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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50대 남매의 대부도 데이트

by 김민식pd 2024. 12. 12.

캐나다로 이민 간 동생이 한국에 잠깐 들어왔어요. 동생이랑 서울 근교 데이트를 가려고 차를 타고 제가 좋아하는 대부도로 갑니다. 예전에 자전거 타고 자주 갔는데요. 오늘은 차로 갑니다. 강남 순환로도 생기고 제3인천고속도로도 생기고 집에서 출발하면 한 시간이면 대부도에 도착합니다. 대부도는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어요. 방조제길을 달리며 바닷가 전망을 즐기다보면...

바다향기 수목원이 나옵니다. 단풍의 계절, 숲길 산책을 즐깁니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곳이 대부분 무료지요. ^^

아기자기하게 잘 조성된 수목원입니다.

어릴 적 시골집을 떠오르게 하는 한옥 앞에서

동생이랑 기념 사진 한 장 찍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가? 사람이 없어요. 동생에게 그랬어요.

"야, 남들이 보면 우리 불륜인줄 알겠다. 평일 낮에 인적없는 곳에 일부러 찾아와서 노니까."

"오빠, 아마 이렇게 수근거릴거야. 만난지 얼마 안 되었나봐... 그러니까 아직 저렇게 뜨겁지."

"크크크, 우리 만난지 벌써 50년이 넘었는데 말이지." 

주위에서 참 사이좋은 남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요. 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다 평생 교사로 일했기에 각자 연금이 나오고요. 생활에 불편함이 없어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습니다. 주위 친척들 중에는 부모님의 재산 분배로 형제 자매 간에 다툼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오랜 유교 전통에 따라 장자 상속, 즉 장남에게 모든 재산을 몰아줬는데 장남이 부모님의 노후를 돌보지 않을 때 자식들간에 분란이 일어납니다. '네가 집을 물려받았으니 네가 책임져야지, 한푼도 받지 않은 내가 모시리?' 예전에는 장남이 모시기도 했어요. 지금은 고령화 시대라 부모님의 노후가 너무 깁니다. 30년을 모시고 살기엔 힘들고요. 돌봄 문제로 부부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해요. 무엇보다 노후에 부모님들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우면 형제들끼리 생활비를 보태는데요. 이때 공평하게 나누는 게 참 힘이 듭니다. 누구는 많이 벌고 누구는 적게 벌텐데, 똑같이 나눌 수도 없고, 누구는 식구가 많고 누구는 혼자 살텐데, 이걸 어떻게 나눠야 하나요? 부모님 두 분이 노후 대비를 잘 해주신 덕에 우리는 싸울 일이 없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아이들 사교육보다 자신의 노후대비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가장 확실한 길은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있게 사는 겁니다. 그래야 아이들의 삶도 편해요.     

점심을 먹고 바닷가 카페 <발리다>에 갔어요.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그냥 발리입니다. 여기서 사진을 찍어서 친구에게 보내면...

"헐 대박! 어디냐?"

"발리다."

"아니 발리는 언제 간 거냐?"

"난 지금 대부도에 와 있고, 카페 이름이 발리다." ㅋㅋㅋㅋㅋ

카페 1층에는 손님이 있는데 2층에는 사람이 없었어요. 평일이라 그런가 봐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와, 드라마 피디가 촬영 용도로 이 카페를 빌린다면 장소이용료만 100만원 넘게 들텐데... 오늘 공짜로 뮤직비디오 한 편 찍어볼까?' 그래서 혼자 신나게 춤을 췄고요. 그 장면을 동생이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어요.

https://youtube.com/shorts/J6S9Lqs7AO4?si=m9hTH9BjWHyxkcAP

 

네, 50대의 남매가 이러고 놉니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 즐기려고 합니다. 인생, 지나고 나니 남는 건 추억이더라고요. 이번 주말에는 야광봉을 흔들며 추위를 잊기 위해 몸을 흔들겠군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항상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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