROP'은 Deferred Retirement Option Plan의 약자다. '은퇴 연기 옵션 계약'. Drop은 또한 '추락사' Drop to death와 결정적 증거로 쓰이는 혈흔 한 방울 drop을 뜻한다. 루헤인의 '드롭'은 마피아가 돈을 수금하는 바 (The drop bar: the bar where they drop the money)를 뜻한다.   

제목을 착각해서 엉뚱하게 본 책이지만 재미있었다. 칠칠치못한 이의 독서는 이런 예기치못한 재미가 있어 즐겁다. 


2016-60 천사의 나이프 (야쿠마루 가쿠 /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작가는 직장을 다니는 틈틈이 추리소설을 쓴 작가 지망생이었다. 그는 에도가와 란포 상 공모전 마감 1개월 전 퇴사하고 그 데뷔작으로 에도가와 란포 상을 거머쥔다. 책은 히트하고, 그 책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까지 나왔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고 가는 사람은 얼마나 멋있는가.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건 이런 성공기 뿐이다. 그 뒤에는 숱한 좌절과 실패담이 있겠지. 그 실패를 자양분삼아 성장하는 게 작가가 아닐까?  

신인 작가 답지 않게, 혹은, 답게? 반전과 트릭이 대담하고 절묘하다. 추리 호러 스릴러의 팬이라면 이 책을 소개한 '황금가지 밀리언셀러 클럽'도 한번 살펴볼만 하다. 믿음직한 작품들이 꽤 많으니까.


2016-61 추리 스릴러 길라잡이 (리디북스 콘텐츠팀)

블로그에 올리는 책소개를 보고 '아, 책 읽고는 싶은데, 시간도 없고, 책 찾아 읽을 여유도 없고... 그림의 떡이네' 하실 분들을 위해...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간단히 읽을 수 있는 무료 전자책~^^

앱 스토어에 가서 '리디북스'라는 전자책 어플을 깔아보시길. '전자책 서점의 연쇄 할인마'로 악명높은(?) 곳이다. 여기에는 무료 샘플북이나 무료 전자책이 많다. '길라잡이'를 검색하면 장르별로 추천 도서를 소개해주는 무료 안내책자가 나온다. 재미나고 알차게 쓴 책이라 그 자체로 읽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 공짜니까, 꼭 한번 다운받아 읽어보시길.

추리소설 팬이라고 하지만,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구분이 애매했는데, '길라잡이'에서 정확히 짚어주더라.

'미스터리는 머리로 푸는 퍼즐이고 스릴러는 가슴으로 느끼는 악몽이다. 미스터리는 관객을 사건 해결에 동참시키는 탐정판타지를 선사하고 스릴러는 관객을 사건의 당사자로 만드는 희생자 판타지를 제공한다' - <스릴러쓰기>의 작가 트리시 맥도날드

자매품 'SF 길라잡이'도 꼭 한번 읽어보시라.


2016-62 J미스터리 단편선 (한국 일본 추리작가 협회 협력 / 정태원 번역 / 태동출판사)


요즘 미스터리 읽는 낙에 빠져있어 도서관 서가에서 찾아낸 책. 꽂혀있을 때는 '미스터리 단편선'이라는 제목만 보였는데, 표지를 보니 J라고 쓰고 옆에 희미하게 APAN이라고 되어 있다.



99년 출간된 책인데, 당시만 해도 일본 문화에 대한 반감이 많았나보다. 일부러 일본 소설임을 숨기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요즘에는 일본 추리 소설 팬들이 많아 오히려 '일본 미스터리 걸작선'이라 해야 더 책이 팔릴텐데, 당시에는 이렇게 '일본'을 숨겨야했다. 2000년 들어 한류 드라마 붐이 일고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이럴 일은 없다. 그런데 요즘 나는 한일 양국간의 관계를 보면, 걱정이 많이 된다. 아니 요즘 우리 나라의 외교를 보면 다 걱정이다. 이래서 정치가 중요한데...  

추리 소설의 다양한 서브 장르가 나온다. 그중에 sf도 하나 있다. 반가워서 작가 약력을 보니, 도요타 아리츠네라고 1962년 제1회 '일본 SF 콘테스트'에 입선하고 1987년에 일본 'SF 작가클럽 회장'까지 역임한 작가다. 그런데 그의 대표작은 '몽골의 잔광' 논픽션 '기마 민족의 사상' '일본인과 한국인, 이것이 다르다' 등이란다.

SF 팬으로서 마음이 짠하다. '아, 출판 시장이 크다는 일본에서도 SF 전업 작가로 살기는 힘든가 보구나, 논픽션을 쓴 걸 보니...' 하긴 나도 원래 꿈은 SF 소설 번역가였다. 그래서 나우누리 통신 동호회에 SF 번역한 걸 올리고 그걸로 책도 냈다. 그런데 90년대 말 SF 소설의 출판 시장이 너무 열악해서 번역료 받기도 수월치 않았고, 책을 낸 출판사가 곧 망하는 걸 보고 PD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때 책에서 다들 그랬다. 20세기는 활자의 시대지만, 21세기는 영상의 시대라고. 예나 지금이나 책의 충고는 정말 소중하다. 지금은 드라마 PD로 살기도 버거워서 블로거 전업을 꿈꾸고 있지만... ^^ 


생각해보면 인생이 그렇다. 뜻대로 되는 건 없다. 포기하고 엉뚱한 길로 갔는데, 거기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한다.

반전은 추리소설에만 있는게 아니다. 인생에도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인생도, 추리소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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