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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최신 영화들이 시간을 정복하는 법

by 김민식pd 2014. 12. 3.

최근 3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인터스텔라와 보이후드, 그리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먼저 인터스텔라와 보이후드, 둘 다 놀라운 영화입니다.

인터스텔라는 2번 보았어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매번 2번씩 봅니다.

처음에는 일반 상영 버전으로, 그리고 3주 정도 지난 후 아이맥스로 다시 봅니다.

놀란의 영화는 좀 어렵습니다. 저같은 사람은 2번은 봐야 이해가 되더군요. ^^

사실 영화를 2번 보는 것은 영상문법을 공부하는 이에게 좋은 학습법입니다.

저는 미디어 관련 학과를 전공한 적도, 영상 문법을 따로 배운 적도 없습니다.

다만 입사하고 6개월간 자료실에 있는 영화를 하루에 3편씩 보았는데

그것이 훗날 시트콤을 찍고,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맥스는 초반에 표구하기 힘드니 일단 일반 버전으로 먼저 보고

열기가 사그라들때쯤 다시 아이맥스로 한번 더 보는 겁니다. 

인터스텔라의 경우, 우주로 나간 이후는 확실히 아이맥스 영상이 압도적이더군요.  

처음 볼 때는 초반부가 지루해서 살짝 졸았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오히려 몰입감이 더 좋았어요.

초반에 딸과 나누는 아버지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다 후반을 위한 복선이더군요.

현란한 그래픽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부분이 참 좋았어요.

 

시간을 정복하는 법, 첫번째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상상력의 실현입니다. 

 

인터스텔라와는 다른 의미로 압도적인 영화관람이 바로 보이후드입니다.  

어린 아이로 첫 등장하는 소년이 청소년기를 겪고 12년 후 대학생이 되는 순간까지 그립니다.

이 영화가 12년간 같은 배우들을 데리고,

1년에 한번씩 모여서 잠깐 잠깐 찍어서 완성된 작품이란 걸 모르고 영화를 보는 사람은

극중 주인공 소년이 나이들어 가는 과정을 보고 무척 신기해하지요.

하지만 그걸 알고 보는 저에게도 무척 신기한 영화였어요.

 

기획도 대단하지만 12년간 그 약속을 지켜낸 배우와 스탶들이 더 대단한!

 

시간을 정복하는 법, 두번째는 오랜 시간, 마음 먹은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입니다.

 

(보이후드를 관람한 이수역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나인.

창밖으로 도심 전망이 보이는 아주 멋진 극장이랍니다.) 

 

 

세번째 영화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입니다.

 

76년을 함께 한 아내에게 한결같은 98세의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

아직도 소녀같은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하는 방년 89세 강계열 할머니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인터스텔라나 보이후드보다 더 신기한 영화였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실화니까요.

두 분의 사랑은 정말 그 어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로맨틱합니다.

98세가 되도록 로맨틱한 사랑을 가슴을 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비결이 무얼까?

네, 두 분은 정말 하루 하루 순간을 즐기시더라구요.

눈이 오면 눈 장난하고, 꽃이 피면 꽃을 꺾어 머리에 꽂고, 그렇게 사시더라구요.

 

시간을 정복하는 세번째 비결, 매순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Seize the moment.

 

최근 읽은 책에서 한구절.

 

'진적선사가 처음으로 방장이 되었을 때, 어느 선사가 묻습니다.

"제가 듣건대, 석가모니께서 설법을 시작하셨을 때는

황금빛 연못이 땅에서 솟아나왔다고 합니다.

오늘 스님께서 취임하시는 마당에 무슨 상서로운 조짐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진적 선사가 답했다.

 

"문 앞의 눈을 쓸었네."

 

-인간이 그리는 무늬, 최진석 지음. -

 

이상을 실현하기 어려울수록 나의 증명은 일상에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 왔습니다. 

PD 지망생들께는 올 한 해 유난히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MBC의 경우, 아예 신입 사원 공채도 하지 않았고

공중파들의 기세는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으니...

그래도 부디 창작자의 꿈을 포기하지는 마시길.

 

삶에서 기적은 별난게 아닙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한 일상을 이어가는 것,

그게 바로 기적입니다.

 

다들 화이팅!

 

 

아, 참! 뉴스타파에 'UFO 추격자들 2화' 올렸습니다.

어설픈 소설 쓰느라 고군분투하는 초보 작가에게도 힘을 실어주세요. ^^

http://blog.newstapa.org/seinfeld683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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