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회사가 우리를 열받게 할 때?

by 김민식pd 2013. 6. 18.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 속에 모든 답이 있기 때문이다. 알고 싶은 건 무엇이나 책 속에 있다.

 

사람이 백이라면 세상에 문제도 백가지다.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힘든 점은 다 다르기 때문에. 이 블로그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취업이 걱정이라면, 사실 더 많은 사람들은 전업이 걱정이다. 취업 걱정이 오래 갈 것 같지만, 사실 취업 걱정은 2,30대에 대개 끝이 난다. 진짜 걱정은 3,40대에 찾아오는 전업 걱정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아, 저 이상한 대리한테 욕먹어가면서 이 회사에 붙어있어야 하나?'

'적성도 안 맞는데 이제라도 때려치워야 하나?'

'자꾸 나가라고 눈치주는 것 같은데 이제 치킨집 창업이라도 해야하나?'

사실 취업보다 전업이 더 큰 걱정이고 더 오래가는 걱정이다. 

 

나도 예전에 어떤 외국계 회사를 다닐 때 전업을 심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94년 당시로서는 드물게 주5일제 근무를 하고, 연봉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어디나 그렇듯이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같이 일하는 상사와 마음이 맞지 않으면 아랫 사람 입장에서는 지옥이 따로 없는 법이다. 그때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어디가서 하소연할 곳이 없어 더 힘들었다. 

 

회사 동료를 만나 상사를 흉보기도 그렇고, 7군데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끝에 처음 붙은 직장인 걸 아는 부모님께는 배부른 소리라 혼날 게 뻔하고, 취업을 못한 친구에게는 얘기 꺼내기도 미안하고... 전업이란 게 어디가서 상의할 데가 없어 혼자 끙끙 앓기만 했는데... 최근에 책 한 권을 만나고, 무릎을 쳤다.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회사가 우리를 열받게 하는 65가지 이유!'

'우울한 기사를 읽었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젊은이들이 평균 1년 4개월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내용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1년을 조금 넘기고 첫 직장을 나왔다.젊은이들의 구직기간은 평균 11개월이라고 한다. 이토록 힘들게 구한 직장을 왜 1년여 남짓 후 그만두는 걸까? 취업 시장이 좋지 않으니 찾아도 원하는 직업을 구하기 어렵고, 설사 직업을 구했더라도 적성에 맞이 않는 직장을 무리하게 다니면 그만큼 포기도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일까?'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MBA인 와튼스쿨을 나와 리먼 브러더스 등 월스트리트 투자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 영화 관련 업계에 몸담게 된다.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에게도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은 쉬운 일이 아니었나보다. 하긴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쉬우랴만은...

 

'왜 회사는 똑똑한 젊은이들을 뽑아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걸까? 왜 20년 가까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사회 생활에서 별로 도움이 안되는 걸까? 이건 나만의 고민일까?'

이러한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고 주위의 선배들에게서 답을 구한 저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20년전 나처럼 회사가 열받게 해서 때려치우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는?^^)을 위해 책을 써냈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거다.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 있다. 심지어 회사가 왜 우리를 열받게 하는지, 그럴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책이 나와있다니!

 

이 책은 전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만, 사실 꼭 읽어봐야 할 사람들은 그들을 열받게 하는 관리자급 직원들이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전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급여나 복지 체제같은 큰 이슈보다는 오히려 상사가 나를 대하는 태도같은 작은 문제들이다. 살면서 위기가 닥쳐오면 주저앉아 신세타령만 하고 끝나기 쉬운데, 자신의 직장 생활을 바탕으로 책도 쓰고 좋은 충고를 들려주는 괴짜 선배가 있다니 참으로 반갑다. 

역시 책 속에 길이 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