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에 기고한 글입니다.)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냈다. 평소에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 등의 소셜미디어를 가지고 노는 터라 매스미디어 PD가 말하는 소셜미디어 제작법, ‘낭만 덕후 김민식 PD의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란 책을 썼다. 책을 낸 인연으로 서울 근교 어느 시립도서관에 가서 저자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에 앞서 도서관장을 만나 인사를 하는데, 그 분이 이렇게 물었다.

“혹시 예전에 MBC <느낌표> ‘찰칵찰칵’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셨나요?”

“네, 맞는데요.”

“그때 제가 서울시청 홍보과에 있으며 촬영을 도와드렸는데요.”

 

▲ MBC노조에서 편성제작부문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민식 PD가 지난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MBC본사 앞에서 김재철 해임안 처리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잊고 지내던 8년 전 예능국 근무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에 나는 <느낌표>에서 ‘찰칵찰칵’이라는 코너를 연출했는데, 시민들이 휴대폰으로 선행 장면을 촬영해 제보하면 MC인 이경규와 장경동 목사가 현장으로 달려가 사연의 주인공에게 ‘황금 뱃지’를 달아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시청 옥상에서 시민들의 제보 영상을 본다는 게 기획의도였기에 늘 시청에서 촬영을 했다. 그 분은 촬영 때마다 오셔서 제작진에게 식사와 음료수를 챙겨주셨다.

“그때는 선생님 덕에 촬영 참 편하게 했었죠.”

“당시 이명박 시장님이 방송 출연을 참 좋아하셨거든요. 그래서 <느낌표> 같은 공익 프로그램이 촬영 온다고 하면 시청 홍보과 직원들이 총출동했던 겁니다. 그때 <느낌표>에 출연한 게 대선 주자로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아십니까?”

“아, 네. 그랬군요.” 하고 대답하는데 굳어지는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

“드라마 PD로 업무를 바꾸셨던데, 그럼 많이 바쁘지 않으신가요? 이렇게 작은 도서관 행사까지 찾아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순간 할 말이 없었다. ‘MB(이명박)가 함량 미달의 낙하산 사장을 보내 MBC를 망가뜨린 바람에 올해 초 6개월 간 파업을 했고,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한 통에 6개월 정직을 먹었답니다. 그 덕에 시간이 남아 이렇게 책도 쓰고 저자 강연회도 다니고 있답니다. 이게 다 방송 출연 좋아하는 시장님 덕분이죠, 뭐.’ 라고 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딴따라 PD로 살았다. 누가 “방송의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 파업이라도 해야 하나?” 하면, “예능 PD라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공익에 복무해야하는 거 아냐?” 하고 반문하던 나였다. 정치적 성향은 따지지 않고 촬영에 협조를 잘해주는 사람이 최고라고, 그게 프로가 일하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 김민식 MBC PD.
이제 와 돌아보니, 모든 게 내 탓이다. 방송사 PD 하나 주무르는 게 너무 간단하다는 걸 알려준 게 나다. 스태프들 밥 챙기고 음료수 챙겨주면 덥석 방송 출연시켜주는 게 PD라는 걸 알려준 게 나다. 방송 출연 좋아하는 사람 밀어주다, 방송을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믿게 만든 게 나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역사에 길이 남을 방송 장악의 원흉이 되어버린 대통령. MB가 저 지경이 된 건 다 내 탓이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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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비오 2012.12.28 0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포스팅을 보니 갑자기 피디님이 미워지네요 ㅜㅜ
    정말로 그것이 당선에 도움이 되었다면 말이죠 ㅋㅋ

  2. 우리밀맘마 2012.12.28 0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밥자주 사주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하더군요.
    오늘 눈이 정말 아름답게 쌓였네요. 눈길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3. 렌즈캣 2012.12.28 08: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아니더라도 MB는 어디든 출연하고 들이밀었을겁니다..

  4. 그러하다 2012.12.28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탓이오.

  5. han 2012.12.28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들 예능 PD를 볼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JYJ SM의 부당한 압력에 그들을 출연 안시키는 건 너희들도 마찬가지. JYJ의 부당한 피해를 모른척 한 너희들이 어찌 가증스럽게 보이지 않겠느냐.

    • levelno_ 2012.12.28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댓글에 덧붙입니다. 새로운 앨범이 나와도 박재범은 다른 가수들만큼 무대에 설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중요한 시점에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하고 그 공백으로 인해 대중에게 멀어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떠한 잘못으로 인해 잔인하게 내쳐진 그 입니다. 방송가에서는 재범을 출연시키면 고생한다는 자조가 농담아닌 농담이 된 적도 있습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은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어야합니다. 누구에게나 정당하고 깨끗하게 열려있는 무대. 꼭 만들어 주세요. 노래가 좋으면 들을 수 있고 언제든 JYJ와 재범의 무대를 즐길 수 있는 대중의 권리를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민식pd 2013.01.05 0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새기겠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봤으면 좋겠어요! ^^

    • 김민식pd 2013.01.05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드라마에서는 참 자주 볼 수 있는데, 예능은 아직... 휴우... ㅠㅠ

  6. 보헤미안 2012.12.28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가 당선이 된건 여러 이유가 종합된 탓이겠지요...
    그리고 사실...그런 친분이 좋은 면도 있잖아요.
    반대로 역효과도 많이 일어나구요..지금 생각하면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그 떄는 정말 좋은 의도로 그렇게 하셨겠지요,(아니면 가벼운 의도였거나요.)

  7. 추천 2012.12.28 1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천을 날리면 pd님 탓인 것 같고, 안 날리자니 공감가는 글이고 그렇습니다.

    추천 날렸습니다. ^^

  8. 야옹이 2012.12.28 1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렇게 읽고보니 ㅠㅠ

  9. ㅎㅎ 2012.12.28 1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하고 jyj는 무슨 상관이 있다고 여기까지와서 저런 댓글을 다는지ㅋㅋㅋㅋ

    .....jyj공중파 나오는걸 바라지만 짜증나거든요?
    재범이는 공중파 나오던데..

    피디님 힘내세요!!!!!!!!!!!!!!!!!!!!김재철 때문에 제가 마봉춘을 애정한다는걸 깨달았네요 ,,

    • han 2012.12.28 2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상관이냐니? '공정방송'하겠다는 인간들이 JYJ가 당하는 부당한 피해엔 모른척 못본척 하니 그런 말을 하는것임.

    • ㅎㅎ 2012.12.31 1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님은 글에 대한 예의가 없습니다.,무조건 와서 JYJ타령이니 이래서 빠가 까를 만든다고 왜 JYJ팬들을 유난이라고 욕하는지 이유를 알거같네요.ㅋㅋㅋ

      JYJ밖에 안보이는 빠순이 han님

    • han 2013.01.02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을 늦게 달면 안 볼수 알고 3일이나 뒤에 다셧나? jyj 빠순이도 아닌 30 후반 남자인데. 글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건 당신임.

    • 김민식pd 2013.01.05 08: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워, 워, 워~ ^^ 두 분, 흥분 가라앉히시고 조금 쉬어가세요.

  10. MBC 프리덤!!! 2012.12.29 1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송을 비판없이... 눈과귀로 즐기기만 했던 내 탓입니다.

  11. 2013.01.01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2013.01.03 0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