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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베트남 푸꾸옥 여행기

by 김민식pd 2025. 1. 2.

1992년 유럽 배낭 여행을 다녀오면서 결심했어요. '이 좋은 해외 여행, 평생 매년 한번씩은 꼭 다니자.' 92년에 결심하고 2019년까지 지켰어요. 나 자신과 한 약속을. 그런데 2020년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약속이 깨어졌지요. 그때 깨달았어요. '이 좋은 해외 여행, 가고 싶다고 늘 갈 수 있는 건 아니구나.' 2022년 코로나로 인한 여행 제한이 풀리자 다시 결심했어요. '갈 수 있을 때 최대한 자주 가자. 이제 1년에 한번이 아니라 두 달에 한번씩 다니는 거야.' 2022년 10월에 베트남 다낭/호이안/후에를 묶어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정말 좋았어요. '와! 나는 베트남이랑 코드가 잘 맞나보네? 그렇다면 이제 매년 한번씩 베트남 여행을 가보자.' 그래서 작년에는 나뜨랑/후에를 다녀왔고요. 올해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푸꾸옥에 갔어요.

제가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있는데 올해말까지 소진되는 포인트가 꽤 되더라고요. 막상 예약하러 가니 보너스 항공권은 거의 다 매진인데 마침 남아있는 표가 푸꾸옥이었어요. 그래서 잽싸게 예매했지요. 그런데 어떤 분이 그랬어요. '내 친구가 푸꾸옥에 간 적이 있는데 별로였다네요. 여행지로 추천하지 않는대요.' 이런 어떡하지요? 이미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끊어뒀는데... 매년 베트남 여행갈 때마다 찾아보는 책이 있어 다시 책을 펼쳤어요. 거기엔 이렇게 나와있어요.

'세계적인 여행 전문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가 아시아 인기 휴양섬 6위에 선정한 푸꾸옥. 제주도의 3분의 1 크기의이 섬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베트남에서 가장 맑고 투명한 바다를 볼 수 있다. 특히 푸꾸옥 섬 남쪽에는 22개의 작은 섬들이 산재해 있는데, 산호초가 잘 발달해 있고 해양 생물들이 풍부해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베트남 셀프트래블 (2023-2024) | 정승원 저>

책에서는 여느 동남아 리조트보다 더 저렴한 물가에 빈펄 리조트가 있어 사파리, 놀이공원, 워터파크가 있다고 하는군요. 그냥 가기로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스노클링이 있고 테마파크가 있는데 뭐가 문제에요. 여행지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저는 일단 직접 가서 겪어보고 판단하자는 주의입니다. 부킹닷컴에서 예약한 숙소 사진에서 가슴이 설렙니다.

'푸꾸옥 팜 베이 리조트'구요. 작년 여름에 갔던 치앙마이 숙소랑 분위기는 비슷한데 여기는 1박 5만원이네요. 치앙마이는 1박에 30만원이었거든요.

밤 비행기로 도착해서 아침에 일어나 해변을 향해 산책을 갑니다. 

베트남의 시골 풍경...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휴양지 풍경...

썬베드에 누워 물멍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일단 숙소로 돌아갑니다.

여기가 제 방인데요. 1박에 5만원, 가성비가 아주 훌륭합니다!

딱 한 시간 해변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는 다음달에 나올 <짠돌이의 경제 공부>(가제) 최종 원고 수정 작업을 합니다.

한창 원고 작업을 하다 응? 하고 내다보니

손님이 놀러오셨어요. 사람을 아주 잘 따르는 아이라 등도 긁어주고 같이 놉니다. 힝~ 혼자 여행 왔는데 이 친구 덕에 심심치는 않겠네요.   

점심 먹으러 나갑니다. 우선 베트남 동을 좀 확보해야겠어요. 작년 여행에서 남은 돈도 있지만 일단 지갑이 두둑해야 마음이 편하니까요. ATM에 가서 카드로 찾으려고 보니 영어 메뉴에 큐알 코드만 뜹니다. 으잉? 작년 나뜨랑에서는 비자 카드로 현지 통화 출금이 가능했는데? 아, 역시 이래서 비상금으로 100달러 지폐 몇 장은 갖고 다녀야하는데 말이죠. 매년 베트남에 오다 이젠 이웃동네 마실 가듯 오니 긴장이 풀렸나봐요. 

제가 좋아하는 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 반미 Bahn Mi가 우리 돈 천 원 정도 합니다. 이제 1주일 동안 카드결제 되는 식당 아니면 반미만 먹어야 할 판이에요.

