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

그러니까 이것은 결핍의 기록이다.

by 김민식pd 2012. 7. 30.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책으로 내기 위해 원고를 정리하느라 새 글을 못쓰고 있다. 조각 조각 나있는 블로그의 글을 추리고 모으고 다듬는 것도 보통 일 아니다. 내 블로그의 글들은 다섯개로 분류된다. 공짜 피디 스쿨, 공짜 영어 스쿨, 공짜로 즐기는 세상, 짠돌이 여행 일지, 공짜 연애 스쿨이다.

 

모아놓고 보니 내 블로그는 순전히 자랑질을 위한 공간이다. 하긴 뭐, 모든 블로그의 기획의도가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소유를 자랑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자랑하거나, 자신의 감각을 자랑한다. 그런데 나의 자랑질을 들여다보면 지독한 결핍이 보인다. 그러니까 이것은 결핍의 기록이다.

 

피디로 먹고 살지만, 피디가 되기 위한 정식 교육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방송 연출에 대해 제도권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결핍이 정작 피디가 되고 나서 꾸준히 독학을 통해 연출을 공부하게 만들었다. 더 좋은 피디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늘 고민하고 공부한다. 그 과정의 기록이 공짜 피디 스쿨이다.

 

통역대학원을 다녔지만, 영어 역시 처음엔 독학으로 공부했다. 혼자 책을 읽고 공부하느라 영어 발음이나 어휘에 콤플렉스가 많았다.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늘 AFKN에서 영화를 보고 시트콤을 봤다. 독학으로 영어를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 공짜로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 미국에 가지 않고도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법을 고민하고 산다. 팟캐스트나 유튜브, TED 강연을 찾아보고 학습자료을 추천하는 공간이 공짜 영어 스쿨이다.

 

난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는다. 골프나 도박도 하지 않는다. 동창회 모임도 잘 나가지 않는다. 잘나가는 40대 또래들의 놀이를 나는 즐기지 않는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 독서나 영화 감상만 하고 산다. 찌질한 중년의 덕후로서 느끼는 결핍, 이렇게 찌질한 나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변명을 늘어놓는데 그게 어쩌다보니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 되었다. 

 

짠돌이 여행 일지도 마찬가지다. 돈이 좀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취미는 새로운 쇼핑을 위한 핑게다. 난 항상 금전적 결핍을 안고 산다. 아니, 이제 나는 금전적 결핍을 즐긴다. 내게 여행은 짠돌이로서의 삶을 실천하는 기회다. 100만원에 한 달간 인도 배낭여행하는 법, 매일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서울길 걷기 여행을 즐기는 법, 주말에 전철타고 북한산 둘레길을 즐기는 법, 이런 여행법을 올리는 게 내게는 큰 낙이다.    

 

물론 내가 가진 결핍의 최고 정점은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다. 나는 연애의 달인이라 자부하지만, 사실 어려서 외모가 볼 품 없었다. 늘 연애에서 차이기만 했는데, 솔로 탈출을 위해 미친듯이 공부했다. 연애의 기술. 결국 내가 연애의 달인으로 거듭난 이유는 외모의 결핍이다.

 

결국 내 블로그는 결핍의 기록이다. 

얼마전 대학생 대안포럼에서 한 얘기.

"여러분 반갑습니다. 대안을 찾는다는 건, 지금 여러분이 처해있는 현실에 결핍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지요? 지금 세상에 불만이 없다면 굳이 대안을 찾을 이유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20대 청춘으로서 지금 살고있는 인생에 완전히 만족한다면, 남은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결핍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 헤매는 것, 청춘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에 새로운 결핍이 오면, 그 결핍을 두 팔 벌려 반길 것이다.

나를 키워줄 새로운 기회가 오는 것이니까.

 

 

   

제목 참 마음에 든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