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장동선 박사님의 강의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가, 그 다음 주에는 바로 윤홍균 작가님이 같은 공간에서 강의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신청했어요. 100만부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의 저자 강연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합니까? 연일 제가 좋아하는 저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한 나날입니다.
강의 제목은 <육아에 지친 부모님을 위한 솔루션 : 마음 지구력>
우리가 흔히 번아웃이 왔다고 이야기할 때, 전문용어로는 소진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소진 증후군에는 여러 증상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체력 저하입니다. 일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 휴식을 취합니다. 그래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휴가를 쓰지요. 며칠을 쉬었는데도 회사에 갈 생각만 하면 다시 아프다? 그렇다면 문제는 체력이 아니라 회사에 있는 겁니다. 그럴 때 우리는 휴직이나 이직, 혹은 부서 이동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육아는 이런 선택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육아는 휴식도, 휴가도, 휴직도 부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24시간 이어지는 돌봄 노동이거든요. 그래서 살면서 제일 어려운 건 육아고요. 육아에서 소진 증후군이 오면, 답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해봐야 합니다.
젊은 직장인이 번아웃을 겪는다고 하면 나이 많은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번아웃이 뭐야? 옛날에는 번아웃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윤홍균 저자님도 그 점은 인정합니다. 그 시절에는 정신과에서도 번아웃을 호소하는 환자가 없었답니다. 왜 그랬을까요?
번아웃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는 수면부족인데요. 지난 30년 사이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수면시간의 감소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요. 밤 9시가 되면 TV에게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고 하며 아이들을 재웠어요. 어른들도요, 아이를 재운 후 밤 10시에 하는 미니시리즈를 보고 나면 볼 게 없었어요. 밤 11시에 하는 공중파 프로그램들은 다 시청자들을 재울 준비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재미가 없었어요. 심지어 밤 12시가 되면 TV가 꺼졌어요. 요즘처럼 침대에 누워 이불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재미나고 자극적인 숏폼을 몇시간씩 이어서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어요. 수면시간이 보장되던 시대였지요.
마음이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과 의사이신 윤홍균 선생님은 스스로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라고 하십니다. ‘내가 요즘 잠을 잘 자나?’ ‘밥은 잘 먹고 있나?’ 밤에 잠만 잘 자고, 낮에 밥만 잘 먹어도 감정 조절은 쉬워집니다. 잘 자고 잘 먹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게 가장 기본입니다.
정신과에 가서 기분 좋아지는 약을 처방받으면 좋겠지요. 그게 쉽지는 않아요. 예전에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를 기분 좋게 해주려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약을 찾으려 애썼어요. 찾아냈어요. 그 약만 먹으면 사람들이 금세 행복해졌지요. 네, 지금은 그런 약들이 다 마약으로 분류됩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약은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의욕을 사라지게 만들어요. 그 약을 먹으면 공부 안 하고 일 안 하고 육아도 안 합니다. 안 해도 행복한데 왜 해요? 학생이 공부를 안 하면 원래는 불안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 약을 먹으면 불안하지 않아요.
불안은 절대 나쁜 게 아닙니다. 불안이 있어야 우리의 삶은 작용합니다. 숲속에 무언가 시커먼 게 어른거릴 때, '저게 뭐지? 얼른 피해야겠다.' 하고 불안해 한 선조들은 살았고요. 전혀 불안을 느끼지 않고 숲속에 들어간 선조들은 호랑이 밥이 되었거든요.
시험 기간에 아이가 불안하다면 그건 건강한 징조입니다. 오히려 청소년이 시험 기간에 불안한 대신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게 이상한 겁니다. 그런 아이는 굳이 공부를 하지 않겠지요. 이미 행복한데 힘들게 공부는 왜 해요? 결국 불안을 안고 불안을 조절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의 운명입니다.
부부간의 불화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윤홍균 선생님이 물어보시는 질문이 있어요. “언제 가장 많이 싸우시나요?” 부부싸움을 가장 많이 하는 시간은 밤 10시 이후랍니다. 하루종일 일하고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상태에서 예민한 주제의 대화를 시작하잖아요? 다들 참고 들어줄 여력이 없기에 싸움으로 발전하기 쉽습니다. 중요한 문제로 상의를 해야 한다면, 주말에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하는 편이 좋습니다.
“아니요, 우리 부부는요, 둘 다 너무 바빠서 주말도 없이 일하고요. 그나마 얼굴 볼 수 있는 시간이 밤늦게 일 끝나고 들어온 밤 10시 이후에요.”
네, 만약 그렇다면 여러분이 안고 있는 문제는 배우자에게 있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의 일상 생활이 너무 바쁘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에요. 이미 최선을 다해 애쓰며 사는 상대를 더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사람은 언제 지칠까요? 열심히 하는데도 성취감이 없을 때, 우리는 지칩니다. 그런 대표적인 일이 바로 육아에요. 성취감을 맛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든요. 빠른 성취감을 주는 행동들이 있어요. 음주, 흡연, 도박이 그렇지요.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요. 금세 효능감을 맛봅니다. 빠른 시간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에 중독성이 강합니다. 육아는 그렇지 않아요.
그렇게 힘들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입니다. 먼저 나의 힘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누가 와서 힘든 하루에 대해 하소연할 때 필요한 자세. 딱 두 마디만 기억합니다. “그랬어?” “그래서?” 두 마디를 명심하면 됩니다. 누군가 힘들고 지쳤을 때 섣불리 조언을 하거나 위로를 하면 더 상처받을 수도 있거든요.
우리가 지쳐가는 건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우선 완벽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완벽주의가 늘어가는 이유? 윤홍균 저자는 SNS를 지목합니다. 우린 누구나 사회적 관계망에 가장 완벽한 하나의 순간을 공유합니다. 멋진 풍광을 보거나, 비싼 맛집에 가거나, 좋아하는 친구들과 만났거나. 그런 사진들만 SNS에 올라오니, 종일 그것만 쳐다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준이 높아집니다. 육아도 마찬가지이고요. 완벽한 육아란 없습니다. 욕심만 조금 내려놓아도, 부모와 아이 둘 다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많이 배울 수 있었고요. 참가자들에게는 저서 <마음 지구력>까지 선물로 나눠주셨어요. 이 책을 읽으며, 지치고 힘들 때 버티는 요령에 대해 배워볼까 합니다. 추석 연휴 기간, 모처럼의 꿀같은 휴식을 모두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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