다른 ATM기를 찾아보니 다 큐알이 뜨는데, 문득 GLN 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지난 8월 태국 여행 갈 때 GLN 결제를 했던 적이 있어요. 하나은행 앱을 열어보니 베트남 BIDV 은행에서 GLN출금이 가능하다고요. 우리돈 30만 원을 베트남 동으로 바꿨어요. 600만 동의 현찰이 생겨요. 갑자기 백만장자가 된 기분입니다. BIDV ATM은 푸꾸옥 시내 존스투어와 킹콩마트 옆에도 있으니 참고하시어요. 

오후에는 원고 작업하다 지치면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머리를 식힙니다. 놀다 일하다 잠이 들고요. 다음날 아침...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갑니다. 무료 조식인데 무척 푸짐하게 나옵니다.

우선 저는 샐러드부터 먹고요.

그런 다음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마지막으로 쌀국수를 먹어요. 호텔 조식에 서비스로 나오는 포pho도 맛있네요. 저는 베트남 음식은 다 좋아해요.

느긋하게 수영장 전망을 감상하며 아침을 먹어요.

밥을 먹고 동네 산책을 갑니다. 마을마다 절이 있어요.

다른 숙소도 슬쩍 슬쩍 구경해봅니다. 

죤스투어는 유명한 여행사인데요. 스노클링 투어를 주관하는 곳입니다. 

제가 묵은 숙소는 해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데요. 해변 바로 앞에 있는 호텔도 있어요. 푸옹빈 하우스, 3성급 호텔이고요.

위치가 좋네요.

해변에 있는 썬베드 대여료는 10만 동! 엉? 이렇게 비싸? 싶은데요. 우리돈으로는 5천 원입니다. 심지어 음료 포함가격이고요. 해변에서 받는 바디 마사지는 1시간에 1만 원입니다. 

저는 카페에서 망고 스무디 한 잔 시켰어요. 2500원. 바다 전망 카페에서 테이블 독차지하는 값으로는 너무 싸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상점 메뉴판을 봤어요. 2만 동이 아니라 20만 동? 햄버거 하나에 만 원? 베트남인데? 이건 전형적인 관광객 대상 바가지입니다. 베트남의  2024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2만3천800동(약 1천300원)입니다. 즉 한국의 7분의 1 수준인 거죠. 그럼 물가도 7분의 1이 맞습니다.

푸꾸옥에서 베트남식 어묵국수인 분차를 먹었어요.

우리 돈 1500원에 배부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요. 이게 맞지요.

햄버거 하나에 우리돈 만원이라면 곱하기 7을 해봅니다. 7만원에 버거를 먹을 까요? 안 먹습니다. 저건 누굴 위한 걸까요? 베트남 물가보다는 자국의 물가에 더 익숙한 관광객을 위한 상품이에요.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충분히 저렴하게 다닐 수 있어요. 열흘 동안 자유여행하는데 총 100만 원 정도 썼어요. 보너스 항공권 유류할증료로 20만 원, 숙박비 40만 원, 식비 20만 원, 유흥비 20만 원 (놀이공원 입장료 및 스노클링 경비). 

저는 푸꾸옥이 좋았어요. 늘 그렇지만 베트남의 리조트는 가성비가 끝내주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가 고재열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있어요.  

'세대별 여행법
그리고 여행법에서 나타나는 한국인의 강박 

1) MZ세대(2030) : 수행평가형 여행 

00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 몇 곳
00에서 꼭 먹어야 할 것 몇 가지
이를 수행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인증샷을 찍어야 하는 곳에서 줄을 서있다. 

@ X세대(4050) : 마음은 한비야, 몸은 하나투어 

배낭여행/어학연수 1세대인 이들은 자신의 여행력을 과신한다. 하지만 항공/숙박/식사/이동의 숙제를 종합적으로 잘 풀어내지 못하며 막히고, 결국 여행사에 의탁한다. 

@ 민주화/산업화 세대(6070) : 대확행 콤플렉스 

크고 확실한 행복을 찾아, 열심히 살았던 인생에 대한 보상과 포상으로 남미나 아프리카에 가서 개고생을 한다. 왜 가냐면? ‘남들이 안 가본 곳에 가기 위해!’ 가서 남들이 안 해본 고생을 하고 온다.'

재미있네요. ^^ '마음은 한비야, 몸은 하나투어.' 

여행을 즐겁게 하는 비법은 무엇일까요? 기대를 낮추는 겁니다. 그리고 소소한 즐거움에 감사하는 겁니다. 기대는 언제 커질까요? 어쩌다 한번 갈 때 기대가 커집니다. 몇년에 한번 가는 여행, 최대한 만족하기 위해 남들 다 가는 데는 꼭 가려고 하거나, 남들 안 가본 곳에 가기위해 고생을 합니다. 저는 여행의 행복도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 생각해요. 자주 가고요,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이게 쉽지는 않다는 것도 잘 압니다. 저는 30년 걸렸어요.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돈, 시간, 언어, 체력, 태도, 다섯가지를 다 준비해야 하거든요. 

즐거운 푸꾸옥 여행기,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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