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이게 문제다. 하나에 빠져들면 다른 걸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다. 그런 걸 알기에 함부로 새로운 중독을 만들지 않으려고 늘 조심하며 사는데... 흠...
대학 다닐 때, 1980년대 말이었다. 주위에서는 다들 당구에 빠져 살았는데, 나는 당구를 아직도 전혀 칠 줄 모른다. 일단 돈이 없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없었다. 책에 빠져 살기도 시간이 빠듯한데 당구까지 배울 여유는 없었다. 몇년전에는 주위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가 완전히 빠졌었다. 그래서 한때 미국에서 생활할 때는 한 달 동안 20번 라운딩 나간 적도 있다. 아내가 '미국에 골프 전지 훈련 왔냐?'고 놀리기 까지 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골프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매니저들에게 골프비 부담지우며 치기는 싫었고. 그래서 딱 끊었다. 요즘은 전혀 치지 않는다. 비싼 채가 썩고 있지만, 별로 아깝지는 않다. 골프를 치려면 연습도 꾸준히 해야하는데 그럴 시간은 없다. 나는 돈보다 더 아까운 건 시간이라 생각하니까.
별로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모임에 나갈 때는 그 모임 사람을 정말 좋아할 때만 나간다. 의무감에 사람을 만나지는 않는다. 그건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만나서도 조용히 듣기만 할 때도 많다. 떠들면 내가 아는 것만 이야기하지만 들으면 내가 모르는 걸 배울 수 있어 좋다.
난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산다. 안다. 이건 문제다. 요즘 내가 빠져 있는 건 책 쓰는 작업이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책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과업이다. 내 이름을 걸고 책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큰 부담일 줄 몰랐다. 책의 원고를 정리하는데 정신이 온통 쏠려있다보니 블로그에 새로운 글을 쓸 여력이 없다. 역시 나는 멀티태스킹이 안되는 사람이구나...
아이들이 싱가폴에서 사는데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 나의 목표는 딸들에게 한국 생활의 즐거움을 옴팡지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 아내의 해외근무가 끝나는대로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가자고 난리치게 만드는 것이다. 비가 오면 롯데월드, 해가 뜨면 에버랜드, 비가 오면 실내 놀이터, 해가 뜨면 야외 캠핑장, 비가 오면 실내 워터파크, 해가 뜨면 계곡 물놀이장, 정말 열심히 딸들을 모시고 다닌다. 요즘 블로그가 좀 뜸하더라도 이해해주시라. 여름방학 한 달 동안 따님들에게 집중 봉사해서 내년에는 꼭 한국으로 모시고 오는 것이 나의 목표니까.
그러니까 나는 이게 문제다. 한가지에 빠지면 정신이 온통 팔리는 것...
블로그 관리에 조금 소홀하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책을 쓰고, 딸들을 모시는 일, 지금 이 순간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행복한 일거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직 6개월, 버티기엔 긴 세월이었을테니.
우리의 해적선장님, 이 분 상당히 까칠하다. 주말 내내 즐겁게 놀아드리는 일, 쉽지 않다.
캡틴, 캡틴, 오마이 캡틴, 제발 땡깡은 자제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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