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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경제적 독립을 쟁취하기

by 김민식pd 2013. 3. 29.

간만에 질의응답 시간입니다~

방명록에 올라온 질문:

민식피디님
경제적 독립해서 따로 혼자 사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그냥 부모님과 함께 사는게 맞을까요
독립해서 살면 월세값, 경제적부담이되서 그럽니다.

 

어떤 게 답일까요?

저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엄하고 보수적인 분이셨습니다. 전 어려서 아버지에게 참 많이 맞았어요. 아버지는 그러셨어요. "부모가 자식을 때리다가 자식이 죽어도 부모는 죄가 아니다. 그건 자식을 인간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패시는데, 와우... 매보다 더 무서운건 우리 아버지의 그런 말이었어요. 정말 무섭죠?

 

제가 낸 책,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보면 공짜로 세상을 살기 위해 어린 시절 제가 감행한 몇가지 모험이 나오지요. 그 중 하나가 하숙비를 아끼기 위해 학교 동아리방에서 숙식한 일입니다. 그 일을 모르셨던 어머니가 책을 읽고 그러시더군요. "우리가 그렇게 어렵게 살았었니? 너를 그렇게 가난하게 키웠니?" 그렇지는 않았죠. 오해하실까봐 잠깐 말씀드리면 우리 부모님은 경제적 여유가 좀 있습니다. 아마 제가 손을 벌리면 언제든 경제적 도움을 주셨을 거에요. 하지만 난 그 돈을 받기가 싫었답니다.

 

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하셨거든요. "네가 내 돈을 타 쓰는 동안에는 내 말을 들어야지." 적성에 안 맞는 이과에 가고, 공대에 가고, 취업을 한 게 다 아버지의 자식으로 사는 한,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야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어요.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을 쟁취하는 게 우선이었지요. 

 

서울로 대학을 온 후, 처음 한 일은 입주 과외였어요. 먹여주고 재워주는 집에서 아이를 가르키고 돈을 벌었죠. 87년 당시 월급은 한 달에 10만원이었어요. 학교까지 왕복 3시간 거리에 있는 집에서 고등학생 남자 아이와 방을 함께 쓰며 지냈어요.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주인 아주머니가 저를 부르시더군요. 청소하다가 제 통장을 보셨나봐요. "학생, 이게 뭐야?" "네?" "적금 통장이 있대? 학생 집에서 용돈 타서 써?" "아뇨? 주시는 월급에서 반은 용돈으로 쓰고 반은 저축하는건대요?" "그 돈을 쪼개서 적금도 붓는다고? 학생, 진짜 지독하네..." 저축은 저의 오랜 습관입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 항상 절반은 저축했어요.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 

 

나중에 첫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길길이 뛰면서 반대하셨어요. 그때 딱 한마디 했어요. "아버지 돈은 한 푼도 안 쓸거에요. 회사 다니며 모아둔 돈 있거든요? 그걸로 학원 다니고 준비할 거니까요. 그리고 저 이제 스물 다섯이거든요? 아버지가 반대한다고 다니기 싫은 직장 억지로 다닐 필요 없다구요. 제 인생 제가 살 거구요. 굶어죽어도 아버지한텐 손 안 벌릴게요."

 

통대 합격 못하면 굶어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배수진을 치고 미친듯이 공부하게 되더군요. 다행히 합격한 후로는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어요. 영어 과외도 하고, 통역도 하고, 영어 학원 교재도 쓰면서 돈을 벌었거든요.

 

경제적 독립 할까 말까에 대해 제 얘기만 길게 했죠? 전 경제적 독립이 정신적 독립을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야해요. 좀 불편한 환경에서 좀 힘들게 살 각오도 해야하거든요. 부모님이 제 경우처럼 억압적이고 삶의 간섭이 심하다면 빨리 나오셔야죠. 그렇지 않다면 부모님과 함께 지낼 때 돈이라도 많이 모아두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언젠가 경제적 독립을 실천하는 밑거름이 되거든요.

 

참고로 우리 아버지는 저의 그런 태도를 내심 반기셨던것 같애요. 제가 지독하게 돈을 모으는 걸 보고 무척 흡족해하셨거든요. '적어도 내 재산을 털어먹을 못난 자식은 아니군.' 그렇게 생각하셨는지도 몰라요.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사랑하는 딸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 줄 수 있지만, 그 아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나만 바라보고 사는 건 참 싫을 것 같아요. 여물게 자신의 앞가림을 하는 아이를 키우고 싶어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답일까? 항상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아버지처럼 살기는 싫어요. 아이들에게는 잘 놀아주는 좋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어요.)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통해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 사실은 부모님을 위한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어려운 환경도 감내하면서 꿋꿋이 지내는 모습을 보시면 마음을 놓지 않을까요? 지금 하시는 고민,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입니다. 꼭 필요한 일이죠. 

부모님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천천히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가는 것도 좋구요,

월세 안드는 불편한 공간에서 시작해 돈을 모아 더 좋은 공간으로 옮기는 것도 좋아요.

무엇보다 님의 정신적 독립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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