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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인생, 뭐 있어? 그냥 가는거야!

by 김민식pd 2012. 11. 22.

어제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 완전 재미난 영화 한 편 건졌어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와일드 데이즈'

 

갤럭시 익스프레스라는 록밴드 혹시 아시나요? 록매니아가 아니라면 낯선 이름일수도 있어요. 오죽하면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MC가 "다음은 화끈한 록밴드의 무대입니다. 갤럭시 에쓰!" 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이들은 가창력, 연주 실력, 무대 매너, 삼박자가 척척 맞는 진짜 화끈한 팀입니다. 작년에 '본투락 콘서트'에 갔다가 홀딱 반했었죠. 정말 제대로 노는 록밴드거든요. 이들이 미국 투어에 나서고 그 과정을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미국 정복 작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영화로 만들었다기에 개봉 첫날에 맞춰 달려갔어요.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싸이처럼 빌보드 차트에 오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에서도 공중파에 자주 등장하는 밴드도 아니지만 그들은 텍사스 록페스티벌(SXSW South By(X) South West)에 서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록페스티벌 하면, 수천 수만의 관중이 꽉 매운 스타디움 공연을 생각하시겠지만, 이들이 투어를 하는 장소는 그런 무대가 아니어요. 미국 도착 후 첫 공연의 관중은 총 3명. 저는 처음에 리허설 장면인 줄 알았어요. 객석이 텅텅 비어있어서... 이후에도 화려한 투어와는 거리가 먼 공연장이 보여집니다.

 

'자학 퍼포먼스를 찍고 그걸로 웃겨보겠다는 건가?' 생각했지만, 이내 그건 나만의 착오라는 걸 깨닫습니다. 멤버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단 세명의 관객 앞에서도 열정은 불타오르거든요. 이것이야말로 불굴의 로큰롤 인생이죠. 대학 기숙사 로비에서 공연을 하고, 피자집에서 출연료 대신 피자 무제한 리필을 조건으로 밴드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들이 진짜 멋있는 점은 무대를 가리지 않아요. 그리고 거리에서나 어디서나 3명이 모이나 10명이 모이나 혼신의 연주를 들려준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순도 100% 진짜 한류 팬을 만나고 한국 록의 진수를 그들에게 보여주죠.

 

"도대체 미국엔 왜 간거야?"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정말 멋진 자세 아닌가요? 인생은 이렇게 즐겨야하는데 말입니다. 우린 어려서 상대평가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늘 순위를 매깁니다. 가요에도 순위, 영화에도 순위, 책에도 순위, 그러다보니 다양성보다는 승자 독식 구조가 갈수록 심화되죠. 우린 어려서 성적 매기는 것에는 반감을 가지면서 왜 남들에겐 그리 쉽게 등수를 매기는 걸까요? 경쟁에 매몰되면 인생을 즐기기보다 걍팍해질 수 밖에 없는 걸 어린 시절 뼈저리게 배웠으면서도 말입니다. 경쟁 사회에 염증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를 권해드립니다.

 

어떤 성과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 그냥 매 순간을 즐기는 것이 인생입니다.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만의 룰 대로 세상을 살아버리는 것, 그게 로큰롤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해서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이미 실패한 셈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인생이야말로 실패한 인생 아닐까요?

 

요즘 TV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 한류의 성공 비화를 분석하는 다큐가 나옵니다. 우린 경쟁 사회에서 승자를 축하해주느라 정작 우리 주위의 멋진 도전자들의 모습을 놓칩니다. 싸이의 세계시장 정복도 대단하지만,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미국 투어 도전도 정말 감동적입니다.

 

"실패해도 돼! 인생 뭐 있어? 그냥 로큰롤하는 거야!"

 

이 영화, 가능하면 극장에서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권해드립니다. 정말 유쾌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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