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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혹성 탈출' : 빗나간 예상

by 김민식pd 2014. 7. 29.

'혹성 탈출 - 반격의 서막'을 봤습니다. 영화는 참 재미있었지만, 나오면서 '이런 내 예상이 빗나갔네!' 하고 이마를 쳤답니다. 최근 히트 영화의 리부트가 유행인데, 그중 단연 압권은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입니다. 1편은 정말 탁월한 영화죠. 극장에서만 2번 봤어요. 머리 나쁜 게 이럴 때 도움이 됩니다. 한번 본 영화를 다시 봐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어 돈이 아깝지 않거든요. ^^

 

영상 문법을 공부하는 이에게 극장에서 같은 영화 다시보기를 권합니다. 평이 좋은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달려가서 한 번 보고, 재미있으면 2,3주 뒤에 한번 더 보는 거죠. 처음 볼 때는 영화 줄거리를 즐기며 관객의 입장에서 봅니다. 두번째 볼 때는 여유가 생겨, 연출자의 입장에서 플롯이며, 콘티며, 앵글을 공부하며 봅니다. 책도 그렇듯이 영화도 내 것으로 만들려면 두 번은 봐야해요.

 

지정 좌석제가 없던 옛날, 터미네이터 2 같은 영화는 아침에 극장 가서 2,3번을 연속으로 봤어요. 2편을 함께 트는 동시상영관에는 액션 영화 시작 시간에 맞춰 들어가 사이에 중간에 에로 영화 하나 끼워 보고 같은 액션 영화를 2번 보는 식으로 하루 종일 극장에서 시간을 죽였지요. 방학땐 그렇게 극장에서 살았어요. 짠돌이 피서법이지요. 논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보니 극장이 제겐 학교였던 것 같아요.

 

뭐든 많이 보면 길이 보여요. 혹성탈출 리부트 1탄을 보고, 2탄의 줄거리도 예상할 수 있었어요. 캐스팅에는 연출의 의도가 숨겨져 있거든요. 1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브라이언 콕스의 등장이지요.

 

영화 엑스맨 시리즈도 참 좋아합니다. 엑스맨의 최고 악역은 역시 매그니토죠. 엑스맨 1탄이 착한 돌연변이(프로페서 엑스)와 악당 돌연변이(매그니토)가 싸우는 이야기라면, 엑스맨 2탄은 대립하던 두 돌연변이 세력이 힘을 합해 인간에 대항하는 이야기입니다. 왜냐. 그만큼 위협적인 인간이 나타나거든요. 바로 윌리엄 스트라이커 장군 말입니다.

 

(엑스맨 2에서 스트라이커 장군으로 분해 울버린 잡으러 오는 사람이 바로 브라이언 콕스입니다.)

 

인간 특공대를 이끌고 와 엑스맨의 본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인물. 최강의 엑스맨, 울버린 조차 그를 만나면 공포에 떱니다. 얼마전 개봉한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젊은 스트라이커 소령이 나오죠. 울버린의 탄생 편을 보면 알 수 있듯, 원래 울버린 손에서는 뼈처럼 생긴 갈퀴가 튀어나옵니다. 울버린의 무기가 손에서 튀어나오는 칼날이라 생각하는데, 울버린의 특기는 체세포가 무한히 재생되는 능력입니다. 즉 불로불사의 몸을 가진 것이죠. 스트라이커 장군은 그런 울버린의 몸 안에 아드만티움이라는 금속 칼날을 생체이식합니다. 다른 돌연변이는 몸안에 들어온 금속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는데 울버린은 끝없이 재생되는 신체 능력 덕분에 살아납니다.

 

울버린은 참 슬픈 돌연변이입니다. 싸울 때마다 자신의 살을 뚫고 칼날이 튀어나옵니다. 그렇게 찢어진 상처도 금세 아물지요. 매번 칼날이 나오는 순간은 늘 괴롭지요. 누군가와 싸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살을 찢는 아픔을 느껴야 하는 인물. 전투병기 울버린의 비애입니다. 그런 울버린도 스트라이커 앞에서는 벌벌 떱니다. 자신에게 생체 실험의 트라우마를 안겨준 인물이니까요. 초능력자에 대해 오랜 세월 적개감을 불태우며 전투력을 키워온 직업 군인, 바로 스트라이커 장군이지요. 

 

 

("칼날이 피부를 뚫고 나오는 아픔을, 니들이 알아?)

