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PD 스쿨입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을 봤어요.
영화를 보고 좀 아쉬웠습니다.
이 영화를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는데... 근 40년을 기다린 영화 아닌가요? 어렸을 때, 아이들끼리 모여서 하는 얘기였으니까요.
"슈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사실 말이 안 되는 싸움이죠. 인간이 어찌 감히 신에게...)
40년을 기다린 영화인데... 중간에 잤습니다. 크게 피곤한 것도 아닌데, 너무 지루해서 졸리더군요. 제 앞 사람은 보다가 중간에 나가더군요. 페이스북에 보니 그런 사람 꽤 되는듯...
이 영화가 망한 이유...
'왜?' Why에 너무 집착한 것 같아요.
슈퍼맨과 배트맨이 왜 서로 싸워야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너무 공을 들였어요. 이건 오락 영화거든요. 오락 영화에서 중요한 건 Why보다 How죠.
어차피 배트맨이랑 슈퍼맨은 싸울 이유가 없어요. 둘 다 우리 편이니까. 싸운다면 이유는 하나죠. 관객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모두가 보고싶어 하는 그 싸움을 보여주는 거죠.
'왜' 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인 배트맨이 외계인인 슈퍼맨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까? 그거 아닌가요? 그런데 감독은 둘을 싸움 붙일 생각은 안 하고, 어쩌다 둘이 싸우게 되었는지만 계속 이야기합니다. 설명이 길어지면 구차해집니다. 그냥 화끈하게 싸움을 붙여야죠.
잭 스나이더는 오락물을 잘 만드는 감독입니다. 전 그가 만든 '300'을 좋아해요. 하지만 같은 '배트맨'을 다룬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좀 주눅이 든 것 같군요. 철학적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봐요. 놀란 감독은 '메멘토'를 만든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이야기를 갖고 노는 게 그의 장기였어요.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 역시 마찬가지죠.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관객의 뒷통수를 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이들은 오락물을 연출해도 이야기의 깊이가 있죠. 다른 종류의 연출인 놀란이나 싱어를 흉내내기보다, '어벤저스'의 조스 웨던 감독처럼 재미난 영화를 만드는데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만 불만인가 싶어서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아래 유튜브 2개를 보시면 양덕(서양덕후)들의 반응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본편보다 아래 동영상들을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
벤 어플렉 (배트맨)과 헨리 카빌 (슈퍼맨)의 인터뷰.
기자 질문 : "영화평이 좋지 않던데, 보셨나요? 기사들마다 혹평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인인 카빌은 열심히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고, 어쩌고 저쩌고.
벤 어플렉은 침묵을 지킵니다... 그의 표정을 한번 보세요.
영화를 본 사람은 어플렉의 표정에 깊이 공감할듯... ^^
처음 도입부 30초만 보시면 됩니다. 덕후들의 반응은 대개 이래요.
"내가 좋아하는 배트맨이랑 슈퍼맨이랑, 심지어 원더우먼까지 나오는데, 영화는 왜 이 모양이냐고!"
(원더우먼의 의상이 너무 어두워요. 맨오브스틸 때부터 저는 슈퍼맨 쫄쫄이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무엇보다 밤에 자꾸 싸워요. 영화가 너무 칙칙해지는 거죠. 원더우먼의 등장만큼은 더 샤방했으면 좋았을텐데.)
오락물에서 Why보다 중요한 건 How에요.
어떻게하면 더 재미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합니다.
즐길 수만 있다면,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연출은 자신의 성향과 역량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대결의 진정한 승자는
어벤저스의 마블 코믹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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