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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못 말리는 감독의 대책 없는 신작, 쿼바디스

by 김민식pd 2014. 7. 14.

MBC 입사 동기들 중 별난 친구가 몇 있는데, 그중 단연 독보적인 존재는 김재환 감독입니다. 그가 시사교양국 피디로 일하던 시절, 어느날 편집실에서 만났는데 한 달 정도 휴가를 떠난다더군요.

 

"어디로 가는데?"

"참치잡이 원양어선 타러."

"왜, 급전이 필요한 거니?"

 

제 고향 울산에서는 급하게 돈 필요한 사람들이 원양어선을 타곤 했거든요. 

"돈을 벌기는 커녕, 내 돈 써가며 배 타러 가는거야."

 

알고보니 '와! 이 멋진 세상'을 기획하는데 참여한 김재환 PD, 오래전부터 원양어선 참치잡이 장면을 방송하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해외 출장에 들어가는 예산이며 촬영 인원 배정같은 문제 때문에 난색을 표했대요. 그러자 그냥 자신이 그냥 휴가내고 원양 어선을 타러 간다는 거예요. '휴가 한번 참 별나게 쓰네.' 혼자 6밀리 카메라 들고 배를 타고 몇주에 걸쳐 참치잡이 장면을 찍고 온 그는 자신이 촬영한 테입을 편집하고 대본까지 써서 완성시킵니다. 그렇게 만든 영상을 윗분들께 시사했더니 방송에 내도 좋겠다고 해서 결국 방송도 나가고, 시청률도 잘 나왔지요. (드라마 피디로서 가장 부러운 부분이에요. 혼자 촬영, 대본, 편집 모든 걸 할 수 있으니... 몇년 째 놀아보니 알겠더라구요.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였구나...)

 

당시 저는 혀를 내둘렀어요. 김재환에게 연출은, 월급 받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그냥 휴가 가서 지 돈 써서까지 하고 싶은 일이었던거죠. '저런 일벌레, 월급장이로 썩기에는 너무 아까운 걸?'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김재환은 곧 사표를 내고 나가서 외주제작 프로덕션을 차립니다.

 

방송사 출신 피디가 외주 제작을 하면 아무래도 편성 따기에 유리하죠. 다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김재환은 이 밥상을 냅다 걷어찹니다. 네, 바로 공중파 방송사의 외주 편성 정책과 맛집 프로그램 제작 비리를 비판한 영화, '트루맛 쇼'를 들고 나옵니다. 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그 놀라운 풍자정신에 낄낄대고 배를 잡고 웃었는데, MBC 선배님들 중에서는 MBC 출신 피디가 친정인 MBC의 싸다구를 날렸다고 불쾌해하신 분이 많았지요. 저는 이해할 수 있어요. 김재환은 뼛속까지 딴따라거든요. 딴따라는 정치적으로, 이것저것 재보는 일이 없어요. 본인이 옳다고 믿는 일은 그냥 합니다.

 

 

공중파 방송사들을 엿 먹인 걸로는 부족했나봐요. 두번째 영화에서는 더 큰 상대에게 칼날보다 더 무서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바로 'MB의 추억'이지요. 그는 외주 제작사를 운영하며 2008년 대선 특집 다큐를 만들었는데요, MB가 당선된 후 몇년이 지나, 옛날 유세 시절 촬영 원본을 보니 그게 그렇게 웃기더랍니다. 서민들을 위해 경제를 살리겠다. 나라의 품위를 되살리겠다. 뭐 그런 말을 쏟아내는 대선 후보 MB의 모습,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웠던거죠. 사비를 들여 다시 그 촬영 원본에 더빙을 하고 극장판으로 편집해서 개봉합니다. 정산 코미디란 이름으로. 전 그 영화도 낄낄 거리며 즐겁게 봤어요. 다만 영화의 주연 배우가 너무 비호감이라, 주인공이 스크린 가득 채우고 나올 때마다 심하게 비위가 상하긴 했지만......

 

 

방송사, 대통령... 갈수록 센 상대에게 비판의 칼날의 들이댄 김재환 감독에게 물었어요.

"이제 차기작은 못 하겠네. 대통령 엿먹이기까지 했으니 이제 소재 고갈 아냐?"

그때 그가 진지한 얼굴로 답했어요.

"형, 다음 건 더 센 상대야..."

응? 외주제작사 대표에게 방송사보다, 대통령보다 더 센 상대가 누가 있단 말이지?

 

네, 이번에 이 친구는 예수님을 팔아 돈 버는 사람들의 좌판을 뒤엎겠다고 나왔군요.

영화 '쿼바디스'

와우, 못 말리는 감독의 대책 없는 신작, ''쿼바디스'의 예고편입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가 법원 출석하는 조용기 목사를 쫓아가며 마이크를 들이댑니다.

"교회가 당신들 영업장입니까?"

 

네, 못 말리는 감독의 대책 없는 신작, 쿼바디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진심 기원합니다.

 

(보고싶다, 쿼바디스. 포스팅 1탄입니다. 2탄에서 다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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