 

엑스맨 2탄이 1탄 못지않게 재미있었던 이유는, 스트라이커 장군 역할을 한 브라이언 콕스의 카리스마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다른 영화에서도 눈여겨 봤지만, 이 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거든요. 단적인 예로 그는 예전에 영화 '맨헌터'에서 한니발 렉터 역도 했거든요. 렉터, 아무나 못하죠. 훗날 안소니 홉킨스가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 역으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또 보여주지요. 두 배우의 공통점은 런던 연극판에서 리어왕을 오래 연기했다는 거, 소속사도 같다는 거. ^^ 역시 그 공력, 어디 가겠어요?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을 보고 의문이 일었어요. 그런 천하의 브라이언 콕스를 캐스팅해놓고도 존재감이 너무 적다는 거죠. 시저가 갇히는 유인원 수용소 소장 존 랜든으로 나오는데, 철창 너머로 갇힌 시저를 지켜보는 모습을 보며, '오홀! 시저, 딱 걸렸네.' 했는데, 소장은 별로 힘을 못 씁니다. 오히려 시저의 탈출 과정에서 아들이 죽고 말죠. (해리 포터에서 말포이로 나왔던 배우) 처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브라이언 콕스의 분량이 적어 의아했는데, 2번 보니까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어요. 브라이언 콕스는 혹성 탈출 리부트 2탄을 찍기 위한 밑밥이었던 거죠.

 

 

혹성탈출 1탄에서 시저가 원숭이 무리를 이끌고 숲으로 탈출합니다. 2탄은 그렇다면, 그 원숭이들을 치러가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인류를 멸종 위기로 이끄는 바이러스가 유인원에서 나왔고,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유인원을 잡아 생체실험을 해야 가능하다. 즉 인류생존의 희망은 유인원 무리를 다시 잡는 것. 그 유인원을 잡으러가는 인간 특공대를 누가 인솔할 것인가? 이때 브라이언 콕스가 등장하는 거죠. 유인원들의 생태를 가장 잘 아는 수용소장으로, 거기에 원숭이 무리를 이끄는 시저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로서, 무엇보다 아들의 복수를 하려는 아버지로서. 진화의 결과물인 엑스맨을 치러가는 특공대의 대장이, 진화한 원숭이들을 치러가는 특공대의 대장으로 다시 나오는 거죠. 캬, 감독의 절묘한 캐스팅, 죽인다! 영화광들을 위해 세심하게 깔아둔 밑밥!

 

 

"울버린이든 시저든, 돌연변이 잡는 건, 내가 전문이다."

 

 

혹성 탈출 2탄이 개봉한다기에, 브라이언 콕스와 시저의 한 판 대결을 기대하며 극장에 달려갔다가..... 네, 보기 좋게 뒷통수를 맞았죠. 브라이언 콕스, 2탄에 아예 안 나오더군요. 이야기의 시점도 내가 예상했던 지점보다 훨씬 훗날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탄에서 깔아둔 떡밥은 다 어쩌고? 네, 알고보니 감독이 바뀌었더라구요.

 

드라마든 영화든, 감독이 바뀌면,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어지죠. 이전 감독이 깔아둔 포석대로 움직이면 웬지 창의성이 떨어져보이잖아요? 자기 식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거, 그게 감독의 욕심이죠. 그런 욕심이 없으면 감독이 아닌거고... 예상이 빗나가 아쉬웠지만, 그래도 2탄도 퀄리티가 훌륭해서 용서가 되었어요. 내 생각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면 외려 불만스러웠을 거예요.  

 

 

 

1편, 진화의 시작, 극장에서 2번 본 이유.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뛰었어요.

Evolution Becomes Revolution.

진화는 혁명이 된다.

 

캬!!!! 카피, 죽이지 않나요?

 

진화의 증명은 혁명을 할 수 있다는 거죠.

 

 

대학 시절, 같은 영화 2번씩 보고, 책을 수없이 읽은 이유, 변화를 꿈꾸었기 때문이죠.

영화 한 편, 책 한 권을 볼 때마다, 늘 스스로에게 되뇌입니다.

이것이 나의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이 나의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내 삶을 바꿀 것이다.

 

혁명이란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뀐 생각과 실천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즉, 독서와 영화 감상은 세상을 바꾸는 혁명의 첫걸음이 되는 거죠.

 

혁명이 별건가요?

수용소를 박차고 나와 내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으면, 그게 바로 혁명이지.

 

환경의 노예로 살 것인가,

내 삶의 주인이 될 것인가?

 

오늘 하루도 혁명을 꿈꾸는 하루,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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