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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강연 수강일지

50대이후의 소통법.

by 김민식pd 2024. 10. 11.

창비출판사에서 만든 유튜브 채널 <아만보-아는 만큼 보인다>에 출연해 소통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는 유튜브 출연하기 전에 항상 제작진이 보내온 질문서를 보며 미리 글로 답을 정리해봅니다. 그러고 가서는 글을 보지 않고 이야기를 합니다. 일단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요. 가서는 그냥 기억에 의존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원고를 보면서 말을 하면 부자연스럽거든요. 오늘은 그 답변을 공유합니다. 영상을 보셔도 좋아요.

Q. 50대 이후 소통이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을까요?
많습니다. 대상의 폭이 너무 넓어져서 그래요. 예전에 사람이 평생 소통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얼마나 되었을까요? 그냥 우리 동네 사는 수십명? 그중에서도 내 또래 몇명 정도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그 대상이 넓어졌고요. 심지어 사회적관계망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는데요,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Q-1.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상의 변화 때문에 입력, 출력, 대상이 다 어려워졌어요. 21세기에 찾아온 3가지 변화가 있어요. 세계화, 정보화, 고령화. 일단 세계화의 결과, 입력해야 할 정보의 양이 압도적으로 늘어났어요. 1990년대 제가 첫 직장 다닐 때 재테크는 단순했어요. 청약저축 들고 장마저축 들어서 내집 마련하는 게 다였어요. 요즘은 미국 ETF나 이해하기도 어려운 암호화폐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해요. 갑자기 주식이 떨어졌는데 미연준의 발표 때문이래요. 미대선의 불확실성 탓이래요. 날카로워집니다. 예전 같으면 모르고 살아도 좋을 일을 알아야 해요. 세계화의 결과 입력해야 할 지식이 늘었고요. 삶이 복잡해지는 건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정보화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이나 글의 파급력이 커졌습니다. 자칫 잘못 한 말이나 잘못 쓴 글은 엄청난 비난을 불러오게 됩니다. 예전에 사무실에서 내가 말실수를 하면 후배들의 술자리 안주감이 되기는 했어요. 상사 뒷담화는 늘 있지만 내가 직접 듣기는 쉽지 않지요. 이제는 블라인드 같은 앱에 내가 한 말실수나 카톡에 쓴 글이 그대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사람들이 나에 대한 비난하는 걸 직접 내 눈으로 보게 됩니다. 이거 쉽지 않은 변화에요. 가장 어려운 변화는 고령화입니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와 MZ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데요. 각각 후진국, 중진국, 선진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에요. 생각의 차원이 다릅니다.

Q-2. 50대 이후의 소통법이란게 따로 있을까요?
질과 양을 바꿔야 합니다. 
먼저 입력하는 정보의 질을 올려야 합니다. 고품질의 정보를 입력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려면 좀 불편해져야 합니다. 늘 만나는 사람을 만나 늘 하는 이야기만 하면 힘들지는 않아요. 편안하지요. 다만 그렇게 살면 정보의 품질이 좋아지지는 않아요.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의식적으로 찾아서 만나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젊어서는 책을 읽던 사람도 나이 들면 책을 조금씩 멀리합니다. 체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요즘은 독서 말고도 재미난 게 너무 많아 에너지를 그런데 다 빼앗기거든요. 노력해야 합니다. 독서 모임에 가서 더 좋은 정보를 주고 받는 사람을 만나거나, 도서관에 가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를 만나거나. 입력은 질이 중요한데요.
출력은 양이 중요합니다. 출력할 때 양은 줄이세요. 고품질의 정보를 많이 입력한 다음, 출력의 양을 줄이면 그 사람은 진국이 됩니다. 다만 정보를 입력한 후, 그걸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게 글쓰기입니다. 내가 배운 것을 나 자신과의 소통을 통해 더욱 고품질의 정보로 바꾸는 겁니다. 남이 한 말, 남이 쓴 글은 내 것이 아니에요. 내가 쓴 글은 내 것입니다. 내 것을 늘립니다. 글은 많이 쓰고, 말은 줄여보세요. 생각은 단단해지고, 허튼소리는 줄어듭니다. 어디 가든 진국이란 소리를 들을 겁니다.

