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스트레스 없이 사는 삶일까요? 저는 평생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어요.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는 실적의 스트레스, 피디로 일할 때는 시청률의 스트레스, 지금 작가로서는 책 판매고의 스트레스를 안고 살지요. 어떤 일을 한다는 건, 잘 하고 싶다는 마음과 뜻대로 안되는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괴로움을 안고 산다는 뜻입니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열망이 없는 삶 아닐까요?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스트레스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자극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몸이 자원을 동원할 때 나타나는 반응 시스템’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하는 일뿐 아니라, 음식을 잘못 먹어 배가 아픈 경우, 심지어 기쁜 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상황까지도 우리 몸은 동일하게 스트레스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스트레스 자체를 좋고 나쁨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같은 스트레스라도 우리의 해석과 대처 방식에 따라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들어 보다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하지현 지음 / 어크로스)
이 책은 방대한 스트레스 관련 지식 가운데에서도 꼭 필요한 핵심과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만을 선별하여 담고 있습니다. 1936년 캐나다의 내분비내과 의사 한스 셀리에가 ‘스트레스’라는 개념을 의학과 생리학에 처음 도입한 이후, 이 개념이 어떻게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확장되어 왔는지를 역사적 흐름 속에서 짚어봅니다. 이어 생물학, 진화학, 뇌과학, 심리학, 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스트레스의 본질을 폭넓게 설명합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 스트레스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사람들의 특징, 과도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더불어 번아웃, 기억력, 집중력과의 연관성은 물론,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특성과 인간이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타인을 피하고 싶어 하는 심리까지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스트레스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는 데 매우 유익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50년 전보다 분명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었어요. 그런데 현대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왜 이렇게 스트레스에 시달릴까요? 스트레스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시스템인데요. 지난 반세기 동안 3가지 변화가 우리를 찾아왔어요. 세계화, 정보화, 고령화.
이제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가 한국 경제를 흔들고, 저 멀리 바다 건너에서 일어난 전쟁이 실시간으로 환율과 원유가를 통해 내 일상에 스며듭니다. 우리의 세상이 너무 넓어졌고요. 알아야할 것도 너무 많아졌어요. 인공지능, 전기차, 자율주행, 다 머나먼 미래의 일인 줄 알았는데 몇 년 만에 눈앞의 현실이 되었어요. 수명이 늘면서 이제 우리는 나이 80에도 일해야 할 것 같고, 나이 50에도 세상의 변화를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3,40대에 버는 돈의 일부를 7,80대의 나를 위해 아끼고 모아야 할 것 같고요. 세계화, 정보화, 고령화, 이 모든 변화가 우리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요소가 있어요. 예측 가능성과 조절 가능성입니다.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도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둘 다 높아야 스트레스가 적은데요. 둘 중 더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멸종위기의 코끼리를 동물원에 있는 개체와 야생 상태에 있는 개체, 두 그룹으로 나눠서 연구했는데요. 누가 더 오래 살까요? 동물원 코끼리는 평균 17년을 사는데, 야생 코끼리는 36년을 살았어요. 동물원 코끼리의 삶은 예측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먹이를 먹고,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지극히 낮아요. 야생의 코끼리는 예측 가능성이 낮습니다. 밀렵꾼의 위협에 시달리고, 먹을 것과 물이 떨어질 수 있으며, 아플 때는 맹수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하루하루가 불확실성일 뿐이지요. 그렇지만 조절 가능성은 야생의 코끼리가 더 높아요. 동물원 코끼리는 안락하고 풍부한 환경에 살지만,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야생 코끼리는 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돌아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어요. 기나긴 기간을 통해 살펴보면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남는 건 야생의 코끼리입니다.
저는 21세기에 예측 가능성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환경의 변화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요. 코로나가 올 줄 알았나요? 이란 전쟁 위기는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옵니다.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는 환경의 피해자가 아니라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요. 제게는 그게 건강을 위한 루틴들입니다.
스트레스 연구의 권위자인 로버트 새폴스키는 1994년에 <스트레스>라는 책을 발표했는데요. 책의 원제는 ‘왜 얼룩말은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가’입니다. 야생의 얼룩말에게 사자가 쫓아오는 것은 생사의 결말이 걸린 위기입니다. 그 순간 엄청난 양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폭발적으로 분비되고요, 빠른 속도로 심장이 펌프질을 해 피를 온 몸의 근육으로 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소화 기능과 면역 기능은 잠시 중단되지요.
1분 후, 얼룩말은 미친 듯이 달려 도망치는데 성공하고 사자는 근처에서 절뚝거리던 가젤을 잡아먹어요. 1시간 후 얼룩말은 먹이를 푸짐하게 먹고 식곤증으로 늘어져 자는 사자를 멀찍이 바라보며 풀을 뜯습니다. 얼룩말은 사자가 또 쫓아올까 걱정하지 않고, 괜히 사자 근처에서 얼쩡거린 자신을 자책하거나 후회하지도 않고, 앞으로 세렝게티에서 사자랑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하나 고민하지도 않아요. 그냥 사자가 달려오면 달아나고, 사자가 안 보이면 열심히 풀을 뜯습니다. 즉 얼룩말에게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어요. 그래서 위궤양에 걸리지 않아요.
자연환경에서는 오직 단기 스트레스만 있는데요, 인간에게는 만성적 스트레스가 존재합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은 걱정을 하기 때문이지요. 만성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야 합니다. 과거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합니다. 그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길입니다.
(이 책에서는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 리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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