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지금 '자본론'을 읽는 이유

by 김민식pd 2018. 4. 4.

몇년 전에 올린 독후감을 다시 올립니다. 예전에 쓴 글이라 요즘 쓰는 문체와 많이 다르지만 그대로 올립니다.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쓰는 게 블로그라고 생각하니까요. ^^


(친한 형네 부부랑, 저랑 아내랑, 넷이서 부부 독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고전의 경우, 혼자 읽으면 중도 포기하기 쉬운데 부부가 함께 읽으니 자극도 되고, 무엇보다 책을 읽고 나서 서로 토론을 하면서 부부가 함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좋더군요. 첫 책은 '자본론'을 쉽게 풀어쓴 임승수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쓴 독서 세미나 발제문을 올립니다.)

 

 

좋은 드라마란 무엇일까?

보는 사람이 다 자신의 이야기인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보편적 정서'에 충실한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다.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오래전 다른 나라에서 쓰여진 책이라도

읽는 사람이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한다고 느낀다면,

'보편적 진리'를 뚫고 있다면 바로 좋은 책 아닐까?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쉽게 풀어쓴 이 책을 읽고

우리 시대의 문제와 해법을 통렬하게 뚫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데는 이유가 있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버린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다.

혹시 우리는 아이들의 안전마저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버린게 아닐까?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해운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몰고

20년 다된 고물배를 시장 규제를 해제하여 들여오고

이윤 극대화를 위해 선적 제한마저 무시했더니 결국 참사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자본론'을 읽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로 보인다.

자본론은 자본주의 궁극의 문제에 대한 통찰이니까.

 

기술이 발달할수록 더 착취당한다는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세상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우리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지.

마르크스는 기계가 문제라기보다는 기계를 '자본주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기계는 생산력 발전을 통해 인류를 고통스러운 노동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기계를 자본주의적으로 사용하면, 곧 노동자 '착취'의 수단으로 사용하면

밤새 일할 수 있는 기계에 맞춰 단순 반복 작업만 철야로 반복하게 된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쓰는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도 그렇고 사마천의 '사기'도 그렇고

고전을 읽다보면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은 선현들이 이미 찾아둔 것 같다.

고전에 숨어있는 지혜를 어떻게 찾아내어 지금 이 시대에서 실천할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는 소중한 타인의 '노동', 항상 고마워해야 할 타인의 '노동'

단순한 화폐 수치로 바꾸어 놓는다.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간' 관계를

깡그리 '' 관계로 바꾸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란다.

장수 문제 전문가인 로라 카스텐센 교수는 노후 생활에서 봉사의 중요성을 말한다.

모든 노동에 화폐가치를 매기면,

일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그릇된 노동관념에 길들 수 있다.

돈 한 푼 못받아도 좋아서 하는 일, 보람으로 하는 일을 기꺼이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가 주인이다.

심지어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종교 지도자가 자본가가 되거나

혹은 자본가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윤 추구 활동을 한다.

 

경제대통령, CEO 대통령이라는 말은 얼마나 추악한 말인가.

자본의 횡포로부터 국민을 지켜야할 정치가가

자본가처럼, 자본가의 입장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

 

우리는 너무 쉽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거를 통해 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라고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자본가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도 답일 것이다.

 

임승수씨는 공대를 다니던 시절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경도되어

10년 가까이 자본론 강독 및 세미나를 했단다.

그런데 수학 공식이 나오고 어려운 이론이 나오니 다들 중도포기하더라고

그래서 10년을 고민해서 자본론을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찾았단다.

10년의 노력의 결실이 우리가 읽고있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다.

 

 좋은 책이란 저자의 10년치 노력이 녹아있는 책이다.

그 책을 3일만에 다 읽고 이해했다면 10년의 노하우를 3일만에 입수한거다.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나의 시간을 착취한다.

빼앗긴 시간을 되찾아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책을 찾아 읽고 토론하고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것,

더 나아가 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삶의 실천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반응형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답은 책 속에 있다  (16) 2018.04.09
사부님과 펜팔하기  (5) 2018.04.05
어느 불량품의 행복한 고민  (5) 2018.04.02
다시 만난 이상문학상  (4) 2018.03.30
책벌레를 위한 독서 예찬론  (8) 2018.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