Q. 나이가 들수록 소통방법을 바꾸는 게 맞나요?
나이 50이 넘어가면 그동안 살아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보기를 권합니다. 저는 피디로 일하며 많은 전문가와 함께 일하며 늘 바쁘게 살았는데요. 쉰둘의 나이에 명예퇴직하고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길을 걷고 시간을 보내며 세상의 소리와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쓴 책이 <외로움 수업>이고요. 그 책을 낸 덕분에 요즘 도서관이나 지자체에서 ‘고령화 시대의 외로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다니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에는 나이 50에 인생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직장에서의 소통

Q-1.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방법?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 1.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좋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열심히 꾸준히 하고 그래야 잘 할 수 있습니다. 2.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런 일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면 됩니다.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3.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모를 때, 그냥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면 됩니다. 잘못 탄 열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줍니다. 열차를 잘못 탔을 때, 아, 이 기차가 아닌가 봐, 왜 이 기차는 강릉으로 가는 거야, 나는 안동에 가야 하는데, 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건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입니다. 
 
Q-2. 직장에서의 현명한 소통의 기술. 뭐가 있을까요?
일을 잘 하는 게 첫 번째고요, 웃는 얼굴로 일하는 게 두 번째입니다. 피디로서 저의 목표는 늘 좋은 기분,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어요. 일 잘 하는 선배 중에는 항상 피로에 절어 뭔가 불만에 가득 한 분이 있었는데요. 그런 선배에게는 가서 일에 대해 묻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여유를 만들어둡니다. 그래야 조연출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제게 와서 쉽게 이야기를 꺼내요. 내가 일을 잘 하면 남들이 내게서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고요. 늘 좋은 기분을 유지하면 사람이 다가오기 쉬워집니다. 둘 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Q-3. 아랫사람을 대하는 현명한 자세는 무엇일까요?(MZ와의 소통법)
우리는 예전에 모두 가난했기에 오로지 돈만 주면 어떤 일이든 했습니다. 지금 시대는 그렇지 않아요. 이제는 풍요의 시대입니다. 이럴 때 일을 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합니다. 돈, 자유, 의미. 이 세 가지를 어떻게 챙겨야 줄지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권하는 건 후배에게 업무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라는 것입니다. 돈은 어차피 회사에서 줍니다. 의미는 각자가 찾는 것이에요. 상사가 후배에게 줄 수 있는 건 업무의 자율성입니다. 후배의 자율성을 어떻게 존중해줄까 각자의 영역에서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Q.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말을 하기 전에 시간적 여유를 둡니다. 화가 났을 때는 바로 말하지 않고 잠깐 생각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화가 났을 때 말하면 그건 역효과가 납니다. 이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 늘 좋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게는 그게 독서와 운동입니다. 촬영 중 짬이 나면 책을 읽고요, 주말에는 하루 3시간씩 걸으며 체력을 비축해둡니다.
 
Q. 가족과의 소통

Q-1.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자녀. 이런 자녀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
말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면 됩니다. 부모의 말을 왜 안 들을까요? 듣기 싫은 소리를 계속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때는 잠시 말을 쉬는 것도 답입니다.

Q-2. 대화를 통해 가족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요?
대화, 좋지요, 하지만 대화의 의사가 없는 상대에게 자꾸 찾아가서 그래 요즘 학교 생활은 어때? 취업 준비는 잘 되어가? 하고 물어보는 건 답이 아닙니다. 상대가 대화를 원할 때, 찾아오면 언제든 말을 받아주세요.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TbClPfvn6iY?si=RHentzDtL4MHrT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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