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제주 올레길을 다녀왔다. 혼자서 올레 여행을 가면, 나는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에서 묵는다. 낮에는 걷고, 밤에는 책을 읽거나 갤럭시 노트로 영화를 본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이런 저런 사색에 젖는다.
그러다 본 영화가 일본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이다.
두 명의 피아니스트 지망생 아이들이 나온다. 하나는 어려서부터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 연주가의 길만을 생각하며 매일 연습에 열중하는 슈헤이, 또 하나는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 숲 속에 버려진 피아노를 가지고 놀다 음악에 눈뜨는 카이. 영화는 두 천재 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우정을 쌓고 나중에 서로 경쟁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속 대사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연습 벌레 슈헤이가 피아노의 대가를 찾아가 묻는다.
"어떻게 하면 저도 카이처럼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요?"
그때 선생님의 말씀.
"너 자신의 피아노를 더 좋아하는게 좋겠다. 그럼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왼쪽이 피아노가 즐거워 피아노를 친다고 말하는 카이,
오른쪽이 연습은 결코 즐거울 수 없고 그렇기에 노력과 헌신의 결과로 피아니스트가 만들어진다고 믿는 슈헤이.)
내 블로그나 책을 보고 아내가 가끔 핀잔을 준다.
"당신은 심리적 노출증 환자같아. 항상 자기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지."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것이 내가 나의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어렸을 때 자살을 꿈꾼 적이 있다. 그때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부부교사였던 부모님이 항상 나를 학교 제자들이랑 비교하는 일이었다. 수백명의 아이들 중 최고인 반장이나 전교 일등이랑 비교하면 나는 너무나 못난 아들이었다. 맞기도 참 많이 맞았는데, 그때 늘 했던 고민이 '왜 부모님은 나를 더 사랑해주지 않을까?' 였다. 그러다 어느날 깨달았다.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 자신의 삶이 너무나 소중해 술 담배 커피도 안 하고, 좋아하는 독서나 여행만 즐기며 산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무리 말려도 저지르고 본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고, 남과 자신을 비교할 이유도 없다.
"너 자신의 피아노를 더 좋아하는게 좋겠다. 그럼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이 대사는 여러모로 바꿀 수 있다.
"너 자신의 인생을 더 좋아하는게 좋겠다. 그럼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렇게 다짐하기도 한다.
"너 자신의 아이를 더 좋아하는게 좋겠다. 그럼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의 아이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우리의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비교를 멈추면 행복은 절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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