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중2다. 고로 요즘 한참 외모에 고민이 많은 시기다. 아이가 고민하는 걸 보며 무슨 얘기를 해줄까 고민하다, 아빠가 하는 소리는 다 잔소리일 것 같아서, 그냥 생각나는 바를 블로그에 쓴다. ^^ 

 

외모 고민, 난 정말 많았다. 고교 시절 반에서 제일 못생긴 아이 투표에서 짱 먹은 이후, 더욱 그랬다. 가뜩이나 못생겼는데, 못생겼다고 구박까지 하니 기가 죽어 더 볼품없어지더라. 대학에 들어가 소개팅 과팅 연속으로 스무번 연속으로 실패한 후, 결심했다. 나를 더욱 매력적인 사람으로 바꾸리라, 그래서 반드시 연애에 성공하리라!

 

먼저 내 외모를 분석해봤다. 암만 봐도 비디오가 너무 약하다. 비디오가 약하면 오디오를 좀 살려볼까? 이성의 시각에 호소할 수 없다면, 청각에 호소해야 겠다. 그래서 말투를 좀더 매력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말을 할 때,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밝은 말투로 소리내는 법을 연습했다. 얼굴을 호감형으로 바꾸기는 어렵지만, 목소리는 노력에 따라 바꿀 수 있다.

 

나는 심지어 웃는 것도 숱하게 연습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니, 들을 때 가장 기분 좋은 소리는 역시 웃음소리였다. 그래서 일단 자주 웃고 더 시원시원하게 웃기로 했다. 소리죽여 웃는 소리는 별로였다. 기왕에 웃을 때는 크게 웃기로 했다. 더 큰 소리로 웃고, 더 기분 좋은 소리로 웃기 위해서, 웃음소리를 연습했다. 나중에는 아예 말을 할 때,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하는 연습을 했다.

 

웃는 연습을 한다니 좀 가식적으로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소개팅 스무번 연속으로 차여보면 절박해진다. 못 할 게 없어진다. 자주 웃기 위해서는 일단 웃기는 이야기도 많이 해야 했다. 그래서 온갖 유머 화법 책을 읽어 우스개소리도 공부했다. 5600가지 조크, 이런 책도 읽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와우, 있더라. 내가 20년전에 영어 공부할 때 읽었던 조크 책.

기왕에 회화를 공부한다면 재미나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런 책도 읽었다.

저 책 표지를 보니, 정말 추억이 새록새록!

 

'진화심리학' (데이비드 버스 저) 책을 보면, 여자들은 유머 감각이 뛰어난 장기적 배우자를 분명히 선호한단다. 장기적 배우자를 찾을 때 여자는 유머를 잘 하는 남자를 선호하는 반면, 남자는 자신의 유머에 잘 반응하는 여자를 선호한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세상 살기가 남자한테 더 팍팍하다. 남자는 머리를 굴려서 창의력을 발휘하여 혹은 암기력을 동원하여 우스개소리를 해야 하는데, 여자는 그냥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 잘 웃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너그럽다는 뜻이다. 자신의 아이를 키워줄 이성을 찾는 남자에게는 진화심리학상 이렇게 긍정적인 지표도 또 없다. 웃기기 힘들다면 잘 웃어주기라도 하자. ^^

 

큰 딸이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면, 우울해하는 중학생 딸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고민이 많은 아이에게 '그래도 웃어야 한단다.'라고 말하는 것은 쓸데없는 잔소리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고민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

언젠가 대학생이 된 딸이, 우연히라도 이곳에 들러 이 글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웃어야한다. 아무리 세상 살기가 힘들어도 일단 웃으며 버텨야한다.

 

얼마전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봤다. (픽사 최근 영화중 최고였다.)

영화를 같이 본 아홉살난 둘째 딸이 그러더라.

"그런데 왜 아빠는 JOY가 바깥에 나와 있어?"

 

내가 웃음을 달고 사는 건, 오랜 세월, 특훈의 결과다.

못생긴 얼굴일수록 웃어야 그나마 봐줄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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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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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rad 2016.01.07 0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볼 때는 보통이상의 외모는 되시는데....

    자꾸 못생기셨다는 말을 반복하시는 것 같군요.

    자랑도 별로이지만...

    근거없는 자기 비하는 좋지 않습니다.

  2. brad 2016.01.07 0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고로 정신병 중에, 추모증이라는게 있습니다.

    제가 추모증 환자인데...

    저는 미국 박사 학위 받은 아내와 결혼했고...

    잘생겼다는 말도 간간히 듣고 자랐는데...

    이상하게 제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견딜 수 없습니다.

    일예로, 온라인에 내 얼굴 사진이 한장도 없음.

    이시형 박사가 그러더군요.

    추모증 환자 공통점이 준수한 외모라고...

    • 김민식pd 2016.01.12 07: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외모가 준수하다는 말씀에 적극 공감하고 싶습니다! ㅎㅎㅎ 집에서 모시고 사는 마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