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에게 중요한 WHY가 '왜 어떤 작품은 잘되고 어떤 건 망할까?'라면, PD지망생들에게 중요한 WHY는 '왜 어떤 사람은 PD가 되고 어떤 이는 안 되나?'일 것 같다. PD의 조건은 무엇일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요즘 '이것이 미디어 아트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무려 1096페이지 짜리 책인데, 사는건 권하지 않는다. 너무 무겁다. 노소영 씨가 엮은 책인데, 이 분, 노 전 대통령 따님에 최태원 회장 부인이시다~ 권력과 자본의 오묘한 만남. 처음 책을 접했을 땐, 재벌 회장 부인께서 취미삼아 미술관 운영하며 펴낸 책이겠거니, 별로 탐탁하진 않았는데, 책을 보니 그래도 이 분 공력은 인정해 줘야겠다. 싫은건 싫어도 배울건 배워야지.)
 
노소영씨가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으로 일하며 누리는 가장 큰 즐거움은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란다. 그리고 그가 만나 본
크리에이터들의 3가지 공통점.
1. 자유롭다.    2. 자신감이 있다.   3. 근면 성실하다.

이 세가지 특징은 내가 만나는 PD들의 특성과도 같다. 

PD들은 우선 자유롭다. PD와 기자의 차이는? 신문은 집단 공동창작물의 결과다. 조중동 신문의 기자가 조직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PD는 자유의지로 움직인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황우석을 우상처럼 떠받들 때, 집단사고로부터 자유로운 PD는 의문을 제기하고 혼자 움직인다. 조직 논리에 충실한 조중동이나 보도국에선 나오기 힘든 특종이다. 연출은 대중의 기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대중의 취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PD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수백만 시청자를 설득하고, 그전에 작가와 배우와 스탭을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다. 가장 먼저, PD는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이 코너 대박날거야. 이 드라마 재미있어. 그런 자신감이 없는 PD는 주위에 사람을 모을 수가 없고, 집단창작의 결과물인 방송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대중을 설득하려는 이는 자신부터 설득해야 하는데, PD에게 자신감은 필수다.  

PD는 근면 성실하다. 남들 하는 만큼만 일하는 PD는 월급쟁이지, 예술가가 아니다. 남들 하는 것보다 더 공들여 만드는 사람만이 진정한 크리에이터이다. 전국민을 상대로 놀아주는 예능PD에, 왜 학창 시절 놀아 본 적 없는 명문대 출신들이 많이 뽑히는지 궁금했던 시절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이해가 된다. 중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하던 애들은 기본적으로 근면 성실하다. 명문대 출신이라 뽑힌 게 아니라, 근면 성실하니까 뽑히는 거다. 학벌 말고도 자신의 근면 성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경쟁력 있다. 공부만 잘 한 샌님 뽑는다고 연출 잘 하는건 아니니까.

자신을 돌아보라, 위 세가지 덕목을 다 지니고 있다면, 공히 PD 할 만하다. 그런데도 WHY? 왜 자꾸 공채에서 떨어질까? 그건 그대 잘못 아니다. 경쟁률을 보라. 작년에 방송 3사에서 신입 드라마 PD는 딱 한 명 뽑았다. 확률로 보아 이건 로또다. 그대 능력 부족 탓이 아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계속 들이대 볼 수 밖에. 하늘이 어떤 운명을 준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의 도리는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데 있다.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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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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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_+ 2011.09.26 0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이 PD란 꿈을 갖고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서 잠 못이루고
    PD관련말들 찾아보고있는데,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2. 김민식pd 2011.09.26 0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근 두근, 설레임, 청춘의 특권입니다. 열정으로 이어주세요~

  3. mrdragonfly1234 2012.05.31 08: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 사십이 넘어서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자신을 보면, 어디로 가야할지 아는 사람, 멋장이 !!
    훌륭한 위치에 계실때, 잘 이끌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