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나이 들어서도 건강을 잃지 않고 잘 가꾸어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는 삶 아닐까요? 예전에 아산병원 노년 내과 정희원 선생님이 쓰신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라는 책을 소개하고 저자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생님이 새 책을 내셨어요.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정희원 / 한빛라이프>
저자는 이 책에서 나이를 먹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예방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법 등을 제시합니다. 또한, 건강한 노후를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하고요. 독자들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팁과 지침을 제공합니다. 노화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보다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정보로 가득한 책인데요.
나이 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전반적으로 더 나쁜 생활습관을 가질 뿐 아니라 동년배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 또한 좋지 않다고요. 예일대의 연구진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노년에 대해 긍정적 사고를 하는 이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보다 7.5년 더 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하고요. 수명을 7.5년 줄이는 효과는 평생 하루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굿 라이프> 채널을 보시는 여러분은 일단 믿으셨으면 좋겠어요. 노후에 우리는 좋은 삶, 굿라이프를 영위할 수 있다고. 그 믿음이 우리를 더욱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노후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은퇴를 조금 미루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서 은퇴란 첫 직장에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요, 아예 일을 그만 두는 것을 뜻합니다. 첫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도 우리는 조금씩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2030년대가 되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나라가 됩니다. 60세의 기대여명은 26년인데요, 마지막 5년을 제하고도 무려 21년이 남습니다.
제가 24년을 다닌 MBC에서 명퇴한 나이가 쉰둘이었어요. 제가 회사 퇴직하고 평일 아침에 탁구를 치러 다녔는데요. 탁구장에 회원 중에 나이 팔십에도 펄펄 날아다니는 분들이 많았어요. 만약 저도 80까지 건강하게 사회적 활동을 한다면, 나이 50은 은퇴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요즘 인생 이모작으로 작가의 삶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닙니다.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는 게 목표인데요. 나이 80이 될 때까지 작가로 살 수 있다면, 피디로 산 시간보다 작가로 사는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MBC는 24년을 다녔지만 퇴직 후에도 나이 80이 될 때까지 28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으니까요. 인생 이모작은 진정한 일의 행복을 찾아나설 수 있는 기회입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상사가 시키는 일을 했지만, 요즘 저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강연을 다닙니다. 100세 시대, 어쩌면 진짜 전성기는 나이 60 이후에 찾아오는 게 아닐까요?
“100세 인생은 개뿔, 나는 마음껏 먹고 즐기며 굵고 짧게 살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의료 선진국에 세계 최장수 국가 중 하나입니다. 노후에 아프면 금세 떠나는 대신 질병과 장애를 달고 오랜 기간 힘들게 살게 됩니다. 본인만 힘든 게 아니라 사랑하는 주위 가족까지 고생시킵니다. 그러니 굵고 짧게 산다는 생각 대신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길러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잘 나이 드는 것은, 첫째로 젊어서부터 노화 속도를 적절히 늦추어 가면서 생물학적 의미에서 중년이 노년으로 이행하는 시점, ‘노인의 몸’을 가지게 되는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로는 ‘노인의 몸’이 된 다음에 질병과 노쇠에 잘 대응해서 피할 수 있는 장애나 사망을 예방하는 것이고요.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노쇠와 장애에 따라 삶의 마지막이 가까워진 시기에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먹는 것에 따라 정의됩니다. 젊어서는 신진대사가 원활하고 근육량도 많고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많이 먹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식습관을 조절하지 않으면 체중이 늘고 대사증후군이 찾아와 노화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합니다. 만약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두 가지만 실천해보세요.
첫째, 양을 절반으로 줄이기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정제 곡물 대신 현미식을 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회사 급식이나 회식 때문에 흰쌀밥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면 차라리 밥의 양을 절반 정도로 줄여보는 건 어떨까요? 혈당이 덜 오르면서 식후의 허기가 덜 느껴질 것입니다.
둘째, 먹는 순서 바꾸기
밥을 먹기 전에 채소를 먼저 먹습니다. 채소를 포함한 식이섬유를 먼저 먹고, 고기ㆍ생선 등 단백질을 먹고 마지막에 밥 등의 탄수화물의 순서로 먹는 것입니다. 이런 습관이 혈당을 느리게 올립니다.
모든 노력의 전제 조건은 수면입니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오르고, 판단력과 자제력, 집중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집니다. 다음 날 단순당과 정제 곡물, 술, 담배에 대한 욕구가 치솟게 되는데, 이때 만약 정크푸드라도 섭취한다면 가뜩이나 증가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에 인슐린 저항성마저 생겨 혈당은 더욱 치솟고,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인슐린이 분비되면 우리 몸은 소금과 물을 품고 있으려고 합니다. 그로 인해 하루 동안 다리에 부종이 생기고, 밤에 자려고 누우면 이 부종은 얼굴 쪽으로 올라와 코골이를 만들거나 밤에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됩니다. 혈압이 오르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이 모든 일은 다시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다음날에도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인슐린 저항성은 근력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방해합니다. 잠이 부족하면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해도 근육은 늘지 않고 배가 나옵니다. 수면은 인슐린 저항성, 대사 질환, 고혈압, 만성 염증, 암, 노화, 노쇠 등 건강의 매우 다양한 요소와 연관되어 있어요.
숙면을 위한 생활습관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충분한 신체 활동은 잠에 제때 잘 드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깊은 수면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아침에 햇빛을 받으며 야외에서 운동하면 수면에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질 좋은 식사
혈당을 크게 변화하는 음식이나 짠 음식은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을 악화시키고, 야간에 소변을 자주 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너무 배부른 상태에서 잠자리에 드는 것은 좋지 않아요. 카페인과 알코올도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잠을 푹 잘 수 없다면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디지털 기기 제한
디지털 기기의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고 수면 패턴을 교란할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 기기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도 수면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명상, 심호흡, 스트레칭을 권합니다.
다섯째, 수면 환경 개선
어둡고 조용하며 온도가 적당한 방에서 잠을 자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침실에 암막 커튼을 치고요, 자는 동안에는 빛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100세 시대에는 꾸준히 사회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평생 공부하고 일하는 것은 치매 예방책이자 노쇠 예방책입니다. 아주 작은 일이나 봉사 활동도 좋아요. 집에서 나와 어딘가로 향해야 하고(신체 활동),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인지 활동), 사람을 상대해야 합니다(사회 활동).
건강하고 행복한 100년짜리 삶은, 평생 나에게 중요하면서 즐거운 것을 찾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몸 고생과 머리 고생으로 만들어집니다. 몸 고생은 운동이고, 머리 고생은 공부겠지요. 힘든 운동과 공부를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건 습관입니다. 모쪼록 우리 모두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장착하고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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